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되네” 그 어려운 수술을 구멍 하나로? 암 대가들도 놀랐다 [메디컬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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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되네” 그 어려운 수술을 구멍 하나로? 암 대가들도 놀랐다 [메디컬인사이드]
홍성후(오른쪽)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하대정맥혈전 동반 신장암을 앓았던 베트남 환자 레 쟝반씨와 퇴원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배를 가르지 않고도 수술이 가능하다고요?”

작년 1월 베트남 국적의 레 쟝반(Giang Van Le·63)씨가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를 찾았다. 2년 전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신장에서 양성 종양을 발견했다는 레 쟝반씨. 암이 아니라는 말에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고 지내던 중 옆구리에 통증이 느껴졌고 재검사를 통해 신장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다. 신장암은 체내에서 소변을 만드는 세포들이 모여있는 신장(콩팥)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종양의 크기에 따라 신장의 일부를 절제하거나 전체를 다 들어내야 한다. 레 쟝반씨는 단순히 신장에만 암이 생긴 경우가 아니라 치료가 더욱 까다로웠다. 체내 정맥혈관 중 가장 큰 하대정맥에 암성 혈전이 침범한 상태였다.

◇ ‘혈전 떨어져 나갈라’ 개복수술도 어려운데…복강경·로봇으로 도전

하대정맥혈전을 동반하는 유형은 전체 신장암의 4~10% 정도에 불과해 흔하지 않다. 문제는 1년 생존율이 30%가 안될 정도로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종양과 혈전을 성공적으로 제거하면 5년 생존율이 50% 이상까지 올라가지만 비뇨기암 수술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고 위험 부담이 크다. 온몸의 피가 심장으로 들어가는 하대정맥을 박리하고 결찰 및 절개해 혈전을 모두 제거해야 하는데 대량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자칫 수술 도중 혈전이 떨어져 나가면 폐나 뇌, 각종 장기에 색전증이 발생해 사망할 위험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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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의료진이 2021년 4세대 다빈치 SP 로봇수술기를 이용해 첫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진단을 듣고 말을 잇지 못하는 레 쟝반씨를 본 베트남 현지 병원 주치의는 몇 년 전 학회에서 인상 깊게 들었던 홍성후(사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의 발표 장면이 떠올랐다. 홍 교수는 지난 2016년 국내 최초로 하대정맥혈전을 동반한 환자를 개복수술 대신 복강경과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로 시행하는 데 성공했다. 암환자의 배를 갈라 넓은 시야를 확보한 채 진행해도 까다로운 수술을 몇 개의 구멍만 내고 시행했다는 발표에 학회에 참석한 전 세계 외과의사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 “밤잠 설쳐가며 준비…안전한 수술 위해 환자 맞춤형 술기 고안”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일본·싱가포르·한국 등 여러 나라의 명의를 수소문하던 레 쟝반씨는 원격진료를 통해 서울성모병원의 문을 두드렸다. 작년 12월 병원의 원격진료 시스템 ‘보이닥’을 통해 홍 교수와 연결됐고 로봇수술이 가능하다는 말에 주저 없이 입국 절차를 밟았다. 홍 교수의 집도로 로봇을 이용한 근치적 신장적출술 및 하대정맥혈전제거술을 받은 레 쟝반씨는 수술 다음날부터 식사와 보행을 시작했고 나흘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홍 교수는 “하대정맥혈전을 동반한 신장암은 비뇨의학과 뿐 아니라 혈관외과·흉부외과와 협진이 필요할 정도로 광범위하고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라며 “최근에는 혈관용 풍선을 이용해 수술의 위험성을 낮추면서도 신속하고 효과적인 수술이 가능해 졌지만 첫 수술 날짜를 잡아놓고 몇 주동안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수술을 마치는 순간 집도의인 본인은 물론 어시스트·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수술방 간호사들까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로봇수술 5000례…단일공은 국내 최다 기록 보유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는 2009년 2세대 로봇수술기 다빈치 S시스템으로 전립선암 로봇수술을 시작했다. 2016년과 2018년 4세대 다빈치 Xi, 2021년 4세대 다빈치 SP 로봇수술기까지 총 4대를 갖추면서 신장암·방광암 등 고난도 암수술을 포함해 다양한 비뇨기 질환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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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단일공 로봇수술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에서 시행된 로봇수술 5000례를 질환별로 살펴보면 전립선암이 2686건(54%)으로 가장 많았다. 신장암(1692건·34%), 방광암(350건·7%), 요관암(150건·3%) 등이 뒤를 이었다. 비뇨의학과장을 맡고 있는 홍 교수는 국내 최다 단일공 로봇수술 시행 기록을 보유 중이다.

◇ 전립선암 수술 후 요실금 생겨 삶의 질 저하…“로봇수술로도 합병증 극복”

단일공(SP·Single Port) 로봇수술은 글자 그대로 구멍(절개창)을 하나만 뚫어 진행되기 때문에 수술 후 흉터에 대한 부담과 출혈, 통증이 적다. 회복이 빠르면서도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지만 수술을 담당하는 집도의의 숙련도가 요구된다. 홍 교수는 동료 의사들 사이에서 포기를 모르는 집념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개복수술로도 어려운 고난도 수술에 복강경·로봇 같은 최소침습 방식을 고집한다는 이유에서다. 오죽하면 “(본인의 생명을) 환자 생명과 맞바꾼다”는 말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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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홍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 로봇수술의 장점을 생각하면 안 할 이유가 없다”며 “처음 로봇수술기가 도입됐을 땐 고난도 술기를 하루빨리 연마하고 싶은 욕심에 엄지 손톱만한 크기의 종이로 학을 접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로봇수술기를 이용해 쌀알만한 종이학을 접었던 경험을 떠올리면 아무리 까다로운 수술도 도전해 볼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최근 전립선암 수술의 대표적인 합병증인 요실금을 줄이기 위해 치골후공간을 보존하는 ‘레치우스 보존(Retzius-sparing) 근치적 전립선암 절제술’을 단일공 로봇으로 해냈다. 4세대 다빈치 SP 로봇수술기의 반전 모드 기능을 활용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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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로봇수술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그는 “수술 후 환자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의사로서의 책무 아니겠느냐” 며 “하는 일이 항상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는 없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이어 “2021년 단일공 로봇 도입 이후 전 세계 최단기간에 수술 500례를 넘어설 수 있었던 건 비뇨의학과·외래·병동·수술실 구성원들 모두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며 “최첨단 장비와 최고의 기술로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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