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반도체’ 잘 팔리니 좋긴 한데”…김 값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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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역대급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김 업체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수출 물량이 급등하며 원재료 가격까지 치솟은 탓이다. 더 이상 원가 압박을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물가 안정’ 기조를 앞세운 정부의 협조 요청에 반기를 드는 것도 부담되는 터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충남 보령시 소재 조미 김 가공 공장 직원들이 조미 김을 손질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기준 마른김 1속(100장)의 국내 도매 가격은 평균 9072원으로 전년 동기(6577원) 대비 약 38% 올랐다. 한달 전 평균 가격(7747원)과 비교해도 약 17% 증가했다. 도매가 상승에 따라 소매가 역시 오름세다. 지난달 13일 기준 마른김 10장당 소매 가격은 평균 1158원으로 1년 전 999원과 비교해 약 16% 올랐다. 한달 전 가격 1107원과 견줘봐도 4%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도·소매 가격 상승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치솟고 있는 김의 인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에서 밥반찬을 넘어 저칼로리 건강 스낵으로 주목받으며 수출량이 폭등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김 수출액은 7억9100만달러(약 1조6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1년 전(6억4800만달러)과 비교해도 22.2% 증가한 수치다. 놀라운 수출 성과에 ‘검은 반도체’란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덩달아 김의 원재료인 원초 가격도 과거보다 2~3배가량 올랐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의 원재료인 원초 가이 무서울 정도로 오르고 있다. 김 수출량이 늘어난 것은 물론 원초 자체의 수출 물량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늘어날 수출 물량을 감당할 만큼 생산량이 늘진 못하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24년산 김 생산량(2023년 10월~2024년 2월)은 약 1억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했지만,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기 버거운 상황이다. 당분간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늘기도 어려운 구조다. 김을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국가가 한국, 중국, 일본 3국밖에 없는 탓이다. 최근 인기를 얻기 전 특유의 검은색 등으로 김이 기피 식품이었던 점과, 위도 34~37도 해안에서만 최적의 제품이 탄생하는 특성 등이 맞물린 결과다. 향후 정부 차원에서 김 증산을 위해 축구장 2800개 넓이에 해당하는 신규 양식장을 만들고, 김 육상 양식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지만 단기간에 상황을 개선시키긴 어렵다.

서울 소재 면세점에서 각종 김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김 업체들은 소매 가격을 추가 인상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부 압박에 큰 소리를 내진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주요 식품업체를 잇따라 찾아 물가 안정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하는 중이다. 김은 그 중 정부가 특별히 공들이는 품목 중 하나다. 지난달 말엔 송명달 해양수산부 차관이 국내 대표 김 제조업체 6곳(동원F&B, CJ제일제당, 대상, 성경식품, 대천김, 충남마른김수협)의 관계자들과 만나 김 가격 안정을 직접 당부하기도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총선은 끝났지만, 정부 물가 안정 기조가 워낙 확고한 만큼 당분간 김 소매 가격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눈치를 안 볼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시간문제다. 원재료 가격 인상폭이 기업들이 감당할 수준을 넘었다. 대다수 업체가 가격 인상 시점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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