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은 채 매일 출근과 퇴근을 반복한다지만, 이 넋두리는 머지않아 2025년을 기점으로 지난 한 시대를 풍미한 과거의 밈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게 웬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가 싶지만, 요즘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떠나는 2030세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 실제로 정부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은 2020년 팬데믹 이후 국경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2022년부터 다시 대학 학위와 연수를 목적으로 해외 유학을 가는 국내 유학생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다시 말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주머니 속 잠들어 있는 사직서에 발목 잡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용감하게 나아가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들을 먼 곳에서 찾을 필요도 없다. 유튜브나 브런치와 같은 플랫폼만 살펴봐도 ‘30대 중반, 모든 걸 내려놓고 유학을 택했다’, ‘30대 퇴사 후 온 영국 워킹 홀리데이 현실’, ‘퇴사하고 호주 워킹 홀리데이 출국 브이로그’ 등 자신의 경험담과 유학 생활 팁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그것이 또 먹히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결국 공급은 곧 수요를 반영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왜 요즘 2030세대는 삶의 가치를 안정된 월급과 회사의 복지보다 멀고도 낯선 땅에서 찾기로 결심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퇴사와 해외 유학이라는 기점이 자신의 커리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변곡점이 되기 때문이라고 2030 유학러들은 말한다. 현재 직장에서 번아웃을 겪거나 지금 하고 있는 일 또는 진로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들은 유학이라는 터닝 포인트를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에 환기를 주고, 한 발 더 나아가 해외 유학을 계기로 아예 전직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 결정의 바탕엔 지금 내가 종사하는 일이 평생 직업이 아닐 수 있다는 가치관의 변화가 작용한다. 대학 시절 전공과 아예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 하는 일과 전혀 접점이 없는 분야라도 과감하게 도전해 직업군 자체를 바꾸고자 하는 이들 또한 많은 추세.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서, 버킷 리스트를 이루고 싶어서, 커리어의 전환점을 찍고 싶어서 등 각자 야심 찬 목표를 가지고 필리핀, 호주, 캐나다로 떠난 3명의 유튜버에게 유학이 열어준 인생의 새 챕터에 대해 물었다.

1 Philippines | 보영해(유튜버)
삶과, 커리어, 그리고 취미까지. 필리핀에서 찾은 완전한 터닝 포인트.
」
한국에서 쌓아왔던 커리어를 과감히 내려놓고 유학을 결심한 이유는?
서른이 되기 전 삶과 커리어에 분명한 전환점을 만들고 싶었다. 친구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변화를 맞이하는 걸 보면서 나도 내 방식대로 도전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어학연수를 떠올리게 됐고, 일하면서 느꼈던 비즈니스 영어에 대한 갈증이 큰 동기가 됐다.
유학지로 필리핀을 선택한 계기는?
사실 어학연수는 유학이나 워킹 홀리데이보다 좀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연수 비용이나 체류비 등 현실적으로 일반 유학보다 부담이 적은 곳을 고르다 보니 필리핀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취미가 프리 다이빙이기도 해서 공부와 취미 2가지를 충족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었다.
필리핀 어학연수를 준비하며 특히 신경 썼던 점이 있다면?
가장 중점적으로 봤던 건 어학 공부를 할 수 있는 어학원의 시설이었다. 아무래도 세부는 시설이 낙후된 어학원이 많기도 하고, 동남아 지역이다 보니 벌레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웃음) 어학원의 장단점부터 시설까지 꼼꼼하게 찾아보고 결정했다.
어학연수 생활 중 가장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
내가 공부하는 건 비즈니스 과정이라 졸업하기 위해선 20분의 PPT를 해야 했다. 60명 정도의 학생과 선생님 앞에서 영어로 발표를 끝냈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비로소 한 단계 성장했다는 느낌에 뿌듯했다.
해외 유학을 통해 나만의 길을 걷기로 결정한 것처럼,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고 싶은가?
지나간 시간을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싶은 일은 다 하면서 살고 싶다. 이제 막 서른이 됐지만,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나이 때문에 망설이고 싶지 않다. 인생은 길고, 할 일은 많으니까!

2 Australia | 두잇쭈(유튜버)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 담대한 마음으로 떠난 호주.
」
해외로 떠나기 전까지 한국에서 어떤 커리어 패스를 지나왔는지 소개해달라.
디자인 외길 인생이었다. 예고와 미대를 거쳐 UX/UI 디자이너로 3년간 회사 생활을 했다. 지금은 디자이너의 삶을 뒤로하고 워킹 홀리데이로 멜버른에 와 있다.
한국에서 쌓아왔던 커리어를 과감히 내려놓고 유학을 결심한 이유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인생에서 과감한 선택을 내릴 준비가 됐다고 말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해외에서 살아보는 경험은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버킷 리스트였는데, 생각보다 내가 쌓아온 커리어의 궤적을 벗어나는 길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더라. 하지만 2가지를 깨닫게 된 이후 워킹 홀리데이를 가겠다는 결정은 빠르게 한 편이다. 먼저 지금까지 커리어를 쌓아왔던 이유가 성장하고 싶다는 내적 욕구가 아니라, 남들에 비해 뒤처져서는 안 되는 불안과 인정 욕구라는 걸 발견했다. 내 안의 불안과 거짓된 욕심을 또렷하게 마주하고 나니 커리어를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내 길을 찾아 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내가 과연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인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안개 속을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일까?’ 이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는 시간을 수련하듯 가져왔던 덕분이다.
호주라는 국가를 선택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는 주된 목적이 가장 ‘나’다운 나를 찾는 것이었기 때문에 내 밝은 성격과 비슷한 점이 많은 호주를 선택해 그곳에서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본연의 내 모습을 찾고 싶었다.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하며 가장 신경 썼던 점은?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 온 만큼 일을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나의 경우 커피로 유명한 호주에서도 특히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큰 지역인 멜버른을 첫 워킹 홀리데이 지역으로 선택했고, 워낙 카페 투어를 즐기는 덕분에 ‘멜버른에서 바리스타 되기’는 내 또 다른 버킷 리스트였다. 한국에서의 바리스타 경력은 호주에서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들었지만, 기본적인 바리스타 스킬을 손에 익혀두면 분명 채용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퇴사 후 호주로 떠나기 전까지 남는 시간 동안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기본적인 바리스타 경험을 쌓았다.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하며 염두에 둬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워킹 홀리데이를 와서 생활하다 보면 신체적·정신적으로 부침이 느껴지는 때가 오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은 무엇이었는지’,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하면 내 목적에 가장 부합하게 시간을 값지게 쓸 수 있을지’ 이 질문에 근거해 해결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한국을 떠나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바닥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여정인 만큼, 뭐든지 마음을 활짝 열고 다가가면 새로운 가능성이 펼쳐질 거라 믿는다. 그러니까 걱정보다는 편안하게 즐기는 마음으로 해나갔으면 좋겠다.

3 Canada | 김석탄(유튜버)
스물아홉, 나에게 주는 선물. 캐나다에서 체득한 ‘도전’이라는 동력.
」
해외로 떠나기 전까지 한국에서 어떤 커리어 패스를 지나왔는지 소개해달라.
정해진 틀보다 나만의 스타일로 커리어를 쌓아왔다. 에버랜드 캐스트나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 등 대학에서 공부하는 대신 내 시간을 후회 없이 채우기 위해 여러 경험을 하려고 노력했다. 캐나다로 오기 전까지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슈퍼바이저로 근무했다.
한국에서 쌓아왔던 커리어를 과감히 내려놓고 유학을 결심한 이유는?
오랜 시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아왔다. 캐나다로 떠나기 직전에도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라는 책을 읽게 됐다. 그 책 속 주인공의 변화가 내 모습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나 자신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심했다.
해외 유학 생활 중 가장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
‘Thank you’와 ‘Sorry’만 할 수 있다고 할 만큼 영어 공부를 거의 못 한 채로 캐나다에 왔다. 운 좋게 한인잡(한국인이나 한국계 현지인이 오너인 곳)의 서버로 취직하게 됐는데, 알고 보니 손님의 99%가 현지인이었다. 당연히 소통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어느 날부터 함께 일하는 매니저님과의 거리감도 느껴졌다. 한번은 페이를 받으며 매니저님께 날 뽑은 걸 후회하냐고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매니저님은 “열심히 해주세요, 석탄 씨”라고 말씀하셨고, 난 바로 “정말 후회하지 않게 해드릴게요. 정말 열심히 할게요”라고 대답했다. 2년이 지난 지금 매니저님이 “그때 뽑은 거 후회 안 해요. 열심히, 그리고 잘해주고 계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시더라. ENTJ 성향의 칼같은 분이 그 말을 해주시니 너무 뿌듯했다. 인정받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해외 유학을 통해 나만의 길을 걷기로 결정한 것처럼,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고 싶은가?
지금은 캐나다에서 생활하면서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를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앞으로는 유튜브와 영상 편집에 집중하고 싶다. 그리고 먼 미래엔 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강연도 해보고 싶다. 도전하며 살아가는 분들과 서로의 삶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길 꿈꾼다.
한국을 떠나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마음속에 새긴 말이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땐 이미 늦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도착하자.’ 돌아보면 생각보다 늦지 않았던 시기들이 있었다. ‘할 수 있을까?’ 싶었던 무모한 도전이 인생의 디딤돌이 된 적도 많았고. 그러니 그냥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 않으면 후회가 남지만, 도전하면 그 안에 후회가 아닌 즐거움이 남게 될 거라 생각한다. 우리의 삶에 후회가 남지 않게, 여러분의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왜 요즘 2030세대는 삶의 가치를 안정된 월급과 회사의 복지보다 멀고도 낯선 땅에서 찾기로 결심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퇴사와 해외 유학이라는 기점이 자신의 커리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변곡점이 되기 때문.
해외 유학 판도, 어떻게 바뀔까?
Positive
」
1980년 호주를 첫 국가로 워킹 홀리데이를 도입한 일본. 1회, 1년간의 워킹 홀리데이만 가능한 것이 원칙이었지만, 최근 일본 정부는 외국인 노동력 확보를 위해 워킹 홀리데이 비자 재취득을 허용하는 대상 국가를 발표했다. 영국과 캐나다, 독일에 이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한국도 대상국에 추가될 전망. 일본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최대 2회까지 신청할 수 있다.
Negative
」
최근 트럼프 미국 정부가 대사관과 영사관에 해외 유학생에게 부여되는 F(학생)·M(직업 훈련)·J(교환 방문) 비자의 면접 일정을 당분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여기에 미국 국무부가 해외 유학생을 대상으로 인스타그램, 엑스, 틱톡 등의 SNS 심사 지침도 배포할 예정이라는 발표가 이어지며 유학생들과 유학을 준비하는 이들의 혼란이 커지는 중. 미국을 외국 테러리스트 및 국가 안보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반유대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 설명했지만, SNS 심사 과정에서 무엇을 심사할지는 알려진 것이 없는 상황.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해외 유학생만 100만 명. 미국 정부의 후속 발표에 따라 그들의 운명이 결정되는 셈인데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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