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이전 정부 탓 돌린 윤석열, 특별법 거부권과 부동산 정책 협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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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제21대 국회 임기 안으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 사기 책임을 지난 정부에 돌렸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규모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다만 윤 대통령으로서는 부동산 정책 추진을 위해 협치가 필수적이라 거부권 행사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세사기 문제의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있다는 견해를 내비치면서 전세사기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아진다.

윤 대통령은 9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정부 때 매매 가격만 폭등한 게 아니라 전세가가 폭등했다”라며 “갭 투자가 많이 이뤄졌고 전세 사기도 발생해 국민이 큰 고통을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또 문재인 정부가 시장 원리를 무시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왜곡을 불러왔다며 비판했다.

그는 “부자 감세니 하는 비판도 있지만 세금도 과도하면 시장을 왜곡한다”라며 “제대로 공급이 안 돼서 시장 가격은 30억 원이 되는데 물건을 쥐고 있는 입장에서 세금 다 내고 보유세 내면 10억 원짜리밖에 안 되면 시장 왜곡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여야는 다시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지켜봤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라며 “여전히 나는 잘했는데 소통이 부족했다고 고집하고 있는데 오답을 써놓고 정답이라고 우기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선(先)구제 후(後)구상’을 뼈대로 하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부의안건을 처리했다.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개정안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부정적 태도를 나타냈다.

이장원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피해총괄과장은 4월24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전세사기피해지원의 성과 및 과제에 대한 토론회’에서 “현재 추세대로라면 내년 5월까지 피해자 수가 3만6천 명으로 늘 것”이라며 “평균 보증금 1억4천만 원을 곱하면 5조 원에 가까운 비용이 나온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 세금은 세금대로 소모하고 구상권 청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세금을 회수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2월27일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 요구와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하며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세금으로 대신 갚는 것과 다름없어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우려된다”며 “수조 원 규모의 국민 혈세가 투입될 뿐 아니라 그 상당액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 법안을 충분한 공감대 없이 추진한다면 극심한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국회를 통과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공포하면 적지 않은 재정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하지만 22대 국회까지 이어지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여야 협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부동산을 비롯한 정책 추진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여러 차례 민생토론회를 진행하며 규제 완화를 뼈대로 삼은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9일 기자회견에서도 규제 완화와 자금 공급으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겠단 뜻을 보였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국회 본청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정책 대부분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다수당인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여야가 반드시 협치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여야의 합의가 필요한 대표적인 윤 대통령의 약속 가운데 하나는 다주택자 규제 완화다.

윤 대통령은 올해 1월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아람누리에서 국토교통부 업무보고를 겸해 진행된 민생토론회에서 “다주택자를 겨냥한 징벌적 중과세를 철폐해 서민과 임차인들이 혜택을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월23일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기한을 2024년 5월에서 2025년 5월까지 1년 연장하는 내용이 담긴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중과세율 적용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정도가 가능한 시행령 정치로는 다주택자 규제 완화를 통한 정책 효과를 제대로 현실화하기 어려워 보인다. 심리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는 부동산 시장 특성상 정책이 다주택자 규제 완화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해선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양도세 중과 자체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회 의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민주당이 중과세 제도 폐지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가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선 여러 난관을 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24년 1월1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는 임차인뿐만 아니고 다주택자 투기 부담만 줄여주는 초부자 감세 정책이 분명하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임차인을 위한 정책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다주택자 부담 완화를 위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도 법안 개정이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은 3월19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중산층과 서민층의 거주비용 경감을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3월20일 배포한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인위적 현실화율 인상을 부동산 시장 안정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필요하더라도 국민의 재산권 침해는 최소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를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부동산 공시법 26조2항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 시세 반영률의 목표치를 인위적으로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대통령령에 따라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재건축 활성화 약속도 여야협치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정부는 ‘1’10 부동산대책’에서 입주 뒤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재건축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폐지 추진도 더불어민주당의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다만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재건축 문제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제21대 국회에서 1기 신도시 특별법 통과, 재초환 관련 특별법 개정안 통과 등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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