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왜 이렇게 힘들지?’ 싶은 마음에 타인의 삶이 부러워지는 어느날,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tvN 〈미지의 서울〉 미지 혹은 미래일지 모릅니다. 지난 29일, 12부작의 이야기가 끝이 났지만 이 드라마가 남긴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가 건넨 위로는 특별합니다. 얼굴만 닮은 쌍둥이 자매가 서로의 삶을 살아보면서, 스스로에게 좀더 너그러워져도 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거든요.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누구나 각자의 아픔과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타인의 삶을 더욱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고요. 덕분에 보는 이들도 자신의 삶을 다정하게 보듬고 싶어집니다.
#01. 미지의 곁을 지킨 사랑
저마다의 상처를 이겨내고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된 것도 인상 깊게 다가와요. 미지(박보영)는 상담심리사라는 새로운 꿈을 품고 대학에 진학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마음의 상처를 품고 방안에 머물던 미지가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내딛는 데는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으니까요. 이는 그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준 가족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요? 특히 자기혐오에 시달리던 미지에게 할머니 강월순(차미경)이 들려준 말은 유난히 마음에 와닿습니다.
사슴이 사자 피해 도망치면 쓰레기야? 소라게가 잡아먹힐까봐 숨으면 겁쟁이야? 다 살려고 싸우는 거잖아. 미지도 살려고 숨은 거야. 암만 모냥 빠지고 추저분해 보여도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야.
엄마 김옥희(장영남)의 “네가 다른 걸 왜 못해. 너 뭐든 할 수 있다고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어디든 가고 싶은데 가서 너 하고 싶은 거 해. 여긴 엄마가 있으니까 미지 넌 떠나야지”라는 말 역시 뭉클했습니다.
이런 사랑이 있었기에, 미지는 자신의 상처와 마주할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문만 열면 바로 앞에 있으니까, 넌 언제든 문만 열면 돼”라는 대사는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그의 결단을 상징적으로 보여줬어요.
#02. 같은 편이 되어주는 사랑
이호수(박진영) 역시 인생의 벽 앞에서 한동안 멈춰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청력에 이상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챈 순간, 짐이 될까 두려워 연인 미지에게 이별을 고한 장면이 대표적이었죠.
그렇게 고립을 택하려던 호수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낸 건 엄마 염분홍(김선영)이었습니다. 염분홍은 오랜 침묵 끝에 진심을 털어놓으며, 과거 절망했던 자신을 잡아준 이가 호수였다고 말합니다. 호수 입장에선, 사고로 인해 남편을 잃고 피 한 방울 안 섞인 아들까지 거두게 된 분홍이 자신을 원망할 거라 생각했기에, 분홍의 고백은 그의 마음을 녹입니다. 이들이 그간의 오해를 풀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선 먹먹함까지 선사했고요.
“사랑이라는 건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지더라도 끝까지 한 편 먹는 것”이라는 분홍의 조언은 호수와 미지의 서사에서 완벽하게 실현됩니다. 호수가 미지를 끌어안으며 “내 옆에 있어줘, 미지야. 같이 있어줘”라고 하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서로의 ‘같은 편’이 되어줍니다.
#03. 미래와 세진의 새로운 시작 (ft.종영 소감)
미래(박보영)와 세진(류경수)의 마지막도 따뜻하게 그려졌습니다. 미래는 회사를 그만둔 후 딸기 농사로 대박을 터트리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던 세진과 재회하면서 이들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남겼습니다.
이별의 순간도 찾아왔습니다. 쌍둥이 자매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할머니 월순이 생을 마감한 것인데요. 오열하는 미지를 향해 “할머니 계속 오겠다. 미지 힘든 날에 구름으로도 오고 새가 되어서도 오겠다”라는 할머니의 마지막 인사가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여운이 길었던 만큼 배우들의 종영 소감에서도 진심이 느껴집니다. 미지와 미래, 그리고 서로의 삶을 연기하는 두 사람까지 사실상 1인 4역에 나섰던 박보영은 “‘미지의 서울’이라는 작품과 함께한 시간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라면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가 또 다른 위로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호수 역을 연기한 박진영 역시, “누군가를 조용히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호수의 다정한 시선이 저를 오래 붙잡았다”라고 밝혀 여운을 선사했습니다.

이렇게 〈미지의 서울〉은 타인과 나, 모두에게 따뜻한 시선을 건네는 게 진짜 성장임을 보여줍니다. 드라마 명대사를 빌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르는 하루하루이지만- 때로는 힘차게, 때로는 그저 되는 대로 살아가는 순간 오른쪽엔 미지가, 왼쪽엔 미래가 또 다른 내가 되어 응원을 보내주리라 믿는다”라는 박보영의 한마디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것도, 결국 우리 역시 매일 크고 작은 응원이 필요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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