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후아힌의 럭셔리 웰니스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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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의 ‘테이스트 오브 시암’ 레스토랑과 수영장 전경.

해 질 녘의 ‘테이스트 오브 시암’ 레스토랑과 수영장 전경.

“잘 지내세요?”란 일상적인 안부 인사에도 “아뇨, 요즘 좀 버겁네요”라고 답할 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2월, 태국 왕실의 휴양지로 알려진 후아힌 지역의 웰니스 리조트 치바솜(Chiva-Som)에 다녀왔다. 방콕에서 차로 약 세 시간 달리면 도착하는 도시, 후아힌의 첫인상은 시끌벅적한 관광지보다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는 사람들과 잔잔한 파도가 흐르는 바다, 로컬의 맛과 멋이 어우러진 휴양 도시에 가까웠다. 큼지막한 프랜차이즈 호텔이 즐비한 구역을 지나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자 약 2만8000m2의 규모로 조성된 정원으로 둘러싸인 치바솜 후아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태국어로 ‘생명의 안식처’를 의미하는 치바솜은 무려 30년 전인 1995년, 창립자 분추 로자나스티엔(Boonchu Rojanastien)의 비전에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족과 친구를 위한 공간이었으나 태국 내 웰니스에 대한 개념을 넓히려 했던 그의 비전에 따라 모두에게 오픈된 리조트로 자리매김한 것. ‘무엇보다 인생을 즐겨라(Above All, Enjoy Your Life)’는 창립자의 모토는 리조트의 다양한 트리트먼트와 테라피, 웰니스 요리 등을 통해 고스란히 구현된다.

스파 릴랙세이션 공간.

스파 릴랙세이션 공간.

리조트에 들어가 짐을 푼 다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웰니스 엑스퍼트와 본인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대화를 나누는 것. 한 시간가량 진행된 상담은 내가 이 리조트에 오게 된 계기부터 식습관 & 수면 패턴, 아침부터 밤까지의 에너지 레벨, 스트레스를 받을 때 느끼는 몸과 마음의 변화, 소화와 면역, 신경계와 관련된 디테일한 증상에 관한 내용으로 이뤄졌다. 이 대화를 기반으로 전문가가 스파와 홀리스틱 건강, 피트니스, 물리치료, 미용, 영양 등 여섯 가지 웰니스 모듈 기반의 리트리트 중 나에게 가장 필요한 트리트먼트를 제안하고, 이에 따라 숙박 일정에 따른 일정표가 나온다. 최소 3박 4일은 머물러야 프로그램의 효과를 느낄 수 있기에 치바솜 후아힌은 최소 4일에서 최대 15일까지 숙박 기간을 제안한다. 에디터는 수면 부족과 만성적인 스트레스, 그로 인한 두통과 심혈관계의 경미한 이상 증상, 목과 어깨의 뻣뻣함으로 인해 몸과 마음의 긴장감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스파 웰빙 트리트먼트를 제안받았다. 스파 타입은 태국 마사지와 아로마 오일 마사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리조트의 시그너처 프로그램 외에는 본인이 원하는 부위에 집중한 마사지 프로그램으로 변동 가능하다. 또 리조트 내에서 요가와 필라테스, 명상,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 태국 요리 교실, 유기농 정원 방문 등 매일 최대 아홉 가지의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어 사전에 신청하기만 하면 어떤 수업이든 참여할 수 있다.

프라이빗 비치에서의 러닝.

프라이빗 비치에서의 러닝.

자연과 조화를 이룬 타이 파빌리온 및 스위트 객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타이 파빌리온 및 스위트 객실.

그중 에디터는 리조트의 웰니스 식단 근간이 되는 유기농 정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치바솜 후아힌은 몸과 마음, 영혼의 균형을 바탕으로 한 통합적 웰빙과 지속 가능한 럭셔리를 추구하는 리조트답게 그들의 유기농 정원에서 가꾼 재료를 활용해 맞춤형 건강 식단을 제안한다. 매 끼니 재료 본연의 향과 식감이 다채로워 먹는 재미가 있던 터라 흙내음 가득한 정원에서 셰프의 설명과 함께 듣는 재료 이야기는 생각보다 재밌고 흥미로웠다. 사실 리조트에 가기 전에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공공장소 디지털 디톡스’였다. 본인의 방을 제외한 모든 장소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한다는 것. 별다른 알람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마치 습관처럼 메일을 새로 고침하고, 밥 먹을 때도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거나 이어폰을 끼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던 에디터에게 ‘과연 이게 가능할까?’란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

디톡시파잉 발네오테라피 (Balneotherapy)를 받는 모습.

디톡시파잉 발네오테라피 (Balneotherapy)를 받는 모습.

첫날 저녁, 레스토랑에서 무심코 스마트폰을 꺼내 테이블 위의 음식 사진을 찍는 걸 제지당한 이후로 가방에 스마트폰 대신 책을 한 권 넣어 다니기 시작했다. 각각의 프로그램 사이에 짧게는 30분, 길게는 한 시간 정도 텀이 있었는데, 숙소에 다녀오기 애매하면 스마트폰 대신 책을 꺼내 읽거나 해변가를 걸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자마자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든 그 감각이 크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넘실대는 파도와 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새, 바람을 타고 살랑대는 나뭇잎을 보며 식사하자 음식 재료 본연의 향과 식감이 입 안에서 피어나는 게 느껴졌고,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을 때도 미처 몰랐던 혹은 오랜 시간 무시했던 내 몸과 마음의 세세한 감각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시원하게 탁 트인 베이딩(Bathing) 파빌리온.

시원하게 탁 트인 베이딩(Bathing) 파빌리온.

이렇듯 본인의 몸과 마음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도와주고 그에 꼭 맞는 트리트먼트를 몸이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치바솜은 올해 30주년을 맞아 더욱 혁신적인 신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대화 치료와 음악, 사운드 테라피, 예술 표현을 통해 내면의 성찰과 스트레스 감소를 도와주는 ‘감정 성장 프로그램’과 순간 스피드와 반사신경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운동기구를 활용해 신체의 민첩성과 협응력을 높이는 블레이즈포드 뉴로 근육 훈련을 포함한 ‘장수 라이프스타일 구축’, 체중 감량 약물 중단 후 건강한 체중 유지와 근육 보존을 지원하는 ‘대사 리셋 프로그램’ 등이 바로 그것. 특히 리조트가 문을 연 4월에는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태국의 유명 뮤지션이자 웰니스 수행자인 노테 판양굴(Note Panayanggool)과 함께 바다의 리듬을 들으며 호흡과 소리, 창의력의 조화를 도모하는 특별 프로그램과 각종 숙박 프로모션도 준비돼 있다. 리조트에 머물며 계속해서 ‘웰니스란 무엇인지’ 자문했다. 단순히 잘 먹고 잘 쉬는 것? 삶의 주체와 대상에 대한 균형 감각을 상실한 채 번아웃을 겪던 에디터에게 치바솜 후아힌에서 보낸 사흘간의 여정은 ‘숨’을 쉬며 ‘쉼’의 시간을 갖고 다시 한 번 자아가 곧추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웰니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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