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금감원, 반년 가까이 이어지는 ‘불편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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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6주 간 고강도 정기검사 착수

불합리한 지배구조·낙하산 인사 ‘타깃’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 본관 전경. ⓒNH농협금융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 본관 전경. ⓒNH농협금융

“올해 여름 휴가는 이미 물 건너간 분위기죠.”

NH농협금융과 금감원의 불편한 동거가 길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앞으로 6주 동안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에 대한 대대적인 정기검사를 벌인다. 지난 3월 초부터 시작된 사전검사를 감안하면 반년에 가까운 기간이다.

금감원은 35명의 검사 인력을 투입해 내부통제와 건전성 관리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예정이다. 검사 기간과 내용이 광범위한 데다, 자료 검토와 제재심 절차까지 고려하면 결과가 나오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사전 예고대로 농협금융을 상대로 한 고강도 정기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은행검사2국 직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 농협은행 사옥으로 출근해 본격 검사를 위한 제반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사의 정기검사는 일반적인 경우지만 이번 농협금융 검사는 예년보다 강도 높은 압박이 예상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3월 100억원대 배임사고를 계기로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실시해왔는데, 마침 농협금융에 대한 검사 주기가 도래하면서 정기검사로 전환해 검사를 지속하게 됐다.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은 2022년 5월에 정기검사를 받은 바 있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의 최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경영개입을 비롯한 지배구조 전반을 뜯어보겠다는 방침이다. 100억원대 배임사고,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NH투자증권 사장 선임 문제 등 일련의 사건들이 잘못된 지배구조 시스템에 따른 내부통제 악화로 발생했다는 판단에서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 간의 전문성 없는 인사 이동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대규모 검사를 진행하다 보니 기간과 인력 규모만 수시 검사의 몇 배에 달한다. 35명의 인력은 농협은행 신관 건물 3층 강당에 머무르며, 다음 달 말까지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수시검사가 지난 3월 7일부터 시작된 걸 감안하면, 관련 금감원 인원들은 최소 4개월 간 농협금융 사옥에 상주하는 셈이다. 수시검사를 끝낸 금감원은 지난달 정기검사를 위한 사전검사를 단행한 뒤 사무실로 복귀해 검사 자료들을 검토해왔다.

이와 함께 농협금융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지배구조 개선안도 살펴보고 있다. 이 자료에는 사외이사 후보군의 추천 경로를 다양화하고, 사외이사 선임 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의 이행 가능성을 점검하고, 면담을 통해 자세한 사항을 수정·권고할 계획이다.

정기검사 결과는 이르면 하반기에 나올 전망이다. 금감원은 정기검사가 끝나고 내부보고를 거쳐, 농협금융과 은행에 검사의견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징계까지 고려될 수 있기 때문에 농협 측의 소명을 최대한 듣고, 최종 결과를 제재심의위원회 안건에 올린다는 방침이다.

작심한듯한 금융당국의 기조를 두고, 일각에서는 ‘농협이 금감원에 제대로 찍힌 것 아니냐’며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정기검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 계열사와 달리 농림축산식품부의 감사를 받고 있다.


다만 과거 농협금융의 금융사고 발생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경고해왔으나, 끝내 개선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은행은 업권 전체 신인도와 관려돼 더는 묵과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3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지주는 건전한 운영이 필수적이고 합리적인 지배구조와 상식적인 수준의 조직문화가 있어야 한다”며 “농협은 신용·경제 사업이 구분은 돼 있으나 잘못 운영되면 금산분리 원칙 또는 지배구조법상 체계가 흔들릴 여지가 상대적으로 더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농협금융은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과거에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정기검사를 받은 바 있어 이례적인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자료 제출 등 금감원의 요청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정기검사를 앞두고, 횡령·부당 대출 등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한 농협과 축협에 대해 강력 제재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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