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GREAVES
현실에 작은 판타지를 불어넣는 예술가 조지 그리브스.

그리스 미코노스 섬에 있는 레스토랑을 위해 고대 그리스 신화의 상징적 요소를 재해석했다.
어릿광대가 묘기를 부리는 서커스 공연, 해와 달, 별이 상징처럼 떠오르는 고대 세계. 조지 그리브스의 작업에 등장하는 모티프들은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튀어나온 듯 신비롭고 묘한 친숙함이 느껴진다
작가였던 아버지는 어린 시절 나와 쌍둥이 형제에게 흥미로운 설화를 자주 들려줬다. 그 이야기 속 전형적인 캐릭터들과 상징적 이미지들은 오랫동안 내 기억에 자리했고, 지금 작업 스타일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창작은 살아 있는 거니까. 나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상상력이나 꿈속에서 느꼈던 마법 같은 감각을 포착하기 위해 애쓴다. 그래서인지 내 작업에는 언제나 인간의 원형적 경험이 담긴 이미지들이 배어 있다. 특히 요즘은 어릿광대나 서커스를 주제로 한 세계에 끌린다. 어릿광대가 지닌 유쾌한 긍정에너지가 지금 시대에 필요한 것 같다. 결국 삶을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바보 같은 역할을 하니까.

그리스의 미코노스 섬에 있는 레스토랑을 위한 벽화의 일부.
‘마법 같은 감각’을 길어 올리기 위해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회화, 독서, 특히 건축과 공간이 우리의 내적 경험을 얼마나 강렬하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늘 흥미를 느낀다. 하지만 영감은 어디서든 찾아온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모든 창작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수영장에 몰입감 있는 수중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대 로마와 그리스의 목욕탕에서 볼 수 있는 벽화와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했다.
형제 라파엘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프린티드 굿즈(Printed Goods)’의 시작은
우리 둘은 사업가적 기질을 타고난 것 같다. 예술가로서 삶을 지속하려면 단순히 창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그래서 프리랜서 일에서 벗어나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작업하고, 불규칙한 수입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린티드 굿즈를 설립했다. 쌍둥이로 자라며 자연스럽게 모든 걸 공유하고 소통해 왔기에 역할을 나누기보다 서로 아이디어를 존중하며 협업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비록 시각적 스타일은 꽤 다르지만, 서로에게 꾸준히 영감을 주고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우리만의 고유한 시각적 언어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유리 캐비닛 안 금속 조각으로 장식한 작품 ‘Shooting Stars’.
리소그래프 프린트를 시작으로 쿠션과 담요, 가구, 벽화까지 작업 영역을 넓혀왔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나
20세기 초반의 예술가처럼 작업을 특정 분류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접근방식을 선호한다. 미로, 칼더, 피카소, 마티스 같은 예술가들이 보석부터 셔츠까지 다양한 매체를 다뤘듯이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매체마다 접근방식이 다르고, 형태나 원하는 결과에 따라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이 작업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위스 로잔의 높이 10m 벽에 그린 벽화.
다른 매체에 비해 규모가 큰 벽화를 작업할 때는 기존 작업방식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벽화는 그 규모와 강한 몰입감 덕분에 공간 자체를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일상에서 사람들과 함께 숨 쉬는 실용적인 예술로서 그 공간을 경험하는 이들의 감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이 벽화를 억지로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직관적으로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접근하려 한다. 디자인이 공간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색이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각각의 요소가 어떤 서사를 만들어내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민한다.

실제로 살고 있는 집에도 직접 그린 벽화나 작업물이 가득할 것 같다
집은 내 그림이 확장된 공간이다.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수 있는 실험실이자 작업이 실제 공간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탐구할 수 있는 미적 즐거움의 장소랄까.

홈 인테리어 브랜드 라 카사노(La Casano)를 위해 작업한 아트워크.
생활공간을 새롭게 바꾸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실용적 조언을 해준다면
공간이 주는 감각에 귀 기울이고, 그 감각을 믿고 따라가보라. 대담한 선택을 두려워하지 말고 당신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오브제나 예술 작품을 하나씩 들여보면 좋겠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들이 쌓여 결국 당신만의 고유한 공간이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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