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사과’…41% 오른 농수산물, 수입으로 잡겠다는 정부 [물가가 왜 이래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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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 가격 명절 이후 여전히 고공행진

신선식품지수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

수입 확대·비축 물량 방출에도 꿈쩍 안 해

농어민 “농수산물 유통구조 살펴봐야”

세종특별자치시 반곡동 한 마트에서 사과 3개를 할인해 1만5800원에 팔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세종특별자치시 반곡동 한 마트에서 사과 3개를 할인해 1만5800원에 팔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 40대 직장인 A 씨는 평소 ‘아침엔 사과’를 즐긴다. 40대에 접어들면서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리다가 아침 사과가 소화 촉진 효과가 크다는 얘길 듣고부터다. 그런데 A 씨는 최근 들어 마트에서 사과를 사는 게 망설여진다. 아침 대신 가볍게 한 끼를 해결해 주던 사과가 어느새 ‘금값’이 돼 있기 때문이다. 3개짜리 한 봉지에 할인해서 1만5800원이라는 가격을 보고선 선뜻 손이 나가지 않았다.

설 명절이 끝났는데도 농수산물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정부가 수입 과일과 수입 수산물로 가격을 잡겠다고 나섰지만, 사과와 배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바나나와 오렌지를 선택할지는 의문이다.

한국소비자원 농수산물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사과 경우 ‘후지’ 품종(상품)은 지난해 10개 기준 2만2784원이던 가격이 지난 3일 기준 27.7% 오른 2만9088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설 명절 때는 4만원을 찍기도 했다. 이른바 ‘금사과’ 논란이 나온 이유다.

뱃값은 더 올랐다. ‘신고’ 상품 기준 지난해 같은 시기 10개 2만8431원했던 가격이 3일 기준 4만3334원으로 52.4% 올랐다. 설 무렵엔 6만99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가격은 더 비싸다. 세종특별자치시 반곡동 한 마트에서는 제수용 사과 3개를 할인해서 1만5800원에 팔고 있다. 개당 5300원 정도다. 할인을 안 했다면 개당 6600원에 이른다. 개당 6980원짜리도 있다.

수산물도 마찬가지다. 4일 기준 고등어는 마리당 평균 3502원에 거래된다. 한 달 전(2914원)보다 20.2%(588원) 오른 가격이다. 물오징어 한 마리도 1개월 전 5622원에서 4일 6546원으로 16.4%(924원) 상승했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 뛰었다. 특히 신선과실은 41.2%로 크게 올랐다. 이는 1991년 9월(43.9%) 이후 32년 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이다. 치솟는 과일값에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개당 1만원 사과’를 두고 한덕수 총리와 야당 국회의원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비축물량 방출·수입 확대·할인 지원

농산물 가격은 날씨 등에 따른 작황 상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수산물은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어획량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특단의 대책이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치솟는 농수산물 대책으로 정부는 크게 3가지 정책을 추진 중이다. 비축 물량 공급 확대와 수입품 관세 인하, 그리고 할인 정책이다.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농·축·수산물의 물가 안정을 위해 할인 지원, 대체 과일 공급 확대, 비축분 방출 등을 수개월째 진행 중이다.

농식품부는 과일류 가격 안정을 위해 사과·배 비정형과 810t을 하나로마트와 대형 마트 등에서 판매한다. 농협과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저장물량은 오는 6월까지 분산 출하할 계획이다.


안정세를 보이는 채소는 이달 중 배추 2000t, 무 6000t을 추가로 비축하고 가격 상황을 고려해 시장에 방출할 계획이다. 또한 대형유통업체 바나나, 파인애플, 자몽 등 수입 과일 판매 수요를 파악해 할당관세 도입 물량을 2만t으로 배정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연합뉴스

해수부는 ‘수산대전’을 통해 상시 할인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대한민국 수산대전-2월 특별전’과 ‘정부비축 오징어·참조기 깜짝 반값 특별전’에 이어 이달에도 수산물 할인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할인행사와 함께 공급이 부족한 오징어와 참조기 깜짝 반값 특별전도 진행한다. 오는 22일까지 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에서 정부 비축 물량을 시중 소비자가격 대비 반값 수준에 판매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고등어의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산 고등어 6000t에 대한 관세를 인하했다.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4차례에 걸쳐 수입산 고등어 7만t에 대해 관세(10%)를 무관세로 인하한 데 이어 추가 조처다.

“수입품, 대체 효과 낮고 할인 지원은 가격 거품 만들 수도”

정부 조처에도 좀처럼 농수산물 물가는 안정세를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정부 대응이 제대로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수입 확대 정책에 대해선 농어업계에서 반발하고 있다. 수입 확대가 국산 농수산물 소비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물가 안정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지난해 닭고기 수입량은 전년보다 22.7% 늘어났지만 가격 인하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정부는 수입산 육계 3만t을 무관세로 들여와 시장에 공급했다. 정부는 이러한 조처로 닭고기 시세가 최소 10% 이상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수입산 육계를 시중에 유통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가격은 종전(7월) 6253원보다 0.97%(61원) 낮아진 6192원 수준에 머물렀다. 오히려 일부 대형 마트에서는 전월보다 10% 이상 오른 값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수입 농산물이 국산품을 대체할 수 있냐를 두고서도 논란이다. 소비자들은 배와 사과를 저렴한 가격에 소비하고 싶은데, 정부는 사과와 배 대신 수입산 바나나·오렌지를 먹으라고 권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연중 가격 할인 지원은 장기적 측면에서 가격 거품을 유도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할인 지원에 기대 유통업체에서 오히려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지금처럼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언제까지 예산으로 가격을 뒷받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과 함께 현재 유통구조를 체계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행 농산물 도매유통은 공영 도매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국내 최대 공영농산물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에선 90%에 달하는 농산물이 경매방식으로 거래한다.

산지에서 가져온 농산물은 경매를 통해 중도매상에게 넘어가고, 다시 소매상에서 이를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유통 단계별로 이윤이 붙는 것은 물론, 경매사 수수료(4~7%)도 별도로 보태진다. 경매 과정에서 농산물 생산, 유통비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 게다가 경매는 대부분 소수의 도매법인이 좌우한다.

경북 지역 한 사과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우리나라 농수산물 유통구조는 중간에서 폭리를 취하는 유통상을 정리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계속 후진적 행태에 그칠 것”이라며 “정부가 이런 상황을 모르는 게 아닐 텐데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 두 배 웃도는 식료품…도미노 인상 우려 [물가가 왜 이래③]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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