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배관망 이용규정 공정성 논란…“원인자 부담원칙 따라 승압시설 설치 필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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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강남구 그래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민간LNG산업협회가 주최한 제2회 LNG포럼이 천연가스 배관망 중립성을 주제로 진행됐다.

▲14일 서울 강남구 그래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민간LNG산업협회가 주최한 제2회 LNG포럼이 천연가스 배관망 중립성을 주제로 진행됐다. 사진=윤병효 기자

한국가스공사와 민간 사업자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국내 천연가스 배관망에 대한 규정이 사실상 가스공사가 정하도록 돼 있어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제기됐다.

14일 민간LNG산업협회가 천연가스 배관망 중립성을 주제로 개최한 제2회 LNG포럼에서 류권홍 변호사는 \’공정한 국내 천연가스 시장과 망 중립성\’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천연가스 배관망 규정은 도시가스 도매사업자가 규정을 정하도록 돼 있다”며 “이거는 시험 보는 자가 시험 문제를 내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도시가스사업법에 의거해 우리나라의 도시가스 도매사업자는 한국가스공사가 유일하다.

국내에 천연가스를 도입하는 사업자는 가스공사 외에도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직수입자 20여곳이 있다. 비중은 가스공사 80%, 민간 20% 정도이다. 민간 직수입자들은 수입한 LNG를 사용하려면 가스공사의 배관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 가스공사가 자기한테 유리하게 잣대를 적용하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들은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류 변호사는 “가스공사는 배관망 규정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기 때문에 객관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니다. 누가 감독한다고 해서 시험 보는 자가 시험 문제를 내는 것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규정은 있으면 안되는데, 아직도 있다”라고 비판했다.

류 변호사는 배관망 외에도 제조시설 이용 규정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관망 규정은 그래도 승인이라도 받는데, 인수기지 같은 제조시설 규정은 그냥 신고만 하면 끝난다”며 “유럽연합 같으면 이런 규정은 한방에 위헌 판결이 났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류 변호사는 유럽연합의 전력 및 가스 산업의 망에 대한 규정은 교과서적이라고 추천했다.

그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가스 주배관망 및 지역배관망뿐만 아니라 LNG터미널 같은 LNG 시설에 대해 제3자의 접근권을 무차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용량 부족, 공공서비스 제공의무 등 일부 조건에 대해서는 접근권을 제한한다. 하지만 유럽연합 법원은 그 제한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류 변호사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가스시장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설비공동이용제도에 대한 공정성 확보가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고압가스 배관망과 영국 고압가스 배관망 비교. 자료=주경민 이노비아이솔루션 대표

▲한국 고압가스 배관망과 영국 고압가스 배관망 비교. 자료=주경민 이노비아이솔루션 대표

주경민 이노비아이솔루션 대표는 \’천연가스 망중립성 강화 및 배관 효율성 제고 방안\’ 주제발표에서 “국내 천연가스 배관망에는 데드 브랜치가 많아 압력이 감소하는 등 이용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데드 브랜치란 배관망이 서로 연결되지 않고 한쪽에서 끝나는 배관을 말한다. 유럽이나 싱가포르 등은 배관망이 서로 연결돼 있는 환상망인 반면, 국내 배관망은 데드 브랜치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면 가스공사의 삼척LNG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배관망은 수도권으로 가는 것과 경남지역으로 가는 것과 고성지역으로 가는 것이 있다. 수도권과 경남향 배관망은 다른 배관망과 연결돼 있는 반면, 고성 배관망은 연결돼 있지 않다.

주 대표는 “(가스공사의) 다른 LNG터미널들은 6.45메가파스칼(MPa) 압력을 지키는데 삼척터미널은 7.35MPa까지 승압 운전을 한다. 동절기 부하가 많이 걸려서 수도권 압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삼척터미널에서 보내봐야 다른 데로 가니까 그런 것”이라며 “(데드 브랜치는) 가스공사가 배관망을 운영하는 데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배관망의 압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100킬로미터(㎞)마다 승압시설(콤프레서)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대표에 따르면 국내 배관망 길이는 5105㎞이고, 영국 배관망 길이는 7630㎞이다. 국내 승압시설은 3개이고, 영국은 25개가 설치돼 있다.

주 대표는 배관망 효율성 증대를 위해 △부곡 상시 차단에 대한 효과 검증 후 해제 검토 △주공급 경로상에 다수 압축기 직렬 설치 운영 △배관망 운영 유연성 증대 방향 △주요 공급지 외 별도 다중 압력레벨로 관리필요 △터미널 송출 압력 상향 △발전소 운전 개시 방법 개선 △병목구간 30인치 이상 다중 루프 설치 △실시간 배관망 운영 데이터 공개 등을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시간에 진행을 맡은 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은 류 변호사에 “배관망 관련 당사자 간의 문제가 생겼을 때 좀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를 물었다.

이에 류 변호사는 “2021년 도시가스사업법을 개정할 때 이 문제가 논의 됐었는데 그때 이 부분이 제대로 개정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며 “가스공사와 협상을 통한 합의는 정말 힘들고, 그래도 가스공사를 관할하는 산업부에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해주는 것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청중은 “배관망 승압시설 설치가 민간 직수입 발전사를 위한 것이라면 원인자 비용 부담 원칙에 따라 민간 직수입 발전사가 부담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주 대표는 “배관망 길이가 5000㎞를 넘기 전, 이미 효율이 낮아졌을 때 승압시설 설치를 했어야 했다”며 “2000년도 초반부터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책기본보고서에 그런 내용들이 언급돼 있다”고 답했다.

류 변호사는 “(승압시설 설치의) 원인이 발전용이 맞다면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부담하는 게 맞다. 원칙은 지켜져야 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민간 측에서 차라리 그 시설을 우리가 짓고 가스공사에서 떼내려고 하는데, 소유 분리 문제까지 나올 수 있어서 큰 쟁점이다”라고 답했다.

또 다른 청중은 “가스공사가 배관망 규정을 정하는 것이 왜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지”를 물었고, 이에 류 변호사는 “가스공사가 규정은 정하지만 산업부가 승인을 하기 때문에 결국에 국가의 통제를 받는 것이므로 공평한 것이다라는 논리가 나왔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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