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키 진주가 특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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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에는 시간이 깃든다. 수백만 년을 땅속에 묻힌 채 자라나고, 살아 있는 생명 속에서 조용히 태어나기도 한다. 그중 진주는 생명이 만들어낸 유일한 보석이다. 살아 있는 조개가 품어낸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연마하거나 깎지 않아도 그 자체로 완성된 형태로 태어난 이 보석은 인간의 손과 자연의 시간, 기술이 정교하게 맞물릴 때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된다. 지난 4월, 일본 주얼리 하우스 타사키가 운영하는 진주 양식장과 아틀리에를 직접 찾아 타사키의 주얼리가 만들어지는 모든 여정을 함께했다. 진주 양식부터 디자인, 세공,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하는 하우스이기에 그만큼 깊은 철학과 노하우를 엿볼 수 있었다. 첫 방문지는 나가사키현의 구주쿠시마 해역.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청정 해역으로, 국립해양공원으로 보호받는 구역이자 타사키의 진주가 자라는 공간이다.

고베에 있는 타사키 아틀리에에서 장인의 손으로 완성되는 진주 주얼리. 깊은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타사키 진주 조개. 수작업을 위해 준비된 아틀리에의 도구들.

후쿠오카 공항에서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양식장은 소담한 규모지만 체계적 시스템을 갖춘 곳이었다. 타사키는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조개를 선별하고, 조개의 먹이인 플랑크톤까지 자체 배양하며 조개의 성장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성장 초기에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할 만큼 작은 조개를 여러 탱크에 옮기면서 키우는데, 모든 단계에서 철저한 심사를 시행하고 기준을 충족한 조개만 선별해 진주 핵을 삽입한다. 아코야 진주 조개의 껍질로 만든 0.5cm 남짓한 크기의 핵을 조개의 특정 위치에 정확히 삽입하는 데는 극도의 섬세함이 요구된다. 조개의 생존과 진주의 품질 모두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핵을 품은 조개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 깊고 맑은 구주쿠시마의 바닷속에서 수개월에 걸쳐 천천히 진주를 만들어낸다. 진주가 바다에서 보낸 시간을 마치고 도착하는 곳은 고베. 타사키가 브랜드의 첫걸음을 내디딘 도시이자, 하우스의 모든 주얼리가 제작되는 아틀리에가 자리한 곳이다. 아틀리에는 한 해 동안 수확한 진주를 모아 선별 작업을 시작한다. 크기와 색, 광택, 표면의 흠집 여부 등 까다로운 기준 아래 여러 번에 걸쳐 반복 선별해 최고 중 최고의 진주만 골라낸다.

고베에 있는 타사키 아틀리에에서 장인의 손으로 완성되는 진주 주얼리.

고베에 있는 타사키 아틀리에에서 장인의 손으로 완성되는 진주 주얼리.

청정 해역인 구주쿠시마의 타사키 진주 양식장.

청정 해역인 구주쿠시마의 타사키 진주 양식장.

이때 장인들은 형광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오직 북쪽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으로 진주의 색과 광택을 구별해 낸다. 그래야만 진주 본연의 색과 빛을 정확히 판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별된 진주는 타사키 주얼리의 재료가 된다. 타사키는 다이아몬드 역시 직접 가공한다. 완성된 보석을 구매해 세팅하는 방식이 아니라, 원석을 직접 커팅하고 세공하며 원석이 지닌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고민한다. 이는 ‘디자인에 맞춘 보석’이 아닌, ‘보석에 맞는 디자인’을 만들어낸다는 철학에서 비롯된다. 진주와 다이아몬드가 모두 준비되면 본격적 주얼리 제작이 시작된다. 몰드를 뜨고, 금속을 깎고, 진주와 다이아몬드를 섬세하게 세팅하는 과정까지 모든 단계는 고베 아틀리에의 장인들이 직접 완성한다. 한 점의 주얼리에는 수많은 시간과 손길 그리고 판단이 집약된다. 하나의 진주 주얼리가 완성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진주는 본질적으로 ‘기다림’의 보석이다. 생명에서 시작해 사람의 손과 기술, 안목을 거쳐 찬란한 형태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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