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갈 수 있는 서울 스피크이지 바 3

498

술집을 선택할 때 술과 안주 만큼 중요한 것이 분위기입니다. 얼마나 멋진 공간을 가진 술집을 선정하는 지가 그날의 데이트 퀄리티를 결정하기도 하죠. 편한 동네 단골 주점이나 검증된 맛의 프랜차이즈 펍도 좋지만 조금 특별한 날을 만들고 싶을 때. 상대방에게 깜짝 놀라게 해줄 이색적인 술집들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입니다.

‘은밀하게 말하다(Speakeasy)’라는 뜻의 스피크이지 바는 1920년대 미국, 대대적으로 금주령이 내리면서 정부의 눈을 피해 몰래 운영하던 무허가 주점이나 주류 밀매점을 뜻하는데요. 겉보기에는 치즈 가게, 미용실, 창고 등 일상적인 공간이지만, 안쪽에 위치한 비밀의 문으로 들어가면 은밀하고도 널찍한 바 공간이 나오는 거죠. 물론 공공연하게 알리는 것은 금기시 되고요. 금주령은 1933년 막을 내렸지만 2000년대 초반 뉴욕 곳곳에 스피크이지 바가 생기면서 히트를 쳤고 우리나라에도 곳곳에서 아주 비밀리에 스피크이지 바가 운영되고 있죠. 재미있는 건 스피크이지 바 마다 비밀의 문이 모두 달라 개성과 취향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거예요. 이 때문에 어딜 가든 스피크이지 바라면 실패가 없다는 말도 있다고 하네요. 오늘은 서울에서 쉽게 갈 수 있는 스피크이지바 세 군데를 몰래 소개해 드릴게요. (속닥)

성수 신데렐라

성수동에는 워낙 팬시한 가게들이 많은 만큼 스피크이지 바도 네 군데나 위치해있는데요. 그중 한 군데가 바로 여기 신데렐라입니다. 상호명과 위치에서 눈치 채셨겠지만, 이곳은 구둣방 모습을 하고 있어요. 구두 거리로 유명한 성수동의 특징을 그대로 차용했죠. 스피크이지 바 답게 외관만 보면 금방 전까지도 구두 장인이 작업을 하던 공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요. 앤틱한 소품들 사이 벽시계 옆 구두 작업대를 슬쩍 밀어보면 비밀의 문이 열리게 되죠. 가장 먼저 보이는 ‘You can be the main character’는 만화영화 〈신데렐라〉를 연상케 하고요. 이제 주인공인 당신은 마음에 드는 구두를 고르게 됩니다. 무슨 소리냐면, 이곳의 창작 칵테일은 ‘추’, ‘페레가’ 등 구두 모양 컵 받침에 놓여서 플레이팅 됩니다. 파리 풍의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향 좋은 칵테일을 몇 잔 즐기다 보면 여기가 한국이 맞나 싶을 정도죠. 사장님의 섬세한 브랜딩이 돋보이네요.

힌트 벽시계 옆 구두 작업대

위치 성동구 아차산로7가길 3-4 (성수역 1번 출구)

영업시간 17:00~24:00 (토요일은 16:00~01:00)

동대문 장프리고

정보가 없으면 아예 찾아갈 수 없는 곳입니다. 한적한 동네에 그저 과일 가게가 하나 자연스레 위치하고 있어 그냥 지나치기 마련이거든요. 다만 과일 가게에 주인은 없고 냉장고가 심하게 많습니다. 바로 이 냉장고 맨 왼칸이 장프리고의 문 되겠습니다. 냉장고로 들어가면 정말 미로 같은 2층짜리 구조가 드러나는데요.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과일 향과 프리즘 빛깔이 오감을 사로잡습니다. 여기는 주문 방법도 특이한데요. 먼저 자리에 착석하면 오렌지, 사과 등 테이블에 놓여진 과일들이 테이블 번호가 되고요. 한 켠에 놓인 공중전화에 코인을 넣고 테이블 번호를 말한 뒤 주문하는 방식입니다. 과일 가게 컨셉에 걸맞게 칵테일은 ‘투 페어’, ‘자몽슈페너’, ‘애플 시나몬 펀치’ 등 과일을 이용한 창작 칵테일이 나오고요. 뇨끼나 파스타 종류도 수준급으로 준비되어 있어 저녁 식사 장소로도 안성맞춤입니다. 다 먹고 알딸딸한 기분으로 냉장고 밖으로 나오면, 다시금 조용한 동네로 돌아오며 마치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될 거예요.

힌트 대형 냉장고 왼칸

위치 중구 퇴계로62길 9-8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4번 출구)

영업시간 18:00~01:30 (일 17:00~24:00, 월 정기휴무)

이태원 불꽃

이국적인 가게들이 즐비한 이태원답게 이곳 또한 홍콩의 상점을 연상케 하는 외관이 반깁니다. 그러나 대문을 열고 들어가도 이곳이 무슨 가게인지 인지하기 힘든데요. 그저 대기 의자와 화장실 세면대, 그리고 거울만 덩그러니 달려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거울을 살짝 밀어보면 놀랍도록 감각적인 공간이 펼쳐집니다. 메인 컬러인 레드를 바탕으로 하나 같이 라운드형으로 짜여있는 집기들과 예쁜 접시, 감도 높은 인테리어가 제대로 찾아왔다는 확신을 갖게 만들죠. 이곳은 ‘차이니즈 분식바’’라는 정체성을 가진 만큼 술집보보다는 밥집에 가까운데요. 마라떡볶이, 고기튀김 짜장면, 닭껍질 튀김 등 분식에 중식을 접목한 창작 요리를 선보입니다. 이곳의 특별한 점은 널찍한 롱 테이블이 많다는 건데요. 단체 모임할 때 프라이빗한 아지트를 원한다면 팀원들에게 이곳을 추천해봐도 좋겠네요.


힌트 화장실 거울

위치 용산구 보광로 72 (이태원역 4번 출구)

영업시간 12:00~22:00 (월,화 정기휴무)

+1
0
+1
0
+1
0
+1
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