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상폐할래”…상장사 인수해 증시 떠나는 사모펀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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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최근 사모펀드(PEF)가 상장사를 인수한 뒤 자발적으로 상장폐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으로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모펀드가 인수한 상장사의 자발적 상장폐지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밀폐용기 제조사 락앤락의 지분 1314만112주(30.33%)에 대해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지난 18일부터 공개매수를 진행한 어피니티는 내달 30일까지 보통주 1주당 8750원에 주식을 매입할 계획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락앤락, 쌍용C&E가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락앤락의 냉동·냉장 소분 보관용기 ‘스마트킵’ [사진=락앤락]

그간 상장사 공개매수는 일년에 한, 두 번 있을까 말까한 이벤트였다. 그러나 작년 오스템임플란트, 루트로닉에 이어 올해 쌍용C&E, 티엘아이, 락앤락도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 등 PEF들이 보유 기업을 상장폐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자본시장이 선진화된 미국, 유럽의 경우 대주주나 경영진이 PE투자자들과 손을 잡고 자발적 상장폐지를 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규모가 작았으나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택하는 이유는 상장 유지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고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또한 자금흐름이나 기업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최근 자발적 상장폐지 사례가 늘어나는 다른 이유도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엔 합리적인 금액으로 비상장사에 투자해 엑시트를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엔 이에 해당하는 케이스가 줄었고 상장기업의 주가 상승폭도 미미하다는 것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좋은 가격으로 비상장사에 투자한 뒤 엑시트하는 경우가 과거엔 많았다면, 지금은 비상장사의 가치도 상향됐다”며 “그렇다고 우리나라 주가가 해외보다 높은 것도 아니고 소액주주도 신경써야 하고 공시 관리 부담도 있다”고 짚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사모펀드의 보유 기업 자발적 상장폐지 결정을 부추겼다고 추정한다. 금융당국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유도하고 있는데, PEF들은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원해 차라리 상장폐지를 택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사모펀드 운용사를 중심으로 상장 기업을 상장폐지 시키는 사례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최근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보유 기업을 자진 상폐시키면 당국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장사라면 소액주주와 나눴어야 했을 배당도 대주주가 오롯이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기업을 보유한 PEF는 소액주주의 요구와 공시 의무에 벗어나려 자진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당국의 밸류업 압박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소액주주의 요구가 커지기 전에 상장폐지를 택하는 곳들이 점점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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