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부자보고서] 경기 침체 장기화에 “부자 장사도 쉽지 않다”···하이엔드 부동산도 양극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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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하이퍼엔드’ 분양 시장에도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건설업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최근 부동산 가격마저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자산가들도 지갑을 졸라맨 탓에 분양을 준비하던 하이퍼엔드 주택들이 분양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다만 최근 3.3㎡(평) 당 1억원이 넘는 분양가 신기록을 세운 ‘포제스 한강’은 계약률 70%를 넘어서는 등 준수한 성과를 내면서 하이퍼엔드 분양 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그나마 수익성이 좋은 시장으로 평가받았던 ‘하이퍼엔드’ 분양 시장마저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하이퍼엔드 부동산 상품은 호텔에서나 볼 법한 고품격 주거 서비스가 제공되거나, 입주민들 간 사교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되는 등 일반 주거시설과는 다른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에 상위 1%에 속하는 자산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수요가 유지돼 왔다.

수요가 유지되는 특성 덕에 하이이퍼엔드 부동산 상품은 가격 변동이 적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수요자들도 이 같은 가치를 알고 구매하기에 당장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침체 국면에 처한 분양 시장에서 하이퍼엔드 상품이 더욱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우려되면서 하이퍼엔드 상품도 준비 단계에서 흔들리는 일이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포, 신사 등 서울 강남 지역에서 분양을 준비했던 하이퍼엔드 주거시설들은 분양을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전 계약 과정에서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해 PF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하이퍼엔드 주택의 경우 3.3㎡당 1억원대 이상으로 분양하는 고가 상품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금융권으로부터 분양 전에 사전 수요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PF 대출을 하기 전에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 수요를 먼저 확인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금융권이 요구하는 사전계약률은 50~70%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에 부동산 시행사들은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사전 계약서 작성 등으로 수요자를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수요자가 기대만큼 모이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시행사 알비디케이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공급하는 ‘더 피크 도산’은 사전 계약률이 50%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더 피크 도산은 최고 20층, 26가구 규모 총 5개 타입으로 구성했다. 분양가는 타입에 따라 최소 100억원 중반대부터 최대 400억원 중후반대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행사 더랜드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옛 쉐라톤 서울 팰리스 강남호텔 부지에 공급하는 ‘더 팰리스 73’도 사전 계약률이 50%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더 팰리스 73은 최고 35층, 아파트 58가구와 오피스텔 15실 규모로 3.3㎡당 분양가는 1억1000만원대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하이퍼엔드 상품이 흥행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행사 엠디엠플러스가 서울 광진구에 공급한 ‘포제스 한강’은 지난달 분양 절차를 거친 결과 초기 계약률 70%를 달성했다. 

인기가 가장 많았던 전용면적 84㎡는 완판됐으며, 115㎡는 저층 일부 가구 빼고 나머지가 계약된 것으로 확인됐다. 포제스 한강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억1500만원이다. 이는 분양 승인 대상 일반 아파트 분양가로는 역대 최고가다.

이에 가장 작은 타입인 전용 84㎡는 최소 32억원에서 시작해 최고 44억원에 달한다. 전용 115㎡는 52억~63억원, 펜트하우스인 244㎡는 무려 150억~160억원 규모다.

포제스 한강을 계약하기 위해서는 계약 당일 1억원을 납입하고 나머지 계약금인 분양가의 10%는 2주 내 납입해야 한다. 계약금만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이라 실제 계약률이 높을지 관심이 쏠렸는데, 70%의 계약률을 달성하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단지는 옛 한강호텔 용지에 들어선다. 지하 3층~지상 15층 3개동, 총 128가구로 조성될 예정이다. 모든 가구가 한강 조망이며 금고 세이프룸, 슈퍼카 주차 공간 등 개인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특화설계도 도입됐다.

이에 시행사들 사이에서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하이퍼엔드 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는 시점이라 자산가들도 더욱 상품성이 높다고 인식된 소수의 상품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포제스 한강은 부동산 시장에서 성수동 트리마제, 갤러리아 포레 등 한강변에 위치한 고급아파트로 받아들인 것”이라며 “반면 강남에 위치해 있다 하더라도 더 팰리스 73 등은 100가구 미만이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아파트보다는 빌라로 인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다른 시행사 관계자도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하이퍼엔드 주택이라고 수요가 몰리는 일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예전에는 하이퍼엔드 상품은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수요가 이전만큼 유지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엠디엠플러스
포제스 한강 투시도 [사진=엠디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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