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유가] 기업 체감경기 살아나는데…수출·무역수지 다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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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기업 체감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유가 상승 악재가 불거졌다. 유가가 오르면 국내 생산자물가도 따라 뛸 수밖에 없어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달러 대비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이라 유가 수입액 증가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경제심리지수(E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1포인트 상승한 69로 집계됐다. 

지난 2월 68까지 하락해 2022년 9월(64)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뒤 소폭 반등했다. BSI 전망치가 100보다 높으면 긍정적,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으로 해석한다. 

전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BSI 결과에서도 4월 BSI 전망치가 98.6을 기록했다. 기준선 100은 여전히 하회했지만 수치 자체는 2022년 5월(97.2)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았다. 

한경협이 조사한 3월 BSI 실적치는 96.8이다. BSI 실적치는 기업의 체감 경기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전망치와 마찬가지로 기준선 100을 밑돌았으나 전월(90.2) 대비 6.6포인트나 올랐다. 지난해 3월(6.8포인트)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반도체 등 주력 품목 수출이 회복되면서 전반적인 체감 경기가 호전되는 양상이다. 때맞춰 정부도 기업 투자 활성화 지원에 나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천안·아산 디스플레이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입주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2캠퍼스를 방문해 “조만간 지역, 건설, 기업 등 3개 분야에서 투자의 판을 새로 짜고 물꼬를 트고 걸림돌을 치우는 입체적인 투자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제 유가 상승이라는 복병이 출현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와 글로벌 수요 회복 등 영향으로 브렌트·두바이·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 3대 유종 모두 평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훌쩍 넘으며 연초 대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유가 상승은 생산자물가를 높여 기업의 채산성(수익성) 악화와 수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제 한은에 따르면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월(121.83)보다 0.3% 높은 122.21(2015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0.1%)과 올해 1월(0.5%)에 이어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로 소비자물가지수에 선행한다. 향후 소비자물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간신히 흑자로 돌아선 무역수지 관리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해 6월이 돼서야 1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한 뒤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흑자 행진 중이다. 국제 유가 우상향 흐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달러당 1350원대를 오가는 환율 부담까지 더해지면 원유 수입대금 지출이 확대돼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2% 올라 2개월 연속 상승했는데 유가 변동에 따라 더 상승할 여지도 있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국제 유가가 오르면 수입액도 덩달아 올라 무역수지의 하방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물가 상승으로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면 글로벌 교역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리나라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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