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잘 자면 삶은 생각보다 쉽게 흘러간다’는 말처럼 어제의 잠은 오늘의 생산성과 기분에 마땅히 영향을 준다. 자기 전 운동하기, 카페인 섭취 피하기, 스마트폰 보지 않기와 같은 규칙은 십계명처럼 각인돼 있지만 문제는 따르지 못할(않을) 때가 더 많다는 것. 애당초 ‘잠에 푹 빠져들 수 있는 집’이라면 어떨까? 홈 퍼니싱 브랜드 이케아가 ‘최적의 수면을 위한 솔루션’을 준비했다며 초대장을 보내왔다. 장소는 1943년 이케아가 시작된 스웨덴의 작은 마을 엘름훌트(A..lmhult). 그런데 어째서 ‘잠’일까? ‘최적의 수면’ 캠페인 공식 대변인 에바마리아 뢰네고르드는 이렇게 답했다. “매년 전 세계 63개국 1000개 이상의 가정을 방문해 정성적 데이터를 수집해요. 이를 통해 사람들이 더 나은 일상을 위해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통찰을 얻죠. 많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하루를 잘 영위하기 위한 에너지를 얻고 그것을 종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합니다. 그 시작점은 다름 아닌 수면이죠.” 가구, 수납, 침대, 텍스타일, 조명, 주방과 욕실 제품, 가전, 홈데코···. 이토록 다양한 제품군이 말해주듯 이케아는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에 관심이 많다. 그 활동은 곧 일상을 뒷받침하는 리추얼이고, 이는 개인의 성향이나 처한 상황, 지갑 사정에 따라 제각각이다.
또 하나의 활동이 다른 것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다. 이를테면 잘 정리된 침실이 좋은 베개 못지않게 숙면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이케아는 숙면을 위한 ‘특급 처방’ 대신 여섯 가지 테마(안락함, 조명, 온도, 소리, 실내 공기, 정리정돈)로 구성된 여섯 개의 방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수면과 직결된 제품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더러 있었다. 다채로운 수납방식을 갖춘 장이나 책장에 꼭 들어 맞는 스피커가 그랬다. 의문도 잠시 ‘사람은 평생 무언가를 찾는 데 5000시간을 보낸다’는 설명에 아침마다 옷과 안경을 분주히 찾는 일상이 느낌표처럼 솟아올랐다. 스피커 둘 곳이 마땅치 않아, 밤마다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놓고 ASMR을 켜는 내 오랜 습관까지. 글로벌 디자인 매니저 요한 에이데모에게 ‘숙면에 도움을 준 제품’을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 역시 의외였다. “침실의 수납장입니다. 저와 아내는 기상 시간이 다른데, 필요한 물건을 금방 찾아 상대를 깨우지 않을 수 있어요. 또 써 보고 나서 안 사실이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제겐 공기청정기가 마법 같은 효과를 내더군요. 아마 수면 솔루션으로 공기 청정기를 바로 떠올리진 않을 겁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한 사소한 발견에 주목하는 이유죠.”
좋은 잠에 대한 이케아의 목표는 세대를 아우른다. 야심 차게 소개한 ‘엘스크베르드(A..lskva..rd)’는 이동식 바스켓 형태의 아기 침대로, 측면부에 메시 소재를 사용해 쾌적함은 물론 질식 사고를 막는 것이 포인트다. 디자이너는 “아이가 잘 자야 부모도 잘 잔다”며 자신 역시 세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했다. 이윽고 비밀스러운 ‘이케아 테스트 랩’에 발을 내디뎠을 땐 오랜 편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매트리스 내구성과 쾌적성 개선을 위해 사람 몸통만한 통나무를 수만 번 굴리고, 누웠을 때 하중이 더 강하게 가해지는 부분(어깨나 엉덩이 등)과 땀 흡수 시간을 체크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졌다. ‘가성비 대표 주자’의 제품이 이렇게 지난한 과정을 거쳐 업그레이드돼 왔다니! 여기에 시대별로 전개된 이케아 뮤지엄의 방대한 컬렉션을 두 눈으로 확인하며 그들이 집을 최적화해 온 역사를 체감했다. “수면 문제를 단순화해 보려고 합니다. 때론 좋은 수면과 관련된 방법이 너무 과학적이고 달성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여,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죠. 물론 홈 퍼니싱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제품을 통해 더 나은 일상에 기여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니까요.” 좋은 잠을 위해 이케아와 떠난 짧고도 긴 여정, 그 끝엔 어떤 후련함과 기대가 동시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