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L BLOSSFELDT
있는 그대로 보되, 더욱 깊이 보는 법. 자연 속의 조용한 질서를 확대경으로 비춰낸 관찰자, 카를 블로스펠트.

‘Nigella Damascena Spinnenkopf’(1932).
.“자연을 모방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연은 인간보다 훨씬 더 독창적인 조형예술가예요.” 놀라운 수준의 디테일로 표현된 식물 사진들은 독일의 사진작가이자 조각가, 교사였던 카를 블로스펠트가 예술가를 위한 교육 도구로 기록한 이미지다. 식물의 구조적 아름다움을 전례 없는 방식으로 담아낸 블로스펠트는 산업화와 기계화가 인간의 삶을 급속히 바꾼 20세기 초 자연의 유기적 형태에 숨겨진 질서와 반복, 기하학적 리듬을 정밀하게 포착하는 데 전념했다. 그는 식물이 지닌 아름다움 이면의 것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Adiantum Pedatum, haarfarn, junge, nocheingerollte Wedel’(1924–32).
그렇다고 당시 유행하던 아르누보 스타일, 유기적 장식 미학에 심취한 것도 아니다. 그에 비해 훨씬 더 구조적이고 절제된 방식으로 자연을 바라봤다. 블로스펠트의 식물 사진을 엮은 책 〈예술의 원형 Urformen der Kunst)〉(1928)에서 블로스펠트는 자연 관찰을 통한 형태 교육이 예술가의 조형 감각을 훈련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임을 강조한다.

‘Aristolochia Clematitis’(1928).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형태’와 ‘질서’라는 냉정하고 분석적인 방식으로 설명한다. 식물 구조가 건축 모듈처럼 보이는 이미지들은 그가 확대한 접사를 통해 자연 속 형태에서 기하학적 규칙과 비례, 반복, 리듬, 조형성을 구한 결과다. 블로스펠트에 관한 기록을 좇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기술적 기법에 관한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다.

‘Dipsacus Laciniatus’(1975).
그는 촬영을 위해 당시 시판되지 않던 고배율 접사 기술을 직접 개발했다. 최대 30배까지 확대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 시스템을 만들고 피사체와의 거리, 빛의 세기, 렌즈의 굴절 역시 극도로 정밀하게 조정했다. 식물을 자신만의 이상적 방식으로 배열하고, 바닥에서 조금 떨어져 있도록 설치한 유리판 위에 식물을 두되 항상 검은색, 회색, 흰색 등의 단색 배경 위에 놓아 구조를 한껏 부각시켰다.

‘Verbena Canadensis’(1942).

‘Blumenbachia Hieronymi(Loasaceae)’(1915~1925).
그리고 그림자가 생기지 않도록 모든 세부와 3차원 구조가 잘 보이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을 비췄다. 건축적 아름다움이 담긴 카를 블로스펠트의 식물 사진들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듯 정밀한 관찰과 예술적 프레이밍 사이의 어딘가에서 ‘본다’는 행위의 깊이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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