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넣은 빌라인데”…신통기획 ‘불똥’ 주민들 피해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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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계약했지만 권리산정기준 소급해 현금청산 대상”
분양가 크게 밑도는 감정가 매각으로 재산 손실 불가피
영세 주택업자는 수십억 투입한 건물 못 팔고 도산 위기

뉴시스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서울 관악구 신림1재정비촉진구역을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전 재산 털어서 빌라 한 채 마련한 사람이 대다수인데 그 돈도 제대로 못 받고 언제 내쫓길지 몰라 불안감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추진으로 재산 손실이 불가피해진 해당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가 권리산정 기준일을 소급 적용하는 바람에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됐고 그 시기를 가늠할 수 없어 주거불안에도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영세 주택업자들은 도산 위기에 몰렸다. 신통기획 발표 전 건축허가를 받아 지은 집을 팔지 못하고 매달 수천만 원의 은행 빚만 갚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21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신속통합기획피해자 대책위는 22일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연다. 다음날인 23일은 서울시 서소문 2청사 인근에서 집회를 할 예정이다.

서울시에 신통기획 추진으로 인한 피해 구제를 2년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거리로 나선 것이다. 피해자대책위는 주로 빌라를 짓는 영세 주택업체 모임이고 집회에는 해당 지역 피해 주민도 참여한다.

서울시가 신통기획을 추진하면서 권리산정 기준일을 무리하게 소급 적용해 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시는 신통기획 1차 후보지 권리산정 기준일을 공모 공고일인 2021월 9월23일로 고시했다. 고시일 이후 투기세력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2차 후보지는 2022년 1월 28일이 권리산정 기준일로 지정됐다.

문제는 건축허가를 받아 건물을 짓고 분양을 진행했지만 신통기획 공모일까지 준공하지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계약금과 잔금 등을 이미 지불해 사실상 집을 샀지만 소유권이전 등기를 하지 못해 현금청산 대상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현금청산 대상은 감정평가액으로 집을 팔아야 하는데 이때 책정되는 가격은 통상 시세보다 현저히 낮아 차익은커녕 분양가도 건지기 힘들다.

광진구 자양동 A 빌라를 매입한 김 모 씨는 “신통기획 1차 공모가 나기 전에 이미 계약을 마쳤는데 서울시가 권리산정 기준일을 앞당기는 바람에 피해자가 됐다”며 “서울시가 건축 허가를 해놓고 주민이 피해를 볼 게 뻔한 행정 조치를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A 빌라는 2021년 6월 건축허가를 받고 신통기획 공모가 나오기 두 달 전인 7월부터 분양 계약을 진행했다.

김 씨는 “아들 집을 마련해주려고 아들이 모은 것을 포함해 돈을 끌어모았는데 현금청산을 하면 분양가에 크게 못 미치는 가격으로 집을 내놔야 할 것”이라며 “자녀들의 지렛대를 만들어 주려고 온 집안 돈을 집어넣은 경우가 많은데 이런 사람들은 말 그대로 거덜 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에 따르면 자양동 일대에만 이런 피해자가 100가구 안팎이다. 신통기획 후보지가 60곳 이상이란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최소 수백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주택업체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수십억 원을 들여 지은 집을 분양하지 못하면서 도산 위기에 몰리고 있어서다.

대책위 관계자는 “분양이 돼야 돈이 들어오는데 현금청산 대상이라 분양이 불가능하다 보니 다들 한 달에 은행 빚만 2000만~3000만 원씩 나가는 상황이 최소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며 “대부분 한계에 다다른 상태고 이미 연체가 발생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금청산까지 몇 년이 걸린 텐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 업체는 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수십억 원을 날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빌라 한동을 짓는데 들어가는 돈은 토지 매입비 등을 모두 포함해 40억~50억 원 수준이다.

권리산정기준일 이전에 지자체가 건축 허가나 착공 등을 허가해 준 경우에 한 해 별도의 규정을 만들어 구제해달라는 게 피해를 주장하는 측의 요구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피해를 호소하는 분들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억울한 사례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투기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면이 있고 예외를 인정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도 있어 지금 권리산정기준을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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