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빚어낸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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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한국식 방을 새롭게 제안하는 〈방(房), 스스로 그러한〉전이 당신에게 던진 질문이 있다면
작품은 앞뒤로 전통 한옥 풍경을 접하고 있는 외부이면서 건물 내부 공간에 위치해 있다. 말하자면 병산서원의 만월대 같은 반 외부공간 혹은 중간적 장소라는 독특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때문에 내·외부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그 경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형태와 색감을 고민했다. 무언가를 더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곳이었다.
종이접기 하듯 흙을 자유롭게 구부리거나 펴고, 온몸을 움직이면서 작업하는 것으로 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스툴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됐나
대부분의 작업은 판 작업 방식으로 성형된다. 종이처럼 펼쳐진 2차원 점토판 아래에서 행해지는 움직임으로 생겨나는 형상, 유연한 판들을 세워 올릴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굴곡의 연결을 모색한다. 이번 작품 또한 그런 움직임을 연결해서 제작했다. 흙으로 빚어내는 작업의 매력은 처음 매력을 느낀 것은 어떤 형상이든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덩어리’라는 사실이었다. 항상 결과를 계획하기보다 ‘무엇이 되는가’에 관심을 가지며, 이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삶에서 견지하려는 태도와 일치한다. 흙을 처음 다루던 시점의 내 상황, 새로운 삶을 탐색하던 고민과 불안, 끊임없는 가능성의 모색 등이 작업에 투영됐다. 작업 과정에서 나를 비롯해 여러 힘의 얽힘과 흐름에 따라 작품이 창조된다. 결국 열린 삶에 대한 소망에서 비롯됐다.
한국 전통 요소에 현대성을 부여하고, 전통과 동시대의 것을 결합하려는 이번 작업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큰 화두였나
작가로서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전통과 현대는 시간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분되지만, 둘 다 자연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성 원리는 비슷하다. 단지 시점만 다를 뿐이다. 작업도 내 시간의 흐름 속 한순간을 반영한 것이다. 특정 시점의 차이나 결합보다 변해온 과정과 물성과의 상호작용에 충실하고 싶었다.
공간과 공간과의 관계, 공간과 주변의 관계를 한국적 자연미의 주요 지점으로 봤다
한국의 아름다움은 하나의 오브제, 건축 등 개별적 특성에서 올 수 있지만, 한국적 자연미는 이들이 이루는 관계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놓이는 방식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이로 인해 공간이 가지는 가능성에 아름다움이 내재돼 있다. 내 작품도 하나의 형태보다 작품이 놓이는 공간에 따라 빚어지는 분위기에 주목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자들이 스툴에 앉아 무엇을 느끼고 사유하길 바랐나
온전히 열려 있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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