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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적이어서 아름다운 두 작가의 방

김민재, 최원서 작가가 함께 구성한 방의 전경.

김민재, 최원서 작가가 함께 구성한 방의 전경.

김민재, ‘지붕을 진 등’(2024)

김민재, ‘지붕을 진 등’(2024)

김민재

한자 ‘편안할 안(安)’에서 형태를 딴 조명 ‘지붕을 진 등’을 비롯해 보료, 병풍 등 그간 본 적 없던 미감으로 채워진 방이지만 편안한 분위기가 감돈다
전통 요소를 활용하면서 어떻게 하면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방을 구성하는 작품들은 각각의 개성을 드러내기보다 함께 어우러져 생긴 겹겹의 레이어가 안락함과 통일감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전통 요소에 현대성을 부여하는 시도를 해본 이번 전시 작업의 화두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기존 작품의 연장선에서 생각하는 일. 다양한 오브제의 높이, 부피 등을 한옥 사이즈에 맞췄다.
갤러리 ‘마르타’에서 열었던 첫 개인전 〈I was Evening All Afternoon〉을 기억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의자를 오마주한 ‘프로이트의 의자’에 넘실대던 유머와 해학은 작가 김민재가 세상을 보고 생각하는 방식과 일맥상통하나
작품을 통해 혹은 직접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때 유머와 해학을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너무 진지하면 작업과 작가 모두 고립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지붕을 진 등’의 경우에도 다리를 가느다랗게 만드는 일이 관건이었는데, 처음 거대한 갓을 가느다란 다리에 얹었을 때 등 작품 전체가 후들거리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김민재의 작품은 모두 조금씩 이지러져 있다
작업을 위해 목재를 만질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그라인더로 직선을 어그러트리는 일이다. 그러면 덩어리감이나 볼륨감이 커지면서 나무가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든다. 작업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지점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면서 워크숍을 통해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는 말을 배웠다. ‘지극히 곧은 것은 굽은 듯하고, 참으로 교묘한 것은 서툰 듯하고, 훌륭한 웅변은 눌변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정말 좋아하는 말이다.
유리섬유와 래커를 칠한 나무를 주된 재료로 사용하고 있는데
둘 다 경제적이고 제약적 상황에서 익히게 된 재료라 애착이 간다. 옻칠 흉내를 내보고 싶어 고안한 것이 스테인에 부드러운 래커를 올려 천으로 연마하는 기법이었고, 큰 기구 없이 의자나 조명을 만들 수 있는 볼륨을 주는 재료를 찾다 보니 시도하게 된 방식이 퀼팅한 유리섬유다. 고급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하드웨어나 재료로 작업을 이어가면서 연금술사가 된 듯한 만족감도 느꼈던 것 같다.
한국 전통공간 요소 중에서 현대생활과 밀접한 것은 무엇일 까
소반.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지낸 시간을 돌아보면 얼마나 유연한 시스템인가 싶다. 한국의 전통공간은 하나의 열린 공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행위에 맞춰 가구나 오브제가 등장하고 움직인다. 최근 바퀴 달린 가구를 많이 만들고 있는데, 집에 바퀴 달린 조그만 탁자를 만들어놓고 집 안 여기저기 가지고 다니며 식탁이나 책상으로 사용하면서 어릴 때 냉장고 위에서 꺼내 쓰던 소반을 떠올리곤 한다.
한국적 공간 혹은 미감이 지닌 스타일을 한 단어 혹은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이지러짐과 유연함.
최원서 ‘PF80-Arm Chair’ ‘PF60-Low Table’ ‘기하보아지’(2024)

최원서 ‘PF80-Arm Chair’ ‘PF60-Low Table’ ‘기하보아지’(2024)

최원서

한국식 방을 새롭게 제안하는 〈방(房), 스스로 그러한〉전이 당신에게 던진 질문은
‘스스로 그러한’이란 제목을 들었을 때 ‘주체성’이 떠올랐다. ‘한국적’이란 역사적·기술적 기반 위에 사용자와 관람자가 주체적으로 느끼는 감각이 포함된다. 때때로 역사적 배경이 없는 사물도 한국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처럼 이 두 요소가 적절히 공존할 때 여유와 위트 있는 공간이 탄생한다. 전시공간은 이미 기술적으로 ‘한옥’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여기에 독창성을 더해 관람자 스스로 ‘한국적’이라는 느낌을 재고할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하려고 했다.
전통과 동시대의 것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한 이번 작업 과정에서 가장 큰 화두는
현대와 전통을 결합하는 표면적 시도였다. 그 이면에는 ‘전통적’ 감각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전통적이지 않은 소재가 공간에 숨어 있을 때 그것이 어떤 존재일지 고찰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시도였다.
한국 전통 요소 중 현대생활에 잘 어울리거나 밀접하게 연결된 부분을 발견한 것이 있다면
한옥의 ‘보아지’는 기둥과 보가 직각으로 만나는 부분을 보강해 주는 건축 부재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기하보아지’는 기능 대신 장식적 요소를 강조한 오브제다.
알루미늄 파이프를 자른 단면을 디자인에 사용해 왔다. 파이프 단면의 무늬를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전통 문양과 유사하다고 느꼈나
처음에는 전통적 이미지가 강하지 않았다. 단순히 기능적 설계가 미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여러 전시장에서 만난 관람자들이 본인의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단청이나 아라베스크, 아르누보 등으로 해석을 덧붙였고, 이 현상에 매력을 느껴 실제로 한옥에 배치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김민재 작가와 함께 방을 구성하며, 서로 긴밀하게 연락해 합을 맞췄다고 들었다
미국에 있는 김민재 작가와 온라인으로 자주 소통했다. 내가 실측한 공간의 3D 모델링을 공유하면, 김민재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업데이트해 보내줬고, 이에 맞춰 내 작업을 조정하는 식이었다. 우리는 실제로 사용하는 방처럼 인테리어를 구성했다. 나무나 한지, FRP 알루미늄 등 다양한 소재의 조합도 흥미진진했다.
작품의 주 소재로 산업 재료를 사용한 이유는
기능적인 재료의 미적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해서다. 본래의 용도를 넘어 새로운 상상을 자극하거나 예술적 가치로 변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일이 흥미로웠다.
작품 중 한국의 전통 창에서 보기 힘든 컬러플한 창 ‘기하살-문’이 인상 깊다.
과거에는 사찰이나 궁궐 같은 주요 기관의 건축물에만 화려한 장식 문양과 색을 사용했다. 현대에는 이런 규율이 사라졌기 때문에 한옥에 자유롭게 문양과 색상을 적용해 보고 싶었다. 과거에는 최고의 목공 기술로 문살 문양을 제작했지만, 나는 현대 최고의 목공 기술 중 하나인 CNC 기법을 활용해 문살을 만들었다. 색상은 전시장 앞에 물들고 있는 은행나무의 녹색과 노란색을 사용했고, 실크스크린 기법을 통해 높은 채도를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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