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당하는 K-반도체, 내년엔 자립성 키워야 [노트북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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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초격차란 후발주자가 감히 넘볼 수 없도록 큰 격차를 만드는 전략을 말한다. 단순히 기술뿐 아니라 목표와 비전, 운영 시스템, 인프라, 조직, 사내 문화 등 전반을 바꿔야 한다. 후발주자가 선두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자체를 꺾어 버리는 게 초격차의 핵심이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초격차 전략이 무색해지고 있다. 후발주자들은 우리 기업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질주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성장이 매섭다.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는 8월 7나노(nm·10억분의 1m)급 반도체 기린 9000s를 생산해 화웨이의 최신 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이번 달에는 5나노급 ‘기린9006C’ 프로세서 생산에도 성공했고, 화웨이는 최신 노트북 칭원L540에 이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중국 제품의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고 주장하지만, 외부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생산-제조-유통 라인을 구축했다는 사실로도 우리에겐 큰 위협이다.

고급 인력을 뺏기거나 기술이 유출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중국 모바일 기업 오포는 10월 최신 폴더블폰 파인드 N3 시리즈를 공개했다. 파인드 N3 시리즈는 ‘피터 리’(Peter Lee)라는 사람의 양복 주머니에서 나왔다. 본명은 이도형, 2003년부터 삼성전자에 근무해 다수의 갤럭시 개발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전직 삼성맨들이 공모해 수백억 원을 받고, 18나노 D램 공정 정보를 중국 기업에 빼돌리는 일도 적발됐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우리 반도체 기업에 닥친 위협을 의미한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초격차는 개선이 아니라 혁신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최우선 과제는 자립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은 지나치게 의존적이라며, 첨단 공정만큼은 국내에서 상용화를 완성시키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과의 협력은 주목할 만하다. 국내에 1조 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첨단 공정 공동 개발에 나선다. 우리 기업의 기술력을 한층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더불어 정부도 인력 누수와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도록 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만 한다. 새 초격차 전략이 없다면 결국엔 따라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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