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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도 눈이 내린다고? 에디터의 사파 여행기

‘인도차이나의 지붕’으로 불리는 사파. 6292.5m의 케이블카가 설치된 2016년 이후 단숨에 인기 여행지로 등극했다. 날씨가 맑을 때면 아래로 펼쳐진 멋진 계단식 논밭을 목격할 수 있다.

‘인도차이나의 지붕’으로 불리는 사파. 6292.5m의 케이블카가 설치된 2016년 이후 단숨에 인기 여행지로 등극했다. 날씨가 맑을 때면 아래로 펼쳐진 멋진 계단식 논밭을 목격할 수 있다.

총 35인까지 탑승 가능한 케이블카가 위쪽으로 향할수록 베트남 북부의 풍부한 자연을 목격할 수 있다.

총 35인까지 탑승 가능한 케이블카가 위쪽으로 향할수록 베트남 북부의 풍부한 자연을 목격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짱안 자연지구를 나룻배로 순회하는 코스는 1시간 30분부터 시작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짱안 자연지구를 나룻배로 순회하는 코스는 1시간 30분부터 시작한다.

동굴과 사원 등이 중간중간 모습을 드러내는 짱안경관단지. 어느 순간 여행자도 함께 노를 젓는데 동참하게 된다.

동굴과 사원 등이 중간중간 모습을 드러내는 짱안경관단지. 어느 순간 여행자도 함께 노를 젓는데 동참하게 된다.

부끄럽지만 베트남을 떠올릴 때 해변과 따뜻한 기후 외에 다른 풍경을 상상하지 못했다. 호이안과 다낭의 부드러운 바람, 호찌민의 열기, 나트랑 해변의 새하얀 모래와 푸꾸옥의 에메랄드빛 바다같이 베트남 중부와 남부의 아름다움만 겨우 눈치챈 탓이다. 하지만 1650km로 길쭉하게 뻗어 있는 베트남은 그만큼 다채로운 풍경을 품고 있다. 라오스와 중국의 산맥과 맞닿은 베트남 북부의 풍광을 경험하고 싶다면 어디로 향해야 할까? 답은 정해져 있다. 바로 수도 하노이! 매년 5%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꾸준히 기록하며 2023년에는 인구 1억 명을 돌파한 베트남의 수도인 만큼 시내 바깥의 풍경은 날이 다르게 변하는 중이지만, 도시의 랜드마크인 호안 끼엠(Hoan Kiem) 호수를 중심으로 1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36개의 거리가 촘촘하게 이어진 구시가지는 도시의 역사와 역동성을 짐작하게 한다. 비좁은 골목을 전통 이동수단 시클로에 올라타 자동차와 오토바이 틈새로 감상할 것. 없는 게 없는 하노이에서 마음의 준비를 한 뒤, 베트남 산악지대를 목도하기 위해 국경 최북단인 라오 까이(Lao Cai)로 향했다.

 활기찬 사파 시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숙소인 호텔 드 라 쿠폴 엠갤러리.

활기찬 사파 시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숙소인 호텔 드 라 쿠폴 엠갤러리.

총 249개 객실에 콜로니얼 양식을 차용한 건물 곳곳은 소수민족의 유산에서 영감받은 소품으로 꾸며져 있다. 호텔 최고층에 자리한 바 압생트(Absinte)

총 249개 객실에 콜로니얼 양식을 차용한 건물 곳곳은 소수민족의 유산에서 영감받은 소품으로 꾸며져 있다. 호텔 최고층에 자리한 바 압생트(Absinte)

이동 방법은 열차를 타거나 침대가 있는 슬리핑 베드로 이동하는 것이 보편적. 하노이에서 라오 까이의 가장 번화한 산악 마을인 사파(Sa Pa)까지 직선 거리는 315km로,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보다 짧지만 중간 지점부터 좁은 산길을 달려야 하는 만큼 리무진으로도 6시간이 훌쩍 넘는 주행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길. 해발 3143m로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판시판(Fansipan) 산의 매력에 일찌감치 눈뜬 프랑스인이 20세기 초반부터 하이킹 명소로 개발한 덕에 사파 시내는 반짝이는 불빛과 경쾌한 음악으로 먼 길을 달려온 여행자를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좁고 가파른 길목과 크고 작은 리조트, 호스텔, 숍 사이에 우뚝 선 5성급 ‘호텔 드 라 쿠폴 엠갤러리’는 여정 중 휴식을 취하기에 가장 완벽한 장소다. 또 다른 장점은 20분 만에 판시판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케이블카로 직행하는 퍼니큘라 역과 이어져 있다는 것. 푹신한 침대에서 눈뜨고 따뜻한 욕조 물로 몸을 녹인 뒤, 슬쩍 밖을 바라보니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사파 여행에 앞서 염두에 둬야 할 게 있다면 바로 변덕스러운 기후! 사흘 중에 이틀은 자욱한 안개에 휩싸일 확률이 높으니 모처럼 먼 길에 오른 만큼 넉넉하게 일정을 할애하기를 권한다. 마침내 올라탄 케이블카 아래로 펼쳐진 풍경은 안개에 휩싸인 채로도 정취를 뽐냈다.

케이블카와 트램에서 내려 계단을 오르면 거대한 불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해발 3000미터가 넘는 높이 때문에 숨이 가파르다.

케이블카와 트램에서 내려 계단을 오르면 거대한 불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해발 3000미터가 넘는 높이 때문에 숨이 가파르다.

오랜 시간 이곳을 지켰던 소수민족이 삶의 터전으로 개간한 계단식 논과 밭이 펼쳐진 풍경은 산악지대의 삶을 상상하기에 충분했다. 안개가 없었다면 아찔할 수도 있는 높이. 베트남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선월드에서 ‘판시판 레전드(Fansipan Legend)’라는 복합관광단지로 적극 개발에 나선 만큼 뷔페 레스토랑은 물론, 근방에 소수민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복각한 메이 빌리지(Ban May) 등 볼거리를 한 번에 즐기면서 모험심까지 충족할 수 있다. 사전 예약 시 소수민족의 전통 식사도 맛볼 수 있으니 기회를 놓치지 말 것. 앗, 그리고 사파를 여행할 때 주의해야 할 또 하나. 베트남에서 거의 유일하게 눈을 볼 수 있는 장소인 만큼 고산지대의 다습한 한기가 차갑게 몸을 파고든다. ‘그래도 베트남인데?’라고 생각하지 말고 가벼운 방한용품을 꼭 챙길 것. 한 번 더 강조하지만 베트남은 길고 넓다.

닌빈을 대표하는 유적지인 호아루. 베트남 최초 통일 왕조의 유산인 10세기 건축양식이 남아 있다.

닌빈을 대표하는 유적지인 호아루. 베트남 최초 통일 왕조의 유산인 10세기 건축양식이 남아 있다.

호아루 유적에서 차로 15분 남짓 떨어진 호아루 앤시언트 타운에는 고층 석탑인 바이딘 파고다(Bai Dinh Pagoda)를 중심으로 가게와 식당이 즐비해 닌빈의 나이트 라이프를 엿볼 수 있다.

호아루 유적에서 차로 15분 남짓 떨어진 호아루 앤시언트 타운에는 고층 석탑인 바이딘 파고다(Bai Dinh Pagoda)를 중심으로 가게와 식당이 즐비해 닌빈의 나이트 라이프를 엿볼 수 있다.

베트남 북부 여행의 기점인 하노이. 베트남항공 인천~하노이 노선은 1일 3~4회 편성된다. 하노이의 명물인 기찻길 거리에 들러 에그 커피를 마시는 것도 잊지 말길.

베트남 북부 여행의 기점인 하노이. 베트남항공 인천~하노이 노선은 1일 3~4회 편성된다. 하노이의 명물인 기찻길 거리에 들러 에그 커피를 마시는 것도 잊지 말길.

주민들의 삶과 배낭여행자들의 삶이 뒤섞인 땀꼭. 노을 진 호수 주변을 소규모 게스트하우스들이 에워싸고 있다.

주민들의 삶과 배낭여행자들의 삶이 뒤섞인 땀꼭. 노을 진 호수 주변을 소규모 게스트하우스들이 에워싸고 있다.

땀꼭 중심부에 자리한 에메랄다 리조트. 아웃도어 수영장은 물론 레스토랑과 스파의 수준도 가격대비 훌륭하다.

땀꼭 중심부에 자리한 에메랄다 리조트. 아웃도어 수영장은 물론 레스토랑과 스파의 수준도 가격대비 훌륭하다.

베트남 북부의 자연을 또 다른 방식으로 체험하고 싶다면 이제 닌빈(Ninh Binh)으로 향할 차례. 하노이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달리면 도달하는 닌빈 성에는 2014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짱안(Trang An) 자연지구가 있다. 사오캐(Sao Khe) 강을 따라 형성된 기암절벽과 자연 동굴, 희귀 포유류 종을 포함해 3만 년 전에 살았던 다양한 생물의 흔적이 지금까지 발견되는 이곳의 풍경을 나룻배를 타고 눈에 담을 것. 비옥한 강을 따라 펼쳐진 논과 밭의 풍경도 이곳이 사랑받는 이유다. 낮 시간 동안 자연을 즐겼다면 저녁은 유럽 배낭여행자들의 성지인 땀꼭(Tam Coc) 지역으로 향하자. 작은 호수를 품은 로컬 리조트, 에메랄다(Emeralda)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터전과 베트남의 전통 호롱으로 장식한 크고 작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 에너지가 활기차게 뒤섞인 근교 여행지다. 평소 완전한 도심이나 리조트에 머물며 베트남의 일부만 맛봤다면, 하교 중인 아이들과 저녁이면 호숫가 근처에 모여 에어로빅을 하는 할머니들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이 마음에 들 거다. 그리고 잊지 말길. 이 모든 여행의 기점은 하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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