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증시 시총 격차 5경원으로 사상 최대…AI로 격차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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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사진=AFP·연합뉴스]

새해 들어 미국과 중국, 양국 증시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양국 증시의 탈동조화는 이미 한동안 진행됐지만, 근래 들어 인공지능(AI)으로 인해 격차가 더욱 커진 모습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증시의 대표 지수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S&P)500은 4850, 다우지수는 38000선을 넘어서며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22일 중국증시의 대표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는 2020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CSI300은 2019년 2월 이후 근 5년래 저점으로 내려왔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기업지수(HSCEI)는 13%나 하락해 주요 글로벌 주가지수 중 최하위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중국증시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CSI300의 경우, 올해 들어 6%나 하락한 가운데 블룸버그에 따르면 22일 기준 미국과 중국증시(홍콩 포함) 간 시가총액 격차는 총 38조 달러(약 5경733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홍콩 자산운용사 파운데이션 에셋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량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은 저가 매력이 있지만 촉매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미국증시는 모멘텀이 있고, 경제도 뒷받침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국 간 증시 탈동조화는 이미 상당 기간 진행된 추세이다. CSI300은 2007년 이후 현재까지 계속해서 6000선을 넘지 못하고 지지 부진한 반면 같은 기간 중 S&P500은 2배 이상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1년 이후 기간만 봐도 현재까지 CSI300은 절반 가까이 급락한 반면 S&P500은 20% 이상 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중국 및 홍콩증시는 시가총액이 6.3조 달러나 증발했다.

디플레이션(경기 둔화 중 물가 하락)과 헝다, 비구이위안 등 주요 부동산업체들의 재무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경기 회복 부진, 인구 구조 악화 및 미중 경쟁 격화 등 각종 악재들이 겹쳐 중국 경제와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모양새다. 2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경제가 부채(Dept),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인구통계(Demographics)의 4가지 경제 재앙, 곧 ‘4D’에 맞닥뜨렸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주 발표된 작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5.2%로 2022년(3.0%) 기록을 뛰어 넘었지만, 2022년 성장률이 중국의 고강도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극히 낮았던 것을 감안하면 실제적인 성장은 미미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경제난을 타파하기 위해 충분한 부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실망감 역시 증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작년 하반기부터 일부 경제 및 증시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성미에는 찾지 않는 모습이다.

미즈호증권의 켄 청 수석 아시아 외환 전략가는 “중국 정부는 아직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고 경기 회복을 주도할만한 효과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경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이은 금리 인상에 따른 고금리 환경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연중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과 함께 소비 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순조롭게 연착륙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진 상태이다. 

이러한 경제 펀더멘털 차이가 결국 양국 증시의 탈동조화로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UOB 에셋 매니지먼트는 작년 9월 보고서에서 최근 5년간 미국과 중국증시 간 상관관계가 0.4에 그쳤다며, 이 수치는 앞으로 더욱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양국 증시 간 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중국증시 투자자사진AFP연합뉴스
중국증시 투자자[사진=AFP연합뉴스]

AI 디바이드

경제 펀더멘털 외에도 미국과 중국증시의 탈동조화를 한층 심화시키는 요인은 바로 AI이다.

미국증시 내에서도 AI 관련주들과 그렇지 않은 주식들 간 차별화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연초 미국증시 상승을 주도한 것은 AI 관련주들이 대거 포진된 정보기술(IT), 통신서비스업종으로 AI 반도체 선두주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작년부터 전 세계를 휩쓴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바람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고, 더욱이 올해에는 반도체업황 개선 전망까지 더해지며 AI 관련주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따라서 AI 관련주를 보유한 증시와 그렇지 않은 증시 간 수익률 차이도 확대되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주 헤지펀드들이 방향을 선회해 기술주를 집중 매수하기 시작한 반면 금리에 민감한 다른 업종은 순매도했다며, 투자자들에게 “(AI 관련주를 제외한) 다른 모든 주식을 팔아라”고 조언했다.

미국증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대만 TSMC, 네덜란드 ASML 등 AI 훈풍의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들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증시는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제재 등으로 인해 AI발 랠리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 오픈AI,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이 AI 개발에 있어 빠르게 앞서 나가고 있는 반면 중국 IT기업들은 미국의 반도체 및 반도체 설비 수출 통제로 인해 생성형AI에 필수적인 거대언어모델(LLM) 훈련에 필요한 AI 반도체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기업들 역시 자체 반도체 및 AI 모델 개발 등에 나서고 있지만 제재로 반도체 및 설비 조달이 여의치 않고, 미국이 중국 AI 산업 발전을 저지하기 위해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계가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중국 대표 IT기업 중 하나인 바이두는 자체 개발 챗봇 ‘원신이옌(文心一言), 영문명: 어니봇’이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루되어 있다는 보도 소식에 미국의 제재 가능성이 대두되며 지난 15일 홍콩증시에서 주가가 11% 이상 급락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대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인 SMIC는 주가가 근 1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이다.

이외에 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게임산업 단속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도 중국 IT주들에게는 부담 요인이다. 이러한 AI 기술 격차는 다시 IT업종, 나아가 증시 전체 수익률 격차로 이어진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의 리안 제 수 수석 연구원은 지난 달 보고서에서 “중국은 LLM 개발에 있어 여러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며 “GPT 및 구글의 제미나이의 개발로 인해 서방과의 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제재에 따른 컴퓨팅 파워 제한 및 영어에 비해 제한적인 중국어 기반 인터넷 데이터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가 하나의 산업을 넘어 앞으로 글로벌 성장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반도체 제재 등을 이겨낼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중국증시, 나아가 중국 경제 부진 탈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이날 인도증시가 홍콩증시를 제치고 시총 기준 세계 4위 증시로 올라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UBS는 “AI는 이번 10년 간의 기술적 테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곳에서는 비슷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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