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일본 증시, 회복이 아니라 탈각(脱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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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일본 증시, 회복이 아니라 탈각(脱却)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이사

새해 들어서도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 분위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일본 시장을 대표하는 니케이225지수는 1월 22일 현재 36546.95로 1989년에 달성한 사상 최고치 38915.87을 목전에 두고 있다. 80년대 영광을 되찾게 된 요인들은 뭘까?

우선 일본경제가 장기 저성장에서 탈피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들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간 성장을 위한 누적된 정책들의 효과가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는 성장률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섰을 뿐만 아니라 분기 단위로는 연율로 5% 가까운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숱한 노력에도 20년간 찾아오지 않았던 인플레이션이 2% 수준으로 지속됐고 물가상승을 넘어서는 임금인상까지 이뤄졌다. 이는 고질적인 디플레이션을 벗어나 경제가 성장의 선순환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두 번째는 일본 기업들의 저평가 해소다. 지난해 3분기 상장기업 중 57%가 매출 및 영업이익 측면에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할 정도로 호조세를 보였다. 지난해 4월 도쿄거래소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 미만 기업들에 대해 주주가치 증대 계획을 공시하라고 요청한 것 역시 기업들의 배당 증가, 자사주 매입, 적극적인 투자로 이어지며 선순환을 구축했다. 주주가치에 민감한 외국인들은 2014년 이후 9년 만에 약 40조원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하며 가장 크게 호응했다.

세 번째로 일본 정부의 장기적이고 일관된 자본시장 정책의 효과가 최근 발휘되기 시작했다. 2013년 전후 아베의 주도로 전개된 3개의 핵심 정책 중에서 저금리, 엔화 절하로 대변되는 통화 정책과 과감한 재정정책 등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금융시장 활성화는 쉽지 않았다.

이에 2021년 기시다 총리는 2022년 도쿄거래소의 내부시장 체계를 60년만에 재편하고 지난해에는 기업들의 주주가치증대 조치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어서 올 1월부터는 일본의 가계금융자산을 저축에서 투자로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를 시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 도입된 제도를 10년만에 개정해 장기 투자상품의 납입한도, 비과세 혜택을 3배 이상 확대시켰다. 시장에서는 계좌수와 적립금이 2배 이상 증가할 경우 약 100조엔의 자금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일본이 가진 지정학적 이점이다. 바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가장 크게 수혜를 받고 있고 앞으로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국가라는 점이다. 대규모 반도체 투자에서 보듯 일본은 산업구조의 전환, 민간과 정부의 협력 그리고 외국 기업들과의 제휴에 과감한 행보를 내딛고 있다.

현재 일본 증시가 단순한 경기 회복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면 투자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산업의 지형이 바뀔 정도의 전환, 일본경제의 탈각을 염두에 둔다면 투자해야 한다. 필자의 답변은 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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