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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향수도 ‘쇠맛’!

여러 천연 향료가 지속할 수 있지 않거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라 금지되면서 향료 화학은 오히려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했다. 천연물과 흡사한 향을 내거나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구현하는 인공 향료가 수없이 개발되고 있는 것. 그중 최근 트렌드는 ‘쇠 맛’, 금속성 향(Metallic Note)이다. 그 자체는 냄새가 없지만 사람 피부, 산소, 물과 닿으면 미량 이온이 화학 반응을 일으켜 뚜렷해지는 철, 구리, 백금, 알루미늄 따위의.

금속성 향을 꽃 향에 더하면 가볍게는 청량한 비누 향이, 무겁게는 가시를 세운 야생 덤불 속 꽃들처럼 날카로운 느낌이 난다. 부드럽고 따뜻한 나무 향을 신비로운 사원 느낌으로, 달콤한 과일을 갓 짠 과즙 에이드처럼 쨍하게 바꿔준다. ‘쇠 맛’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하는 이유.

입문용

샤넬 넘버 파이브로 유명해진 고전 인공 향료 알데하이드는 사실 수많은 화합물을 뭉뚱그린 명칭이지만 향수 노트에서는 청량한 비누나 세제, 조금 더 진하면 최첨단 빌딩 속 화이트칼라들의 잘 다린 셔츠 냄새를 말한다. 풀, 나무 향에 더하면 북구의 차갑고 깨끗한 바람, 물 느낌도 낼 수 있다. 그래서 향수 입문자들이 사랑하는 청결한 비누, 코튼 향 제품에 화이트 플로럴, 화이트 머스크와 함께 광범위하게 쓰인다.

이솝 카르스트 | 카르스트 지대 바위 절벽, 폭풍우 속 풀, 나무와 날카로운 바람 냄새를 표현했고 베티버, 샌달우드, 시더우드가 향기롭게 남는 젠더리스 오 드 퍼퓸. 50mL 22만5천원. 에르메스 H24 | 스클라렌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클라리 세이지, 수선화, 로즈우드의 자연 향을 도시적으로 승화하는 남성용 오 드 퍼퓸. 30mL 12만2천원, 50mL 14만1천원, 100mL 19만8천원. 입생로랑 리브르 앱솔루트 플라틴 | 화이트 라벤더, 오렌지 블로섬, 디바 라벤더, 바닐라 버본에 알데하이드가 쨍한 금속성 향을 더하고 앰버그리스의 최면에 빠지게 하는 여성용 오 드 퍼퓸 50mL 22만5천원, 90mL 31만5천원. 바나나 리퍼블릭 메탈레인 | 바늘 같은 초목, 얼음 같은 물줄기처럼 한랭기후 설산 자연 환경이 떠오르는 아로마틱 그린 노트, 바질, 라벤더, 갈바넘이 야생의 기운을 더하는 젠더리스 오 드 퍼퓸 75mL 11만원.

경험자용

금속 계열 인공 향료들이 끊임없이 출시되고, 그로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도 무궁무진해 조향사들은 ‘무한 공부 지옥’에 빠졌다. 자연에도 있지만 합성한 스클라렌(Sclarene)은 따뜻한 침엽수부터 달아오른 쇠 냄새를, 디하이드로미르세놀(Dihydromyrcenol)은 상쾌한 시트러스, 허브 향을 내면서 다른 향에 금속 느낌을 더한다. 라벤더, 시트러스, 루바브, 클라리세이지, 팔마로사 같은 천연 향료도 조합, 농도에 따라 그럴 수 있다. 그래서 ‘허브, 꽃 노트밖에 없는데 어떻게 쇠 냄새가 나지?’ 싶어도 무리가 아니다.

탬버린즈 홀리메탈 | 서늘한 측백나무와 세이지로 시작해 인센스와 크롬같은 날카로운 금속 냄새가 감도는, 우주를 숭상하는 신흥 종교 같은 젠더리스 퍼퓸, 50mL 14만9천원. 디에스앤더가 라디오 봄베이 | 인도 뭄바이에 있을 법한 오래된 샌달우드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뿜어낸 달아오른 구리, 나무 냄새에 이어 코코넛, 복숭아, 암브레트, 앰버그리스가 뭉근히 피어나는 젠더리스 오 드 퍼퓸, 50mL 22만9천원. 볼름에릭스 빌런 | 쐐기풀, 카다멈이 톡 쏜 후 금속성 튜베로즈가 피어나고 곧 머스크, 샌달우드가 감싸 안는, 알고 보면 인간적인 악당 같은 남성용 오 드 트왈렛, 50mL 7만9천원. 옛새 미드데이쇼크 오 드 퍼퓸 | 알데하이드를 더한 강렬한 시트러스로 시작되지만 앰버, 머스크, 이소이수퍼가 부드러운 ‘살 냄새’로 남는 젠더리스 오 드 퍼퓸, 50mL 8만8천원.

마니아용

향료의 왕으로 꼽히는 다마스크 장미 에센스는 항상 공급이 부족해 고가이며, 생산량과 품질도 들쭉날쭉해 제라늄, 팔마로사 에센셜 오일 등에도 포함된 향기 물질 제라니올(Geraniol)이 널리 쓰였지만 이젠 장미에 캐릭터까지 더한 패키지 같은 향료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예로 로지란 수퍼(Rosyrane Super)는 만개한 장미에 찌르는 듯한 금속 냄새를 더한 지보단(Givaudan)사의 인공 향료로, 고농도면 헤모글로빈, 즉 피냄새처럼 느껴져 개성 강한 니치 향수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천연 장미 향료와 인공 향료를 얼마나, 어떻게 썼는지는 역시나 조향사의 톱 시크릿.

메종 프란시스 커정 바카라 루쥬 540 | ‘쇠맛’계의 전설, 커정의 바카라 250주년 기념작, 비터아몬드, 사프란, 재스민의 금속성 꽃 향에 전나무 수지, 시더우드, 앰버그리스와 설탕이 따스하지만 치명적인 젠더리스 엑스트레 드 퍼퓸, 70mL 62만원. 겔랑 라르 & 라 마티에르 로즈 바바르 | 가시를 드러낸 붉은 장미를 천연 다마스크 장미와 알데하이드, 꿀, 패출리, 라즈베리, 우디 노트로 구현한 시프레 계열 젠더리스 오 드 퍼퓸, 100mL 52만원. 세르주 루텐 라 휘 드 베흘랑 | 장미와 제라늄이 폭발적 꽃 향과 꿀, 풀, 금속 냄새를 내뿜고 팔마로사에서 패출리, 이끼로 이어지며 쌉싸래해지는 음울한 도시 장미 향 젠더리스 오 드 퍼퓸, 50mL 9만7천원, 100mL 17만2천원. 존 리치몬드 블랙메탈 우먼 | 런던 하드록 클럽에서 밤새 공연을 즐긴 것 같은 향. 레몬 얹은 체리 칵테일, 가죽, 담배 연기, 꽃 향의 하모니 후 통카빈, 패출리, 앰버로 노곤해지는 여성용 오 드 퍼퓸, 100mL 1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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