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AI, 판을 바꾼다]① AI發 반도체 3차 대전…불붙는 차세대 메모리 개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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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주하는 엔비디아를 견제하려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메모리 반도체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 세계 3위 메모리업체 마이크론도 차세대 HBM 대량 생산을 발표하면서 기술 개발과 수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한 직원.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HBM 삼국지’…5세대 HBM3E 각축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5세대 HBM메모리인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 중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다. 엔비디아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인공지능(AI) 산업의 필수재로 꼽힌다. AI 기술이 적용된 기기들은 방대한 데이터 처리와 함께 저장 기능을 동시에 운영해야 한다. 때문에 데이터가 이동하는 대역폭(Bandwidth)이 중요한데, D램을 쌓아 올린 방식의 HBM은 압도적으로 큰 대역폭을 지니고 있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는 SK하이닉스가 GPU 시장의 80%를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HBM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5세대 제품 개발에 성공하며 반격을 위한 ‘회심의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삼성전자가 개발에 성공한 HBM3E는 현존하는 최고 용량인 36기가바이트(GB)를 구현해 기존 HBM3 8단 제품보다 성능과 용량 모두 50% 이상 향상시켰다. 삼성전자는 6세대 HBM(HBM4)도 2025년 샘플링,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메모리 업계의 주도권을 되찾고 HBM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 공급 역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올해 작년 대비 2.5배 이상 생산능력(CAPA)를 확보해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HBM3E 12H D램 제품. [사진=삼성전자]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며 1위를 차지한 SK하이닉스도 올해 상반기 HBM3E 양산에 뛰어든다. 지난해 4월 업계 최초로 12단 24GB를 구현한 HBM3(4세대) 개발에 성공하며 HBM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1월부터 초기 양산 중인 5세대 8단 HBM3E는 고객사(엔비디아) 인증을 마치면 상반기 내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품도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 규격에 맞춰 8단과 같은 높이로 구현할 것이며, 고객 일정에 맞춰 순조롭게 제품화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6세대인 HBM4를 개발해 2026년 양산 목표로 HBM 시장 수성에 나선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콘퍼런스에서 HBM3E 16단 기술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메모리 시장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은 4세대 제품인 HBM3를 건너뛰고 5세대 HBM3E로 직행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마이크론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 출시될 엔비디아 H200에 자사 HBM3R가 탑재될 예정”이라고 공개하며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H200은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H100을 대체할 차세대 제품이다. 엔비디아는 다음 달 열리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GTC)에서 AI 메모리 포트폴리오와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기존 경쟁 제품보다 30% 적은 전력을 소비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HBM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은 10%에 못 미친다. 그러나 이번에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보다 먼저 HBM3E 양산 소식을 공개하며 경쟁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차세대 AI 메모리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HBM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에 따르면 HBM 시장 규모는 올해 141억 달러(약 19조원)에서 5년 후인 2029년 277억 달러(약 5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 ‘고객 맞춤형’ 메모리 전략 전환…고객 요구 다변화 대응

기존 제조사가 특정 제품을 개발에 시장에 공급하는 범용 제품 위주에서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것도 AI가 반도체 시장을 바꾸는 큰 특징이다. AI 시스템의 경우, 성능과 용량, 특화 기능 등 고객이 요구하는 메모리 성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메모리 상품기획실’을 신설했다. 메모리 상품기획실은 제품 기획부터 사업화 단계까지 전 영역을 담당하고, 고객 기술 대응 부서를 하나로 통합해 만든 조직이다. 그동안 분산돼 있던 동향 분석, 상품 기획, 표준화, 사업화, 기술 지원 등 모든 기능을 흡수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개별화된 고객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메모리 시장에서의 기술 리더십을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생성형 AI 성장과 함께 고객 맞춤형 HBM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표준 제품뿐 아니라 로직 칩을 추가해 성능을 고객별로 최적화한 커스텀 HBM 제품도 함께 개발 중”이라며 “현재 주요 고객사와 세부 스펙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 반도체와 협업이 중요한 커스텀 HBM 시장에서 파운드리, 시스템LSI, 어드밴스드(첨단) 패키징팀과 시너지를 내 경쟁력 있게 업계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생산 라인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고객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Custom Memory Platform)’을 추진 중이다. AI 메모리 기술력과 연구·개발(R&D) 역량을 각 고객사의 요구와 최적으로 융합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SK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각 고객사에 특화된 AI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1월 ‘CES 2024’ 현장에서 “기존 AI 메모리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왔지만, AI 시스템의 발전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며 고객이 요구하는 메모리 성능은 갈수록 다변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어떤 고객에게는 용량과 전력 효율이 중요할 수 있고, 또 다른 고객은 대역폭과 정보처리 기능을 선호할 수 있다”며 “차세대 플랫폼을 통해 회사는 기존의 방식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선보이고, 각 고객사에 특화된 최적의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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