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 후속조치…라면·제과 ‘정책 할인’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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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 후속조치…라면·제과 ‘정책 할인’ 들어간다

라면·양산빵 등을 제조하는 식품업체들이 대형마트에서 대규모 할인에 들어간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심과 SPC를 포함한 식품업계에 권고하면서 시작된 정책적 차원의 행사다. 물가 안정을 목표로 지난달 13일 열린 식품업계와 농식품부 간담회의 후속 조치 성격을 띤 셈이다.

7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농식품부의 이 같은 요청을 받은 농심과 SPC삼립은 자사 봉지라면과 양산빵 프로모션을 시작하자고 최근 대형마트 각 사에 제안했다. 편의점을 포함한 다른 유통 채널에서 행사를 적용할 지는 아직 논의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SPC 관계자는 “물가안정 취지에 동참하기 위해 대형마트 3사와 연계한 프로모션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당장 8일부터 농심 봉지라면에 적용할 새 프로모션을 신설하기로 했다. 반면 유사한 기존 행사가 있던 다른 대형마트에선 행사 품목과 기간이 확장된다. 3월 28일부터 농심의 9개 품목을 할인 중이던 롯데마트는 이달 4일 봉지라면 전체로 행사 대상을 키웠다. 기간도 17일까지로 연장해 창립 기념행사 ‘더 큰 세일’을 통해 판매된다. 홈플러스도 같은 방식으로 기간과 품목을 늘렸다. 대형마트 3사에서 동일하게 2개 이상 봉지라면을 구매시 10% 할인이 적용된다.

업계에 대한 정부의 할인 행사 요청은 밀가루 값과 관련된 ‘투 트랙’ 방식의 물가 정책으로 풀이된다. 국내 일반소비자용(B2C) 가격은 직접 인하시키고, 기업간거래(B2B)용 밀가루가 들어가는 라면과 빵 등은 할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하락시키는 식이다. 앞서 정부는 13일 서울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CJ제일제당·SPC삼립 등 19개 제조사를 초청한 간담회를 열었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이 자리에서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적극 협조해달라”며 “주요 곡물과 유지류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가공식품 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데 대해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제품 가격 인하를 언급했다.

한 차관이 이 같이 업체들의 가격인하를 언급한 건 국제 곡물 가격이 고점 대비 하락했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곡물 가격지수는 올해 2월 113.8로 집계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 대비 33.1% 낮아졌다. 유지류 가격지수 역시 2022년 3월 251.8로 고점을 찍은 뒤 올해 2월 120.9로 떨어졌다.

간담회 이후 제분업계는 일반 소비자용 밀가루 값을 내렸지만, 라면 등을 제조하는 업체들이 완제품 최종소비자가격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분은 이달 1일부터 일반 소비자용 밀가루 가격을 평균 6%대 인하했다. 하지만 라면과 빵 등 밀가루가 들어가는 제품 가격에 생긴 변화는 없었다. 제분사와 완제품 제조사의 납품 가격에 정부가 개입하기 어려울 뿐더러 이미 계약이 끝난 경우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소비자들의 생활 물가 부담을 낮추는 데는 식품·유통업계의 이번 조치가 더욱 효과적일 전망이다. 밀가루를 직접 구매해 가정 내에 구비해두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농식품부 권고대로 품목별 1위 업체가 물가 안정 목적의 할인 행사를 시작한다면 이는 식품업계 각 사로 빠르게 번져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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