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도 ‘대마불사’…고금리發 부실 충격 ‘온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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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中企 고정이하여신 7조 육박

대기업 관련 금액은 크게 변화 없어

중소기업 한계 몰리며 양극화 ‘암운’

기업대출 증가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부실 규모가 한 해 동안에만 1조5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7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기업 대출에서의 부실은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대조를 이뤘다.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고금리 터널 속에서 대출의 질이 전반적으로 나빠지는 와중, 기업대출에서도 이른바 대마불사 양상이 짙어지면서 온도 차가 극명해지는 분위기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이 중소기업들에게 내준 대출과 관련해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총 6조9876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5.5%(1조4194억원)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은행별로 보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국책 기관인 IBK기업은행이 떠안고 있는 중소기업 대출 고정이하여신만 2조939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0.4%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KB국민은행의 해당 금액이 8016억원으로 77.4% 늘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밖에 ▲NH농협은행(5916억원) ▲KDB산업은행(5224억원) ▲신한은행(4523억원) ▲하나은행(3879억원) ▲우리은행(2849억원) ▲DGB대구은행(2486억원) ▲BNK부산은행(1893억원) ▲Sh수협은행(1397억원) 등이 중소기업 대출 고정이하여신 상위 10개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대기업 대출의 상황은 사뭇 달랐다. 부실이 다소 확대되긴 했지만, 사실상 별다른 변화가 없는 수준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간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2조8564억원으로 5.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기업 대출이 몰려 있는 주요 국책 은행들만 떼 놓고 보면 이런 추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한국수출입은행의 대기업 대출 고정이하여신은 1조1941억원으로 오히려 11.4% 줄었다. 산업은행 대기업 대출의 고정이하여신은 9444억원으로 2억원만 늘며 증가율이 제로(0)에 가까웠다.

은행 대출을 갚는데 곤란을 겪는 기업들이 많아진 이면에는 고금리 충격이 자리하고 있다. 치솟은 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대출 이자가 쌓이고, 이로 인해 차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이런 가운데 기업대출 부실이 양극화 양상을 띄고 있는 건 그만큼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기업 역시 상황이 녹록지는 않지만, 그래도 높은 금리를 버틸 여력이 비교적 남아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금리 수준이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여신 건전성도 더 악화될 공산이 크다”며 “비교적 리스크가 적은 대기업 대출에만 금융사들의 수요가 쏠리고 중소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또 다른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책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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