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유동성 반년 새 22조 ‘증발’…고금리 속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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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내 현금화 가능 자산 5.9%↓

자금 조달 불리한 여건 지속 ‘촉각’

보험사 먹구름 이미지. ⓒ연합뉴스 보험사 먹구름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보험사들이 석 달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이 반년 동안에만 22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가 생각보다 길어지며 금융권의 자금 조달 여건이 여의치 않은 와중 보험사의 유동성도 몸집이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보험업계로서는 아직 충분한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지금의 높은 금리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유동성 확보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보험사들이 3개월 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은 총 353조2176억원으로 같은 해 1분기 말 대비 5.9%(22조2663억원) 감소했다.

보험사별로 보면 우선 생보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유동성 자산이 78조120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7.3% 줄었다. 한화생명 역시 38조7336억원으로, NH농협생명은 29조7180억원으로 각각 2.9%와 4.0%씩 해당 금액이 감소했다. 교보생명도 25조3075억원으로, 신한라이프생명은 16조7195억원으로 각각 13.0%와 3.8%씩 유동성 자산이 줄었다.

손보업계에서는 삼성화재의 유동성 자산이 13조9367억원으로 8.1% 감소했다. KB손해보험 역시 8조9925억원으로, 현대해상은 8조6799억원으로 각각 2.6%와 12.7%씩 관련 액수가 줄었다. DB손해보험의 유동성 자산도 8조8133억원으로 7.9%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급하는 보험금 규모와 비교한 비율 지표로 봐도 보험업계의 유동성 지표는 악화 흐름이다. 보험사들의 유동성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평균 785.4%로 반년 전보다 26.6%포인트(p) 낮아졌다. 보험업계의 유동성 비율은 최근 1년 간 월평균 지급보험금의 3개월 치 금액인 평균지급보험금 대비 잔존 만기 3개월 이하인 유동성 자산의 비중으로 측정한다.

다만 보험업계는 이같은 수치로 높고 봤을 때 부족함이 없는 유동성이라고 설명한다. 100%를 기준으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유동성이 양호한 보험사를 의미해서다.

하지만 지금의 유동성 비율만 놓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년여 년 전부터 느슨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보험사의 유동성 비율이 높아지는 착시효과가 생기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2022년 말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자, 보험사의 유동성 자산에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만기 3개월 이상 자산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자금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대비해 유동성으로 인정되는 자산의 범위를 넓혀준 것이다.

문제는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금융사들의 어려운 자금 조달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미뤄지면서, 한은도 올해 하반기나 돼야 손을 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가 유지되는 동안은 금융사의 보수적 유동성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며 “보험사의 경우 규제 변경에 따른 유동성 비율 상승효과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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