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유연탄 대신 폐자원 활용…탄소 줄이려 3000억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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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유연탄 대신 폐자원 활용…탄소 줄이려 3000억 들였다
강원 영월군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내 110m 높이 ‘2호 소성로’에 올라 바라본 남동쪽 공장 전경. 이덕연 기자

16일 오후 강원 영월군 한일현대시멘트(006390) 영월공장. 30층 아파트와 맞먹는 110m 높이의 가열 시설인 ‘2호 소성로’ 내 ‘파이로 로터(순환자원의 연소를 돕는 설비)’에 다가서자 용광로급 열기가 덮쳐왔다. 가열 시설 내에서는 시멘트에 수경성(물 속에서 굳는 성질)을 주기 위해 약 1450℃의 열을 가하는데 이때 화석 연료인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 합성수지를 활용한다. 순환자원인 합성수지 연료를 활용하기 위해 한일현대시멘트가 투자한 금액은 약 2000억 원. 공장 내 또 다른 가열 시설에도 신규 설비를 도입하면 공장 내 순환자원 연료 사용률은 66%까지 높아지게 된다.

[르포]유연탄 대신 폐자원 활용…탄소 줄이려 3000억 들였다
강원 영월군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내 시멘트 저장고. 이덕연 기자

전통적인 ‘굴뚝 산업’으로 분류되는 시멘트 업계가 탄소 저감에 나서고 있다. 시멘트 제조 공정은 크게 △주원료인 석회석을 캐는 ‘채광’ △석회석 덩어리를 부순 후 점토질 등과 섞어 분쇄하는 ‘원료 생산’ △1450℃의 열을 주입해 원료에 굳는 성질을 주는 ‘소성’ △응결 지연제인 석고 등과 섞은 후 다시 한번 분쇄해 시멘트를 만들어 출고하는 ‘출하’ 등 4단계로 나뉜다. 이 중 1000℃를 훌쩍 넘는 열을 가하는 소성 공정에서는 연료를 태워야 해 탄소 배출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 이에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 대신 순환자원을 연료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

문제는 유연탄과 합성수지가 완전 연소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차이가 난다는 것. 높이가 100m를 넘는 소성로(킬른)에서 진행하는 소성 공정은 연료를 시설 상층부에서 예열한 후 자원 연소를 돕는 파이로 로터를 통해 아래로 흘려보내며 온도를 높인다. 합성수지는 기존 유연탄에 비해 오랜 시간 가열해야 하기에 설비가 더 길어야 하고, 연소 방식도 달라야 한다. 이에 한일현대시멘트는 대당 가격이 1000억 원을 웃도는 순환자원 연소용 설비를 유럽에서 수입했다. 이외 순환자원 저장 창고와 운송 튜브를 포함하면 총 투자 금액은 1980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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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영월군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내 ‘1호 소성로(오른쪽)’와 ‘2호 소성로’의 상층부 모습. 2호 소성로에는 순환자원 연소를 위한 신설비를 도입해 두 소성로의 모습이 다르다. 이덕연 기자

탄소 저감을 위한 또 다른 노력은 자가 발전이다. 영월공장은 소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을 ‘에코(ECO) 발전 설비’로 보내 증기 터빈을 돌리고 전력을 자체적으로 생산해낸다. 소성로를 거친 고열 가스는 증기 터빈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온도가 약 450℃까지 낮아지는데 이 가스를 보일러로 보내 증기를 생산하면 증기 터빈이 돌아가고 전기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산하는 전력은 1년을 기준으로 약 14만 메가와트시(MWh)에 달해 영월공장 총 전기 사용량의 30%를 책임진다. 이는 4만 8000가구 가량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ECO 발전 설비 또한 대당 가격이 1050억 원에 달한다.

소성로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염소더스트’를 처리해 농업에 쓰일 수 있는 비료로 만드는 ‘염소더스트 수세 설비’도 올 5월 완공됐다. 염소더스트 수세설비는 소성로에서 포집한 염소더스트를 모아 염화칼륨(KCl)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비료를 생산해낸다. 이외에도 소성 과정에서 발생해 미세먼지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장치를 약 200억 원을 투자해 도입했고, 효율적으로 전력을 사용하기 위해 야간에 전력을 받아 저장한 후 낮 시간 동안 쓰는 ‘ESS 설비’ 설치를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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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영월군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내 중앙통제실. 통제실 내 상주 근무 인력은 6명이고 1명이 약 10인치 크기 모니터 8대, 약 30인치 크기 모니터 2대를 관리한다. 각 모니터에는 공정 내 원료 투입량, 온도, 압력 등이 표시된다. 이덕연 기자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은 1992년 준공된 플랜트로 국내 시멘트 공장 중에서는 가장 최신식이다. 1년에 400만 톤을 넘게 생산할 수 있는데 하루 시멘트 생산량만 약 1만 5000톤에 달해 25톤 덤프 트럭 400대가 공장을 오가며 제품을 나르고 나머지 물량은 철도로 전국에 공급한다. 한일현대시멘트가 2022년부터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3030억 원이다. 회사는 추후 영월공장 내 모든 소성로에 순환자원 연소 설비를 도입해 순환자원 사용률을 66%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박진규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장(전무)은 “건자재 수요 감소 등 시멘트 업계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탄소중립은 더 이상 투자를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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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영월군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은 대부분 자동화돼 있어 직원을 드물게 볼 수 있다. 핵심 시설인 소성로의 경우 2명이 조를 이뤄 관리하며 대부분의 공정은 자동화된 기계가 담당한다. 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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