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부가가치 점유율, 中의 절반…적신호 켜진 ‘수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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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반도체 부가가치 점유율, 中의 절반…적신호 켜진 '수출 코리아'

기술·지식집약적(KTI) 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글로벌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주요 2개국(G2)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과 무역 질서를 따라야 하는 우리나라는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사실상 포기해야 했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 굴기’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린 중국 기업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총생산(GDP)은 물론 수출에서도 KTI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지속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은 KTI 제조업 분야에서 2022년 11조 4000억 달러(약 1경 5500조 원)의 수출을 일으켰다. 여기에는 반도체·자동차·휴대폰·배터리·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상품 대부분이 포함된다. 한국은 전체 수출 중 KTI 제조업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71.7%에 달한다. 일본(72.6%)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같은 해 한국은 KTI 제조업에서 수출 5007억 달러(약 683조 원)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5000억 달러를 넘겼다. 중국의 약진 속에 미국·유럽·일본 등 자유주의 진영 국가들의 KTI 제조업 수출 점유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와중에도 한국은 비교적 자리를 잘 지키면서 선전했다. 10년 전인 2012년 대비 중국이 4.7%포인트 성장하며 20.9%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린 가운데 미국(-1.8%포인트)과 일본(-2.5%포인트) 등은 역성장했다. 한국은 4.4%로 점유율을 유지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고강도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산업 경쟁력을 크게 높이고 있고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상당 부분 핵심 수출 상품이 중국과 겹치기 때문에 경쟁력에서 앞선 반도체 등 일부 산업군에서도 쫓기는 입장이 됐다.

한국은 KTI 제조업 중 반도체·디스플레이가 포함된 컴퓨터·전자·광학 제품군(43.6%)과 화학 관련 제품군(20.1%), 자동차(16.2%) 분야에 수출 대부분이 집중된 구조다.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주력 수출산업과 상당 부분 겹친다. 그나마 미국과는 공급망 동맹을 통해 협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중국은 한국 기업들의 강세 분야를 적극 공략하고 있어 더욱 어려운 경쟁자가 되고 있다.

특히 핵심 주력 상품인 반도체 분야에서도 경고등이 켜졌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 부가가치 점유율 항목에서 한국은 2018년 15.1%에서 2022년 11.8%로 하락했다. 반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을 장악한 대만은 같은 기간 14.5%에서 19.2%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한국을 제치고 세계 2위로 뛰어올랐다. 중국(31.6%)과의 격차는 두 배 이상으로 벌어진 지 오래다. 이우근 칭화대 교수는 “중국은 한국에 있어 가장 큰 위협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며 “중국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가 분야별로 얼마나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지 파악해 기술 유출과 기술협력 사이에서 상생을 위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기 속에 한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연구개발(R&D) 총 투자는 112조 64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3% 늘었다. GDP 대비 비중으로 보면 5.21%로 역대 처음으로 5%를 넘겼다. 전 세계에서 한국보다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높은 나라는 이스라엘뿐이다.

하지만 국가 규모 때문에 경쟁하는 강대국에 비해 절대 투자비가 적을 수밖에 없는 데다 사업화 성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 여러 문제로 인해 현상 유지조차 버거운 상황이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지난해 R&D 투자 규모는 616조 원(3조 3000억 위안)으로 우리의 다섯 배를 훌쩍 넘는다. 그나마도 ‘잘하는 분야’를 지키기 위해 집중하다 보니 항공·우주 등 또 다른 미래 핵심 분야에서는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아니마 아난드쿠마르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석좌교수는 “한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앞선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R&D 추가 투자를 통해 경쟁력 유지를 넘어선 발전 가속화에 더욱 중점을 둬야 한다”며 “반도체 설계를 최적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에 집중 투자하는 등 시대를 앞서가려는 노력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이 같은 위기의식 속에 다방면의 첨단산업 육성책을 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확보해야 할 ‘12대 국가전략기술’을 확정했다. 특히 AI와 양자, 첨단바이오를 ‘3대 게임체인저’로 정하고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정부는 이들 기술을 중심으로 예산 집중 투자, 전략 로드맵 수립 등으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초격차 전략기술 확보는 단순한 경제성장을 넘어 국가 생존의 핵심”이라며 “세계 최고에 도전하는 혁신·도전적 R&D로 전략기술을 주도하는 국가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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