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천장 아래 만개한 꽃들이 공간을 채우고 바닥에 내려앉은 꽃잎들은 수련처럼 흩어져 은은한 분위기를 더한다. ‘초이문 아티산 플라워(Choimoon Artisan Flowers)’ 청담 아틀리에를 해사하게 물들인 이 아트 워크는 플라워 아티스트 초이문의 작품이다. 그녀의 손을 거쳐 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예술이 된다. 작업은 꽃의 본질적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해 유럽의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완성하는 오트 쿠튀르 드레스처럼 정교한 기술을 더해 완성된다. 그것도 꽃이 피고 지는 과정에서 삶의 진리를 발견하고, 자연과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말이다. 바로 초이문 아티산 플라워가 선보이는 꽃이 섬세하면서도 힘 있고, 자연스럽지만 감각적인 이유다.

푸른 정원 같은 아틀리에 한쪽에 서 있는 플라워 아티스트 초이문.

클로드 모네의 빛과 색채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한 ‘광휘의 꽃잎, 시간의 흐름(Petals of Light, Flow of Time)’.
초이문 아티산 플라워는 오트 쿠튀르 플라워 아틀리에다. 패션에서 차용한 개념을 플라워 디자인에 접목한 이유는
패션은 인간의 감정과 시대의 서사를 직조하는 종합 예술이다. 유럽, 그중에서도 파리의 장인들이 만들어내는 오트 쿠튀르 작품은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인간의 손에서 탄생한 철학적 선언처럼 느껴졌고, 꽃도 이와 깊은 연결점이 있다고 봤다.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순수한 창작물이자 생명의 순환을 상징하는 꽃을 통해 패션의 오트 쿠튀르 정신을 재해석하고, 두 세계를 하나로 잇는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고 싶었다. 내 작업은 인간과 자연, 예술이 만나는 경계에서 탄생한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초이문 아티산 플라워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모든 예술은 결국 진리를 찾는 과정이고, 그것이 형태와 색으로 구현될 뿐이다. 유행에 휩쓸리기보다 본질을 지키는 진정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인간과 자연, 존재에 대한 깊은 생각을 담아내는 방법이다. 내 작업에서는 진정성과 역사적 유산, 지속성이라는 이 세 가지 요소가 필수다. 진정성은 창작자가 내면의 비전을 작품으로 구현하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승화시키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헤리티지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지속성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는 길을 의미한다. 꽃 한 송이를 다룰 때도 그것이 가진 고유한 생명력을 존중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임한다. 자연이 선사하는 다양한 색채를 과감하게 조합하고, 때로는 규칙을 벗어난 자유로운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 자유로움 속에서도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는 것이 핵심. 이는 기술적 차별화를 넘어선, 나만의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접근방식을 보여준다.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정립한 방식이 있다면
크고 작은 요소들이 서로 대립하고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상대성을 생각한다. 자연스러움 속에 의도된 긴장감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꽃 하나하나가 가진 고유한 형태와 텍스처를 존중하되, 그것들이 서로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리듬감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한다. 이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한 배치가 아니라, 자연이 가진 본질적 에너지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일이다.

꽃은 향과 색, 질감 등 다양한 특성이 공존한다. 당신이 우선순위를 두는 요소가 있나
꽃 작업은 감각의 교향곡과 같다. 먼저 시각적 요소인 색과 질감에 귀를 기울인다. 색채는 꽃이 가진 영혼이며, 질감은 그 영혼이 세상과 맞닿는 방식이다. 향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감각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감정을 자극한다. 이런 요소들이 서로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조화가 중요하다. 결국 꽃 작업은 감각과 감정이 만나는 지점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창작세계를 형성하는 데 영감을 주는 원천은
순수미술, 특히 클로드 모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는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그의 ‘수련(Water Lilies)’ 앞에 서면 시간이 멈춘 호수 위에 떠 있는 기분을 느낀다. 빛과 그림자가 춤추는 찰나와 영원이 공존하는 세계,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빛과 색채의 본질을 탐구한 시(詩) 같다. 이는 내가 꽃을 대하는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꽃잎 하나하나를 통해 빛과 색이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 고민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자연의 무한한 가능성과 인간의 해석이 만나는 경계를 탐구하는 계기가 됐다.

높은 천고와 아치형 입구가 유럽 살롱을 연상시키는 초이문 아티산 플라워 청담 아틀리에.

형형색색의 꽃이 모인 이곳은 꽃이 다시 태어나는 작업공간.

모던함 속에서 내추럴리즘이 돋보이는 시그너처 꽃다발.
봄을 맞아 청담 아틀리에에서 선보인 아트워크 역시 클로드 모네가 구현한 빛과 색채의 마법에서 출발했다고
그의 작품 속에서 빛은 단순히 사물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살아 숨 쉬게 만든다. 꽃잎들이 떨어지는 형상으로 모네의 작품 속에 나타난 빛을 표현했다. 꽃잎들을 해체한 뒤 재구성하고, 각기 다른 색채가 서로 섞이고 투영되는 과정을 통해 공간 속에 흐르는 시간을 담아냈다. 초이문 아티산 플라워는 예술을 보다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지만, 개인적인 작업에서는 철학적 탐구를 지향한다. 둘은 서로 다른 길 같지만, 결국 같은 질문으로 귀결된다.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가?’
일상에서 꽃을 부담 없이, 그러나 감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한국에서는 꽃을 즐기는 일이 유럽이나 일본만큼 일상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꽃을 사치품으로 생각하기보다 한 송이의 꽃이라도 자신에게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대했으면 한다. 꽃은 그저 소비재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서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존재다. 작은 꽃 한 송이가 주는 감각적 기쁨은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삶에 작은 쉼표를 선사한다. 나아가 이는 스스로를 더 사랑하고 돌보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틈새를 채우는 소소한 행복의 조각이다.

해체된 꽃잎을 재구성해 자연과 시간의 흐름을 담아낸 작업과 플라워 아티스트 초이문.
플라워 아티스트 초이문의 사적인 일상에 꽃은 어떤 방식으로 스며 있나
꽃이 지닌 힘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깊은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걸 안다. 꽃과 늘 함께하는 삶이지만, 개인 공간만큼은 여백과 환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화려한 어레인지 대신 한 종류의 꽃을 간결하게 꽂거나, 애정하는 오키드 같은 식물을 통해 모던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꽃이 없는 공간은 상상할 수 없지만, 그 존재는 언제나 자연스럽고 편안해야 한다. 꽃으로 공간을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힘으로 삶에 스며들 것을 추천한다.
당신의 플라워 아트가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이 되길 바라나
꽃을 단순히 소비하거나 감상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기를 바란다. 음악이 우리 귀를 즐겁게 하고 마음을 울리듯, 꽃은 우리의 눈과 영혼을 위로하는 자연스러운 동반자다. 탄생과 죽음, 그 사이의 모든 순간에 함께하며, 우리 삶과 연결된 하나의 ‘메타포’라고 생각한다. 플라워 아트를 통해 감각을 깨우고 자신의 내면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길, 나아가 삶을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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