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대출’ 미끼 된 지적장애인 7년만 마무리…예외적 조항 마련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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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서울중앙지방법원]

‘작업대출’ 덫에 걸려 채무변제 소송에 휘말렸던 장애인이 법원의 제동으로 7년 여간의 송사를 마무리 한 가운데, 지적장애인 등 장애인을 위한 예외적 조항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일 지적장애 2급 김모 씨의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서민금융진흥원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후 서민금융진흥원은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고, 김 씨가 엮였던 채무 변제 소송이 마무리됐다.

지적장애 2급인 김모 씨는 본인 이름 석 자와 숫자 0에서 9까지 숫자만 쓸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대출의 의미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김 씨 명의로 은행에서 빌린 돈만 1억원이 넘었다. 허위서류를 이용한 대출 사기, 이른바 ‘작업대출’을 노린 일당의 꾐에 당한 것이다.

일당 3명은 지난 2015년 여름 김 씨에게 접근해 용의주도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우선 김 씨에 대한 허위 재직증명서를 마련한 뒤 한 달간 연습에 들어갔다.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의 예상 질문을 놓고 김 씨와 반복해 학습하는 식이었다.

일당은 은행 20여 곳에서 대출을 시도했고, 김 씨 명의로 2016년 3월 농협은행에서 7700만원의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다. 부동산 전세계약서 역시 허위였다. 김 씨의 전세금을 전달받은 임대인은 일당 중 한 명이었고, 해당 주소지에 김 씨가 전입신고하도록 했다.

대부업체를 통한 대출도 이어졌다. 김 씨 명의 허위 급여통장과 재직증명서를 이용해 근로자 대출 800만원 등 총 3900만원을 대출받아 빼돌렸다. 결국 이들은 사기죄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7년 10월 주범인 이모 씨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일당들은 징역형 집행유예였다.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이미 끝났지만, 남은 빚은 김 씨의 몫이었다. 전세대출 당시 체결한 신용보증약정에 따라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농협에 7200만원(90%)을 대위변제했다. 한 저축은행에서 받은 근로자 대출 800만원도 보증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이 대신 갚았다.

이후 두 기관은 2017년 김 씨에게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서민금융진흥원의 손을 들어줬다. 김 씨가 대출 받는 과정에서 약정의 의미를 인지하고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취지의 주장이 인정된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판단이 뒤집혔다. 광주지법은 2021년 8월 김 씨가 한국주택금융공사에 7200만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대출약정 및 신용보증약정은 피고의 의사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체결돼 모두 무효”라고 지적했다. 이후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상고를 취하했다.

다른 대부업체들이 김 씨의 채무와 관련해 제기한 소송도 마찬가지였다. 법원은 대부업체가 청구를 포기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내리거나, 대부업체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서민금융진흥원의 소송을 끝으로 법적 분쟁이 7년 만에 마무리된 셈이다.

이에 서민금융진흥원과 주택금융공사의 구상권 청구는 일반적 사건의 경우 당연히 이뤄져야 할 부분이지만 지적장애인이 범죄에 이용되는 등의 경우는 예외적 지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적장애인의 경우 금융기관이 보호자의 확인을 받고 진행한 대출에 대해서만 보증해준다는 식의 예외적 조항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 지난해 3월 수원지검 형사2부(양선순 부장검사)는 계약서를 조작해 전세 대출금 1억원을 챙긴 이른바 ‘작업 대출 브로커’ 20대 A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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