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러운 행위”…美 법원, 삼성 퇴사 후 특허소송 낸 前 임원에 패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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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삼성전자 전 특허 담당 임원에 대해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다”며 재판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이례적으로 원고 측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은 최근 삼성의 ‘특허 수장’이었던 안승호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 설립한 특허 에이전트회사인 ‘시너지IP’와 특허권자인 ‘스테이턴 테키야 LLC’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무선이어폰과 음성인식 관련 특허침해소송에 대해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 소속이었던 안 전 부사장과 조모 전 수석이 개입한 이 소송이 심각한 불법행위와 부정한 방법으로 제기됐다고 판단하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특히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들의 불법 행위를 “부정직하고, 불공정하며, 기만적이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혐오스러운 행위”라고 명시하고 이들이 삼성의 기밀정보를 악용해 삼성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봤다”고 적시했다. 또 특허 침해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소송 자체가 불법적으로 제기됐고, 재소송도 불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업계에선 이같은 원고 측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번 특허 소송을 안 전 부사장이 불법적으로 삼성의 기밀자료를 도용해 제기한 것이라고 봤다. 안 전 부사장은 이전 부하 직원이었던 삼성내 특허담당 직원과 공모해 소송 전후 테키야 관련 중요 기밀자료를 빼돌려 소송에 이용했다.

안 전 부사장이 삼성의 테키야 현황 보고 자료를 소송 자금 투자자인 중국계 퍼플바인IP와 테키야 특허소송 로펌 등에 공유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 소를 제기한 사실도 드러났다. 특허 전문 판사인 로드니 길스트랩 판사는 “안 전 부사장이 도용한 테키야 현황 보고 자료는 테키야 소송 관련 삼성의 종합적인 전략을 포함하고 있어 소송의 승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문서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또 증언 녹취 과정에서 이 같은 부정 취득 사실 등을 부인하고 관련 증거를 삭제하기 위해 안티 포렌식 앱을 설치하는 등 위증과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확인됐다. 아울러 소송 중 변호사-의뢰인 특권에 따라 보호되는 삼성의 내부 기밀 자료를 삼성 내부 직원에게 지시해 2시간 만에 전달받는 등 ‘디스커버리(정식 공판 전 소송 당사자가 상대의 요청에 따라 관련 정보나 서류를 공개하는 절차)’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판결문에 따르면 안 전 부사장은 한국 검찰의 수사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미국 법원은 한국 검찰 수사를 통해 확보된 증거와 조서도 제출받아 증거로 인정해 이번 판결의 근거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안 전 부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특허 변호사로 지난 2010∼2019년 IP센터장을 지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인 음성인식 등 관련 기술 특허를 총괄했다. 그는 2019년 퇴직한 뒤 2020년 시너지IP를 설립하고 이듬해인 2021년 삼성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스테이턴 테키야라는 이름의 특허권자가 보유한 오디오 녹음장치 등 특허 10여 건을 삼성이 무단 도용해 갤럭시버즈, 빅스비 등에 활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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