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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가 전하는 새로운 관점

구찌는 그간 한국과 문화적 유대를 강화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지난해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린 2024 크루즈 쇼가 가장 강렬하고 대표적인 사례다. ‘구찌 문화의 달’ 역시 이런 맥락의 프로젝트로, 한국 문화유산과 창의성을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알리려는 구찌의 변함없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 7월 처음 발표된 ‘구찌 문화의 달’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미술, 영화, 현대무용, 음악 등 다양한 분야와 세대를 아우르는 한국의 거장 4인을 색다른 방식으로 조명하는 것. 4인의 주인공은 개념미술가 김수자와 영화감독 박찬욱, 현대무용가 안은미,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다. ‘색다른 방식’을 구현한 건 사진가 김용호다. 그는 ‘딥틱(Diptychs)’이란 기법의 사진예술을 통해 거장 4인의 새로운 면모를 표현했다. 딥틱은 사진 두 장을 병치하는 기법으로, 두 사진의 상호작용을 통해 작품의 의미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 사진가 김용호는 4인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초상과 그들의 세계관을 반영한 자연 혹은 오브제를 나란히 배치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첫 번째 작품은 김수자 작가를 주인공으로 한 ‘사유(思惟)’. 왼쪽엔 김수자의 흑백사진이, 오른쪽엔 우아한 연잎 사진이 나란히 놓여 있다. 사진가 김용호는 ‘피안’을 주제로 김수자가 마주한 세계와의 관계를 새롭게 해석했다. 김수자는 스스로 바늘이 돼 세계 각지의 고유한 문화적 맥락을 엮으며 삶의 궤적을 그려온 작가다. 이렇듯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적 탐구와 현실을 초월한 경험을 통해 확장된 정신세계는 그녀의 예술관에 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두 번째 작품은 ‘비룡승운(飛龍乘雲)’으로 영화감독 박찬욱을 조명했다. 점잖고 수줍은 박찬욱의 얼굴과 초현실적 분위기의 용 이미지가 대조를 이루며 병치돼 있다. 박찬욱은 차분하고 냉철해 보이지만 내면에 강렬한 에너지를 담고 있다. 그는 영화의 작은 소품까지 허투루 쓰지 않으며, 어떨 땐 그 소품이 전체 이야기를 구성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는 용이 지닌 다양한 상징, 그것이 모여 조화를 이루며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용의 이미지는 박찬욱 내면의 강렬한 에너지와 섬세한 영화적 언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세 번째 작품은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초상과 매화 이미지를 연결한 ‘도망치는 미친년’. 사진가 김용호는 안은미를 선구적 정신과 고고함을 상징하는 매화에 견줬다. 그녀는 불리한 여건과 호의적이지 않은 일부 시선에도 불구하고 무용계에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제시해 온 무용가다. 굽이굽이 뻗어나간 가지마다 붉게 피어난 꽃은 그녀의 무용 인생을 상징한다. 마지막은 ‘빛나는 청춘’이란 이름의 작품.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얼굴과 바위의 이미지를 병치했다.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클래식 음악은 오랜 시간 꾸준히 공들여 연습해야 한다. 클래식 중에서도 다소 보수적이고 딱딱한 이미지를 지닌 바로크 음악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려면 도 닦는 수준의 연마가 필요하다. 사진가 김용호는 이런 특성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을 견디며 독특한 형상으로 거듭나는 바위와 연결했다. 오랜 시간과 노력 끝에 빚어낸 ‘예술의 형태’라는 점에서 조성진의 클래식과 바위는 일맥상통한다. 빛나는 20대를 보낸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자신의 먼 미래를 응시하는 듯한 사진은 그가 일궈낸 음악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한다.

그 밖에도 이번 사진전에는 박찬욱 감독의 실제 메모가 담긴 수첩이나 개인 소장품,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무대 밖 모습을 다큐멘터리적 시선으로 담아낸 사진 작품 등이 함께 전시됐다. 동경의 대상인 거장 예술가의 소박하거나 인간적인 이면을 볼 수 있는 〈두 개의 이야기: 한국 문화를 빛낸 거장들을 조명하며〉 사진전은 이태원 파운드리 서울에서 10월 22일부터 29일까지 열리며, 전시 예약은 10월 7일부터 구찌 공식 홈페이지(Gucci.com)와 네이버를 통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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