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쓸 각오로 신기술 개발…제조업 중심 사고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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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쓸 각오로 신기술 개발…제조업 중심 사고서 벗어나라'
김상배 MIT 교수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는 사람은 기업에서 제안서조차 쓸 수 없는 환경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면 사표 쓸 각오를 해야 하죠. 모든 목표를 정량화하려는 분위기에서는 창의력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로봇공학 분야 석학인 김상배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서울포럼 2024’ 기조 강연에 앞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첨단산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조업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유로운 환경을 갖춘 미국에서 연구하는 한인 석학의 시각에서는 한국의 경직된 연구개발(R&D) 문화가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은 인사 고과, 국가 과제 심사 등 모든 면에서 정략적 목표 달성에 급급하다”며 “인공지능(AI) 기술을 발전시키고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변화하려면 국가 과제부터 대기업의 R&D 환경까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 같은 개선이 이뤄지면 한국이 가진 잠재력에 불을 붙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제조업이 강하고 기초 공학이 탄탄한 편에 속한다”면서 “로봇 분야처럼 소프트웨어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고 하드웨어 기술과 융합이 중요한 분야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며 로봇이 첨단 미래 산업의 유망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AI의 발전으로 로봇의 적용 분야가 ‘지금껏 하지 않았던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어떤 분야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로봇 서비스가 가능해질지를 파악하는 것이 미래 사업의 새로운 기회”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세계 최고 두뇌 인재가 모인 MIT에서 생체모방로봇연구소를 이끌면서 차세대 로봇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전기모터를 단 사족 보행 로봇 ‘치타’를 개발했고 2006년에는 ‘스티키봇’으로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발명품’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서울포럼에서는 반사 신경을 갖춘 로봇 팔 ‘그리퍼’ 시연을 통해 첨단 로봇 기술의 현재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연구들은 궁극적으로 지금까지 이뤄낸 혁신을 융합해 사람을 돕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상황에 대해 기존 기술 기반의 제조업에서는 중국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고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한국은 아직 미국이나 유럽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잘해왔던 제조업에 집중하는 한편 AI 기술을 접목한 자동차·로봇 분야 등에서 더욱 심도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첨단산업의 핵심인 두뇌 인재 확보에 대해서도 “당장 돈 벌 수 있는 곳에만 투자하는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공계 기피 현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며 시도해볼 수 있는 환경이 확산한다면 과학계와 창업 생태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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