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새 30% 빠진 이더리움, 美 증권성 여부 논란에 ‘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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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장 악재로 꼽히는 ‘증권성’여부 논란이 이더리움 약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비트코인 다음으로 공신력있는 가상자산이라지만, 비트코인과는 다른 시각에 시장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 한 때 기대됐던 이더리움 기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가능성도 낮아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이더리움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 사진 = 뉴스1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이더리움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 사진 = 뉴스1

8일 오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기준, 이더리움 가격은 전일 대비 소폭 내린 419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불과 두 달전인 3월초만 하더라도 국내 거래소에서 570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이후 줄곧 내리막이다.

당시 비트코인이 1억원을 넘어서는 등, 가상자산 시장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이후 거품 논란이 일면서 현재 비트코인은 물론, 이더리움도 고점 대비 30% 가까이 빠졌다. 5월 초 400만원선이 깨지기도 했다가 그나마 다소 반등한 상황이다. 

이 같은 이더리움의 약세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진단이다. 이달로 예정된 이더리움 현물ETF의 승인 가능성이 낮아진 데 따른 영향이 크다. 지난 7일(현지시간) 게리 갠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CNBC에 출연, “가상자산 대다수는 미등록 유가증권”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은 여전히 많은 사기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더리움의 증권성 여부는 이더리움 현물 ETF의 승인 여부를 판가름할 중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더리움이 증권으로 분류되면 SEC에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 증권이기 때문에 판매 자체가 불법이 된다. 

SEC와 겐슬러 위원장은 과거에도 수차례 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의 증권법 적용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SEC의 주장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금과 같이 별도의 발행사나 이자 소득이 없는 단순 투자 자산이다. 반면 이더리움은 지분증명(PoS) 채굴 방식과 스테이킹 기능을 통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을 제공하기 때문에 증권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SEC에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기관은 미국의 자산운용사 반에크와 블랙록, 피델리티 등 총 9개사다. 가장 빠른 기한은 오는 23일 기한이 도래하는 반에크의 신청이다.

그러나 SEC는 계속 문턱을 높이는 모양새다. 이달 갤럭시 인베스코(Galaxy Invesco)의 이더리움 현물 ETF 결정 일정을 오는 7월 5일로 60일 가량 연기했으며, 앞서 블랙록과 피델리티, 프랭클린템플턴, 해시덱스 등 신청사들에 대한 결정 기한 역시 연기한 바 있다.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SEC의 심사가 지연되자 이달 3일 이더리움 선물 ETF 상장 및 거래 신청을 철회했다. 앞서 SEC는 지난해 9월 그레이스케일의 신청 이후 이에 대한 계속 결정을 미뤄왔다. 

당국과 업계 간 증권성 다툼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내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점차 부정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블룸버그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는 이달 말까지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될 가능성을 70%에서 25%로 낮췄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연내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될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후보가 승리해 ETF 승인 당국인 SEC 의장이 교체될 경우 그나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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