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신중함을 벗어 던진 파월, 연준의 신뢰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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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AFP연합뉴스]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평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그는 매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마다 좀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는 신중한 발언을 내놓곤 했다. 이런 모습 때문에 외신이나 투자은행(IB)들은 그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내에서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닌 중립파로 분류한다. 

하지만 12월 FOMC에서 나타난 파월 의장의 모습은 전과 달랐다. 그는 “우리는 최종금리에 도달했거나 이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2%에 도달하기 전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겠다” 등 명확하고 직설적인 문장을 사용하며 금리 인하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서 연준위원들이 내년에 총 0.75%포인트(p) 금리의 인하를 예고한 가운데, 파월 의장은 시기까지 거론한 것이다. 

파월 의장의 시원한 발언에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환호성을 질렀고, 나스닥과 S&P 지수는 작년 1월 이후 근 2년래 고점으로 올라섰다. 미 국채시장도 강세로 화답했다. 

하지만 시장의 환호와 함께 일면으로는 시장 과열에 대한 불안함도 엄습해온다. 아직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지만, 예고 하나만으로 금융시장이 과격할 정도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장이 과열됐을 때 우리가 마주할 상황이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만으로 과도한 투자와 소비가 진행되면 그때 다시 인플레이션을 마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금리를 올릴 만큼 충분히 올린 상황에서 어설픈 기대감으로 투자와 소비가 활성화되면 그때는 정말 되돌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연준의 제1과제는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긴축정책도 완화정책도 무용지물이 될 위험이 있어서다. 과거 파월 의장은 미국의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처음 시작될 때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과오를 저지른 바 있다. 

이번 금리 인하 예고의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연착륙으로 이어지며 경제 순항의 신호탄이 된다면 모두에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인플레이션이 반복된다면 그때는 백약이 무효해질 것 같아 그 모습이 걱정된다. 연준이 그때 가서 기준금리를 올려도, 혹은 다른 긴축 정책을 내놓아도 연준은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을 것이다. 부디 파월 의장의 시원한 발언이 성급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권성진
권성진 기자[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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