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관리, 이제는 양보다 질 [기자수첩-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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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감소했지만 방심은 금물

연체 차주 1년 뒤에도 연체 확률↑

가계 빚 이미지. ⓒ연합뉴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년 만에 감소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부터 날아온 각종 청구서를 받아 들고 숨 가쁘게 달려온 결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서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은 1882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대비 2조5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1분기 이후 1년 만에 감소 전환이다.

그러나 방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가계 빚이 이미 국가 경제 규모나 차주 상환능력 등 여러 조건에 비해 과도한 상태라는 점은 과언이 아닐 터. 이미 세계 각국에선 한국의 나라 빚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금융협회의 세계 부채 5월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98.9%다. 그러나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로는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재정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56.6%인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45년 100%를 넘어서고, 2050년쯤 12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 봤다. 21년 뒤 나랏 빚이 국가 경제 규모를 넘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암담한 전망 속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가계 빚의 질적 개선이다. 그간 가계대출이 늘어난 주 원인으로 신생아특례대출,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확대 등 정부의 금융지원 확대가 꼽혔다. 일관되지 않은 정부 정책으로 인해 시장에 혼란이 야기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주들의 연체 관리는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연체를 하게 되면 대출금 상환 시점을 잠시 미룰 수 있으나, 연체 이자가 붙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추심 이전의 단계에서도 신용점수의 하락과 대출금리의 상승 등 향후 대출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

애석하게도 한 번 연체를 경험한 차주는 1년 후에도 여전히 연체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처음이 어렵지 한 번 시작하면 계속 연체를 하게 된다는 의미다.

한국금융연구원은 30일 이상 연체 중인 차주가 1년 뒤에도 여전히 연체 중일 확률은 48.7%이며, 2년 뒤에도 연체 중일 확률은 31.8%로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90일 이상 연체 중인 차주가 1년 뒤에도 90일 이상의 연체를 보유할 확률은 52.1%, 120일 이상 연체 중인 차주가 1년 뒤에도 120일 이상의 연체 중일 확률은 54.2%에 달했다.

공교롭게도 은행들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대출 문턱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23일 기준금리를 3.50%로 11차례 연속 동결했다. 우리나라 고금리 기조도 장기화될 것이란 의미다. 차주들이 느낄 이자부담은 커졌고, 급전이 필요한 취약차주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최악의 위기도 겪을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빚더미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두가 길고 긴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다음 가계부채 규모가 발표될 때에도 한 번 더 한숨을 돌릴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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