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증시대책…시장 왜곡은 오히려 확대 [기자수첩-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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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기대감 만으로 코스피 2680선 회복

정책 일관성 ↓…자사주 소각 등 핵심 빠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것에 이어 올해가 시작되자마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한국형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우리나라 기업 주가가 비슷한 수준인 외국기업의 주가에 비해 낮게 형성돼 있는 현상을 말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선진 주식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의 발표에 시장은 이미 뜨겁게 화답하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 도입 예고 후 금융·보험·증권, 자동차 등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꼽히는 업종이 일제히 급등했다. 이에 2400선 초반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최근 1년 9개월 만에 268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시 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채 정부의 입에 따라 투자자들의 혼란은 커지고 시장만 왜곡되는 상황이 나타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정부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외국인 등록제 폐지 등 글로벌 스탠다드 진입을 위한 개선책을 발표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에 하루 아침에 공매도를 전면 금지해 국내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까지 당혹스럽게 했다.


이전 정부에서 결정된 사안을 바꾸는 사례도 나왔다. 현 정부가 폐지를 추진 중인 금융투자소득세는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2023년에 도입하기로 여야 합의가 이뤄진 바 있다. 시장에서는 금투세에 대해 장기 보유한 상품을 처분할 때 세금을 적게 부과하는 등의 개선책을 요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폐지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발표한 자사주 개선안의 경우 핵심 내용인 ‘소각 의무화’ 조항을 빼면서 힘이 빠졌다는 평가다. 국내 상장사가 보유한 미소각 자사주는 약 74조원으로 국내 전체 시가총액의 약 3%가 넘는 물량이다. 소각 없는 매입은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번 저PBR 열풍에 대해 정부에서 또 하나의 테마주를 만들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최근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저PBR 수혜 종목’과 같은 내용 등을 범람하고 있는 등 기업가치는 그대로인데 개인들의 단타·빚투가 몰리면서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증시 관련 대책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오히려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단기 증시 부양을 위한 ‘립 서비스’보다는 보다 세밀한 정책과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는 4월 총선 이후 정부가 강력한 의지와 추진력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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