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미장센과 틸다 스윈턴, 영화 같은 샤넬 공방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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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깜봉 가 31번지, 한 아파트에서 시작된 꿈 같은 상상이 현실로 눈앞에 펼쳐졌다. 코로만델 병풍 속에 있는 비현실적인 서호의 모습은 항저우의 그림 같은 풍경 속으로 흘러, 2024/2025 샤넬 공방 컬렉션으로 탄생했다. 이 특별한 공방 컬렉션은 스웨덴 출신 패션 포토그래퍼 미카엘 얀손의 시선으로 담아내 환상적인 배경 속 캠페인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이른 아침 안개가 내려앉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풍경 속의 틸다 스윈턴.

이른 아침 안개가 내려앉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풍경 속의 틸다 스윈턴.

그렇다면 이번 공방 컬렉션 캠페인에 담긴 배경이 항저우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공방 컬렉션은 단지 하우스의 장인 정신을 기리는 무대가 아니다. 특별한 장소가 전하는 감성을 해석하고, 샤넬과 결합시키는 일종의 미학 여정이다. 베로나의 고전미, 뮌헨의 음악적 감수성, 서울의 미래적 우아함을 담은 각 컬렉션처럼 이 여정은 늘 현재와 과거를 존중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코로만델 병풍에서 영감받은 공방 컬렉션의 룩을 입은 모델 리우웬.

코로만델 병풍에서 영감받은 공방 컬렉션의 룩을 입은 모델 리우웬.

파리와 중국의 도시를 오가듯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을 연결하는 ‘여행’이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 컬렉션의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진다. 그렇다면 여행이란 샤넬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번 컬렉션이 가브리엘 샤넬의 이야기에서 영감받은 만큼 그녀가 생각하는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면밀히 들여다봤다.

가브리엘 샤넬은 과감하고, 자유롭고, 시대를 앞서가는 능력을 지녔다. 문화 속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것과 여행에 대한 갈증은 샤넬의 청사진을 그려가는 데 도움이 됐을 터. 여행은 그녀의 감각을 일깨웠고, 샤넬은 그것을 옷과 액세서리로 기록했다. 샤넬에게 여행은 디자인 언어이자 삶의 태도다. 이번 공방 컬렉션은 그 여정의 정점에서 장인의 손과 감성으로 구현된 풍경화 같은 것이다.

이번 샤넬 여정의 도착지는 중국 항저우. 시를 닮은 도시, 전통과 현대가 엇갈리는 수면 같은 풍경. 샤넬은 이 도시에서 일방적 오마주가 아닌, 감각적 교류 방식으로 컬렉션의 이야기를 풀어갔다. 컬렉션에는 동양 요소가 드러나 있지만 그것은 ‘동양풍’의 표면적 재현이 아니라 장인 정신과 감성의 결합을 시도한 샤넬의 또 다른 방식이다.

코로만델 병풍에서 영감받은 공방 컬렉션의 룩을 입은 모델 리우웬.

코로만델 병풍에서 영감받은 공방 컬렉션의 룩을 입은 모델 리우웬.

이 도시를 선택한 것은 서호가 그려진 코로만델 병풍 때문은 아니다. 본래 항저우는 실크로 유명하다. 지난 80년 동안, 실크 직물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원료는 거의 모두 중국에서 온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샤넬은 이 귀중한 직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자수와 비즈, 실루엣 그리고 색채에는 항저우의 풍경이 녹아 있고, 동시에 샤넬 고유의 선과 구조가 살아 있다. 플리츠가 구조미를, 자수가 자연 풍경을, 주얼리가 별자리의 신비로움을 펼쳐내며, 이번 컬렉션 주제인 여행을 블랙 앤 화이트로 재해석하고 코로만델 병풍에서 영감은 얻은 의상으로 구현했다.

아침 이슬이 내려앉은 듯한 실크 새틴 소재의 아이보리 블루종 재킷은 플리츠로 만든 것이 특징이며, 은은하게 빛나는 듯한 라인의 세트 팬츠와 함께 연출했는데 플리츠 공방인 로뇽의 디테일이 실루엣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 외에도, 자수 공방 몽텍스의 섬세한 과정이 들어간 블랙 피코트에 블랙 페이턴트 레더 부츠를 매치해 세련되면서도 시적인 실루엣을 선보였다.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아름다운 모델 룰루 테니와 샤넬 공방 컬렉션.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아름다운 모델 룰루 테니와 샤넬 공방 컬렉션.

옷 외에도 여행자의 옷장을 완성시켜 주는 액세서리와 모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름 모양의 진주 목걸이와 고대 중국의 꽃과 과일의 모습을 담은 커프스 그리고 메종 미셸의 모자와 비니, 스카프는 샤넬의 ‘le19M’에서 보존한 뛰어난 기술력과 함께 메종의 여정에 낭만적인 미학을 더했다.

이번 캠페인에서는 샤넬 앰배서더 틸다 스윈턴(Tilda Swinton)과 리우웬, 모델 룰루 테니(Lulu Tenney)가 함께했다. 특히 틸다 스윈턴은 서호 주변에서 진행된 캠페인 촬영 중 “가브리엘 샤넬의 병풍에서 본 익숙한 장소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든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녀가 입은 구조적인 실루엣의 룩은 하늘과 나무 등의 자연을 배경으로 해 더욱 돋보였다.

캠페인에서 느낄 수 있듯 이번 컬렉션은 런웨이를 위한 단순한 장소 선정이 아니다. 동양의 정서와 샤넬의 현대적 우아함이 만나는 지점에 대한 탐색이다. 파리에서 항저우까지, 꿈에서 디자인까지, 하우스는 항저우라는 낯선 정원을 거닐며 다시 ‘시간을 걷는 여행자’로서의 정체성을 증명한다. 샤넬은 ‘여행’을 통해 어떤 장소라도 샤넬답게 재구성해 왔다. 항저우 역시 그런 여정 위에 놓인 또 다른 풍경일 뿐. 낯선 것들 속에서 자신만의 언어를 발견하는 일. 그것은 샤넬이 우아함을 잃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방식이자,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샤넬을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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