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증시 부양한 PBR 공시의무화, 우리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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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진심인 정부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을 대상으로 공시를 의무화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최근 발표한 주가 부양책 중 가장 실효성이 있다는 평가와 함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상장사에 기업가치 제고방안을 공시하도록 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진행된 민생토론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PBR이 낮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스스로 어떻게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공시를 하게 유도함으로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제도를 운용해보려고 한다”고 한 발언의 연장선상 조치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코스피 지수의 PBR은 0.89배로, S&P50 지수(4.56배), 일본 니케이225지수(1.39배)보다 현저히 낮다. [사진=뉴시스]

이번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방안 공시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이뤄지고, 의무는 아니나 미이행 기업에 대해선 공개서한을 발송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 측은 “최근 민생토론회에서 먼저 얘기가 나오고 현재 진행 중인 사항”이라며 “도입 시기나 구체적인 사안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지표로, 대표적인 투자 척도다. PBR 1배를 하회하는 기업은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리턴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지난 19일 기준 코스피의 PBR은 0.89배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대형주 중심의 S&P50 지수(4.56배), 일본 니케이225지수(1.39배)의 PBR보다도 낮다.

업종, 종목별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특히 전기가스업, 보험업, 증권업, 금융업, 종이목재 등은 0.5배를 하회하고 전기가스업의 경우 0.30배에 그쳤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종목 중 500곳이 코스피보다 PBR이 낮았으며 이 상장사들의 평균 PBR은 0.46배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주를 제외한 801개의 상장사 중 절반 이상인 62.42%가 자산가치보다 낮은 주가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가장 근원적인 문제부터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방안은 일본의 기업경영 변혁 촉진책을 벤치마크 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작년 두 차례에 걸쳐 상장 기업들에게 “PBR이 1배를 밑돌 경우 주가를 올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공시하고 실행하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주가가 청산 가치에도 못 미치는 PBR 1배 미만 상태가 계속되면 2026년에 상장폐지 목록에 오를 수 있다”는 경고를 첨언했다. 고질적인 일본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강경 조치였다.

이의 영향으로 일본 토픽스는 지난 해 일 년 동안 25% 상승했으며 상승세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닛케이225 지수가 장 중 한 때 3만6076.23을 돌파하며 1990년대 거품 경제 이후 3만6000선을 처음으로 넘어서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일본이 2013년 아베 총리 시절부터 기업 거버넌스 개혁이 이뤄지고 있었고, 작년의 기업경영 변혁 촉진책도 주가 부양에 일조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당국이 발표하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 중 가장 현실성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국내 증시에서도 기업가치 제고방안 공시가 효과적으로 작용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강병진 숭실대학교 금융학부 교수는 “실질적으로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방향 자체는 옳다”며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여러 방안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주주환원 정책이 부족한 건 분명하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여러가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준비하는 것보다 당국이 강제성을 부여한 정책은 기업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며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효과적으로 모든 상장사에 효과적으로 적용될지는 천천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 또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길 상장사 입장에서도 바라지만, 여러 규제가 계속 생기니 기업에겐 부담이 된다”며 “정부의 방안들이 자율적으로 하게끔 하고 인센티브를 준다면 반기는 반응이 있겠지만, 의무로 규제를 하기 시작하면 거부감부터 느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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