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파는 한약재랑 뭐가 다른데?” 식약처 인증 한약 조제시설 가보니[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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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파는 한약재랑 뭐가 다른데?” 식약처 인증 한약 조제시설 가보니[르포]
자생메디바이오센터 직원이 무균실에서 약침 조제 공정을 관리하고 있다. 사진 제공=자생메디바이오센터

‘딩동’ 지난 29일 오전 10시쯤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 아파트. 초인종이 울리고 잠시 후 현관문 너머로 인기척이 들리자 배송기사 이모씨가 “안녕하세요. 자생메디바이오센터에서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현관문이 열리자 이씨는 포장 패키지와 명단에 적힌 환자 이름을 확인한 다음 한약을 건넸다. 생리통(월경통)이 심해 고생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자생한방병원을 찾았다는 30대 서모씨는 “지난주 토요일 느지막이 진료를 받았는데 30분 전에 배송 연락이 와 놀랐다”며 “한약 처방은 물론 조제, 배송까지 세심하게 관리 되는 느낌이라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이날 서씨가 수령한 한약 배송은 오전 9시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자생메디바이오센터에서 시작됐다. 자생메디바이오센터는 자생한방병원이 작년 10월부터 본격 가동 중인 국내 최대 규모의 한약 통합조제시설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총 7000평 규모의 공간에 한약 조제부터 조제용수 관리, 한약재 가공 및 품질검사, 배송 등 모든 공정을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설이 집약돼 있다. 흔히 한약하면 흔히 떠올리는 탕약 뿐 아니라 환약·약침·농축액·고제·과립·캡슐 등 모든 종류의 한의의약품 조제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하루 최대 1500명 분의 한약 조제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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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메디바이오센터 연구진이 한약재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사진 제공=자생메디바이오센터

건물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물씬 풍기는 한약 냄새를 맡으며 2층에 올라가니 10여 명의 한약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수도권 소재 12곳의 자생한방병원에서 실시간 전송되는 처방전을 전문 한약사들이 일일이 확인하고 한약재를 검수해 조제한다. 환자 인식표를 붙여 탕전기로 옮기면 최적의 시간과 압력·온도 등이 자동 설정되고 전용 배관을 통해 흘러가도록 시스템이 표준화 되어 있다.

김경동 자생메디바이오센터 탕전실장은 “스파우트 팩에 한약 충진이 완료되고도 수작업으로 용량과 외관을 검수하고 거대한 레토르트 멸균기에서 고온·고압의 멸균 작업을 거친 뒤에야 센터 내 전담 배송팀에게 전달된다”며 “안전한 배송을 위해 서울·경기 지역은 센터 직원들이 처방 다음날 직접 운송하고 있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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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메디바이오센터 직원이 한약재 품질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자생메디바이오센터

눈에 보이는 과정이 전부는 아니다. 센터는 국민들이 한약을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생한방병원 창업자의 이념에 따라 한약재 품질관리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5년 hGMP(한약재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 제도가 전면 의무화되면서 한의원·한방병원은 엄격한 절차를 거친 한약재 규격품만을 활용해 한약을 조제해야 한다. 센터는 대한민국약전 등에 등재된 600여 가지 한약재 중 약 80%에 달하는 460개 품목에 대한 신고 및 허가를 마쳤다.

한약재는 원산지에 따라 품질 차이가 크다. 전 세계 각지로 검수인들을 파견해 최상급 한약재를 확보하는데 사전품질검사부터 입고·출고까지 자체 운영하는 시험만 최소 9번이다. 중금속·잔류 농약·순도·성분 확인 시험 등 일련의 검사 절차 중 잔류농약시험의 종류만 약재에 따라 많게는 100가지가 넘는다. 그 결과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hGMP 실사를 거쳐 인증을 획득하고 2018년부터 5년 연속 유일하게 hGMP 우수업체로 선정되는 등 한약재 가공 및 공급 인프라의 우수성을 인정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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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메디바이오센터 직원이 한약 충진이 완료된 스파우트 팩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자생메디바이오센터

이처럼 까다로운 한의의약품 품질 관리 철학은 건물 지하에 설치된 대규모 수처리시설에서도 드러난다. 한약재를 세척하거나 조제하는 과정에 사용되는 모든 물은 마이크로·카본·멤브레인 필터로 이어지는 역삼투압방식과 전기탈이온방식(EDI) 시스템으로 24시간 관리되고 있다. 한약재 성분을 환부에 주입하는 약침의 경우 유해물질이 일체 유입돼선 안 되기 때문에 탕전 이후 0.2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제균 필터를 이용해 2번의 여과 작업을 거친다. 약침액을 담는 바이알 용기도 초음파 진동·정제수 고압 분사 등 6단계 세척 이후 300도 이상으로 멸균 처리하고 있다. 이후 전수 이물검사와 품질검사를 통과해야 비로소 출하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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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방문한 의료관계자들이 자생메디바이오센터 직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자생메디바이오센터

센터가 방문을 원하는 누구에게나 견학의 기회를 제공하는 건 이러한 품질 관리의 자부심과도 무관하지 않다. 센터 출범 이후 6개월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미국·중국·러시아 등 10개국에서 의료진 및 의료관계자 148명이 다녀갔다. 한약·약침 등의 조제 단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 이들은 한약의 표준화와 과학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자생메디바이오센터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의 첩약(여러 약재를 섞어 만든 치료용 탕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을 계기로 엄격한 조제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고품질의 안전한 한약을 조제하는 첨단 핵심시설로 거듭나고 세계를 향한 한약 발전의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R&D 투자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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