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 둔화에도 재발 불씨 여전…’마지막 단계’ 리스크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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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전경 사진아주경제DB
한국은행 전경 [사진=아주경제DB]

고물가로 인한 내수 부진이 국내 경제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목표로 하는 물가안정기에 진입하기 위해 이른바 ‘마지막 단계(last mile)’ 리스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가가 둔화되고 있긴 하나 가격조정 모멘텀과 인플레이션 재발 위험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정책당국이 신중한 판단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29일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정책분석팀은 ‘물가안정기로의 전환사례 분석 및 시사점’ 제하의 BOK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최근 물가 관련 지표가 둔화되고 있지만 물가안정기 진입 마지막 단계 리스크가 잔존해 있다”면서 “안정 기조로 진입했는지 여부는 부문간 파급과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 기조적 인플레 등 여러 관점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통상 ‘물가안정기’에는 경제주체들이 물가나 인플레에 큰 관심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또 특정 부문에서 인플레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여타 부문으로 파급되지 않고 일시적으로 등락하더라도 목표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엽 한은 정책분석팀 차장은 “안정기에는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에서 물가가 중요정보가 아니므로 ‘합리적 무관심’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잠시 오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시각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과거 한국의 고인플레 시점은 1966년~1983년, 1988년~1996년으로 파악됐다. 주요국 가운데선 미국의 고인플레 시기가 1971년~1983년까지 이어졌고 일본은 1971년부터 1979년까지로 확인됐다. 영국은 1969년~1984년, 1989년~1991년 고인플레로 몸살을 앓았다. 이는 한은이 국제결제은행(BIS)과 각국 중앙은행 통계를 바탕으로 주요국 고인플레 시기를 추산한 결과로, 5년 이동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5%를 상회하는 기간을 바탕으로 분류됐다.

한은이 주요국 인플레 분산을 품목별로 분석한 결과 고인플레 시기에는 부문별 인플레가 순차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물가 상승을 확대시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플레 압력에 뒤늦게 반응한 일부 품목은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상품과 서비스 간 물가 파급력도 고인플레 시기일수록 두드러졌다. 상품 부문의 인플레 충격이 서비스 부문을 선도해 이후 서비스에 대한 지속적인 가격조정을 유발한 것이다. 또한 고인플레 시기 경제주체들의 가격 민감도가 기업의 상품 가격 결정력을 확대시키는 등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돼 물가안정기 진입을 위한 기대인플레 하향 안정화 필요성도 제시됐다. 

정 차장은 “고물가 상황에서 일반인들의 물가 관심도가 다시 낮은 수준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낮은 물가를 몸소 경험해야 한다”면서 “계량모형으로 추정한 결과 고물가에서 저물가로의 관심도 전환을 위해서는 물가상승률이 2.0% 수준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 반면 물가 상승에 대한 관심을 위해선 물가상승률이 2.5%를 넘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한편 물가안정기 진입 성공을 위해서는 마지막 단계에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큰 폭의 인플레 충격 이후 기저효과를 물가안정기 진입으로 착각해 성급하게 전환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정 차장은 “역사적으로 물가안정기 진입에 실패했 던 사례를 보면 ‘라스트 마일’ 리스크에 대한 부주의에 기인하는 경우가 다수”라며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디스인플레이션에 소요되는 기간에 대한 부담으로 성급한 완화에 따른 비용을 간과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일관된 통화긴축과 금융·외환·실물 등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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