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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젠지는 자신들의 지적 취향을 패션에 반영한다. 지적인 태도 그 자체를 옷 입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 ‘지적인 시크함’을 담은 일명 라이브러리언-코어가 2025년 가장 조용하고 강력한 트렌드로 부상했다. 틱톡 밈으로 시작한 라이브러리언-코어는 얼핏 보면 갑자기 등장한 것 같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됐다. 시작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간다. 일명 너드(Nerd) 패션으로 자신의 세계에 몰입한 비주류 문화로 출발했다. 완벽한 패션보다 지적 활동이나 개인 관심사가 우선인 이들의 내추럴한 면이 의도치 않게(?) 멋스러워 보이는 데서 시작한 것이다. 꾸미지 않은 것 자체가 하나의 스타일로 읽힌 아이러니한 현상이었다. 이후 2021년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독서가 확산되더니 2022년 벨라 하디드의 스트리트 패션을 거쳐 2023년 못생긴 안경과 체크 셔츠가 메인인 긱 시크 패션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우미우의 2023 F/W 컬렉션이 도서관 사서 코어 트렌드의 완성형 같은 존재로 등장했다.

PRADA

SNS 속 사람들도 순식간에 이 문화를 탐닉했다. 2024년에는 책을 읽는 Z세대의 문학적 감성과 흐름을 타고 책이 패션 소품처럼 활용됐고, 카디건을 걸치고 한 손엔 책을 든 북 시크 스타일이 SNS를 점령했다. 그리고 2025년, 마침내 이 모든 요소를 통합한 궁극의 라이브러리언-코어가 완성된다. 한 손엔 책을, 체크 패턴 스커트에 카디건을 걸치고 안경과 하얀 골지 양말 그리고 메리 제인 슈즈를 신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Z세대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 이런 모양새는 1950~1960년대의 아이비리그 룩과 프레피 룩을 연상케 한다. 라이브러리언-코어가 다른 유행보다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그저 스타일만 흉내 내는 것이 아닌, 자기표현에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수많은 마이크로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바이브’에 집중해 진정한 자기표현을 최우선으로 한다. 옷 입는 행위가 ‘나는 지적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자기표현 중 하나인 것이다. 실제로 SNS에서 이들은 책과 도서관을 배경으로 삼아 콘텐츠를 올리며 자연스럽게 지적인 모습을 드러낸 브랜딩을 한다.




이때 #librarycore #librariancore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서로의 정체성을 강화해 책 읽는 하루가 새로운 일상 언어이자 문화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아이비리그와 프레피 패션, 긱 시크 그리고 너드미까지 고루 갖춘 2025년식 라이브러리언-코어 스타일링은 간단하다. 라이브러리언-코어를 상징하는 아이템이 명확하기 때문. 꽈배기 패턴 또는 아가일 체크가 들어간 아이템, 펜슬 스커트, 흰 골지 양말, 메리 제인 슈즈를 신으면 완성. 여기에 ‘킥’ 베요네타(Bayonetta) 안경이라 불리는 얇은 메탈 프레임의 안경을 착용하고 책을 들면 그만이다. 새로 살 건 없다. 촌스러운 옛 유행템이 궁극의 세련미를 높여줄 테니. 정석과 정답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책벌레 감성’이 담긴 스타일에 내추럴 메이크업 혹은 생얼도 괜찮다. 완벽한 모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헝클어진 헤어스타일도, 하나로 높게 올려 묶은 머리도 자신과 어울리면 그만이다.

STELLA MCCARTNEY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데 가치를 두기에 이 트렌드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뻗어나갈 수 있다. ‘로맨틱’하거나 ‘쿨’하거나 혹은 관능적이거나 ‘다크’하거나 ‘긱’하게 말이다. 도서관 사서라는 키워드를 얼핏 들으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입는 옷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을 꾸밈없이 사랑하고, 타인의 시선보다 스스로를 중시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새로운 아름다움이다. 자신만의 언어와 속도로 삶을 살아간다는 조용한 외침. 지금 가장 지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이들의 스타일. 외모가 아니라 내면 속 자신을 조용하고 우아하게 드러내는 패션, 이건 뭔가 좀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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