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신사업 포문…영토 확장 나선 한화家 차남 김동원 [2024 후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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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회장님이다!”

지난달 25일 한화생명을 비롯, 한화그룹의 금융 계열사가 밀집해 있는 여의도 63빌딩이 한 때 술렁였다. 김승연 한화 회장이 임직원 독려차 방문하자 로비를 지나던 직원들이 그를 발견, 에워쌌던 것. 그리고 김 회장 옆에는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최고글로벌책임자, CGO)이 함께 했다.

그룹을 이끄는 김승연 회장은 누차 금융 혁신을 주문해 왔고, 이의 핵심 키로 한화금융의 해외사업을 응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이날의 방문에 대해, “김동원 사장에게 확실하게 힘을 실어준 장면”이라고 해석한다. 이에 김동원 사장의 입지도 보다 탄탄해 지면서 한화생명 해외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화생명 본사를 방문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 한화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화생명 본사를 방문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 한화

최근 한화생명은 주력 시장인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북미와 일본까지 빠르게 발을 넓히고 있다. 실속 있는 해외투자처를 발굴해 성장 한계에 직면한 국내 보험업 위기를 타개한다는 구상인데, 여기에는 김동원 사장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2014년 한화생명에 입사해 올해로 10년 차를 맞은 김동원 사장은 해외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김동원 사장은 2018년 미래혁신부문장으로 재임하면서 베트남·인도네시아 법인을 총괄하는 등 해외사업 경험을 꾸준히 쌓았다. 지난해 2월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직책을 맡은 이후 한화생명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동원 사장이 CGO로 부임한 이후 한화생명의 해외사업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3일 인도네시아 ‘리포그룹(Lippo Group)’이 보유한 ‘노부은행’ 지분 40%를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국내 보험사가 해외 은행업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지난해 3월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보험사 리포손해보험 지분 62.6%를 매입했다. 리포손해보험은 건강·상해보험 판매 기준, 현지 시장점유율 2위 보험사다. 생명보험에 이어 손해보험 상품을 취급하면서 현지 상품 포트폴리오 다변화했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 조선DB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 조선DB

한화생명은 노부은행 매입 이후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영업 채널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은행업뿐 아니라 현지 생·손보업 사업에도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노부은행 SPA 체결에 김 사장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김 사장이 2016년부터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등 글로벌 리더들과 꾸준히 만남을 이어왔다. 

실제로 지난 1월 김 사장이 존 리아디(John Riady) 리포그룹  대표와 만나 양사간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던 것이 이번 계약의 초석이 됐다는 것이 한화생명 측 설명이다. 다보스포럼에서 맺은 인연이 사업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한화생명과 리포그룹이 지난 3일 인도네시아 '노부은행'의 주식매매계약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체결했다. 사진은 체결식에 참석한 한화생명 김동원 사장(왼쪽)과 리포그룹 존 리아디(John Riady) 대표(오른쪽) / 한화생명
한화생명과 리포그룹이 지난 3일 인도네시아 ‘노부은행’의 주식매매계약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체결했다. 사진은 체결식에 참석한 한화생명 김동원 사장(왼쪽)과 리포그룹 존 리아디(John Riady) 대표(오른쪽) / 한화생명

베트남 사업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현지 방카슈랑스 이슈로 실적이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그래도 성장세는 꾸준하다. 국내 생명보험사 최초로 베트남 보험영업 개시한 2009년 23억원에 불과했던 수입보험료는 지난해 2105억원까지 뛰었다. 지난해에는 설립 15년 만에 누적 흑자를 달성하는 등 시장 규모가 지속 확대되는 추세다.

김 사장이 역점을 둔 또다른 사업은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다. 한화생명은 현재 미국과 일본 현지에 각각 부동산 임대 해외법인 ‘DP 리얼이스테이트아메리카(DP Real Estate America LLC)’와 ‘DP 리얼이스테이트 재팬(DP Real Estate Japan G.K)’을 두고 있다. ‘DP’는 김 사장이 주도하는 한화생명 스타트업 지원 사업인 ‘드림플러스’의 약자다.

2022년 출범한 ‘DP Real Estate America LLC’는 같은해 8월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에 위치한 ‘300그랜트’ 빌딩을 1억5500만달러에 매입했다. 총 자산규모는 2143억원으로 지난해 31억7400만원의 영업수익을 냈다. 현재 오피스빌딩 4층에 현지법인 사무실을 두고 꾸준히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DP Real Estate Japan G.K’는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에 거점을 마련했다. 초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자 일본 부동산시장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출범 초기인 만큼 총 자산규모는 105억원으로 적은 편이다. 다만, 글로벌 사모펀드(PE)도 꾸준히 눈독을 들이는 시장인 만큼 현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생명은 생보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6곳의 해외법인 점포를 운영 중이다. 본업인 보험업뿐 아니라 대체투자를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노력 일환이다. 해외사업 진출에 김 사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은 만큼 성과에 따라 경영승계 지렛대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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