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공습’ 속 흰우유 의존도 낮추는 유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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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30일 ‘원유 생산비’ 발표

고물가 기조에 따른 ‘밀크플레이션’ 우려

사료값 하락 등으로 ‘우윳값 동결’ 전망도

서울 소재 대형마트에서 수입 멸균우유가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수입 우유의 공습을 앞둔 국내 유업계가 주력 사업이었던 흰우유의 의존도를 낮추는데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우유 가격 결정의 기준이 되는 원유(原乳) 생산비 발표가 임박했다. 카페 등 관련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통계청은 30일 원유 생산비를 포함한 2023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날 발표되는 원유 생산비는 유가공업체가 낙농가로부터 사들이는 원유 가격에 연동되는 수치다. 낙농진흥회는 이 생산비를 바탕으로 올해 원유 가격을 협상한 후 오는 8월부터 시행한다.

지난해 5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원유 생산비는 1ℓ당 959원이었다. 전년보다 13.7%나 오른 수치다. 이는 원유 생산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룟값이 급격하게 상승한 영향이 컸다. 실제로 2022년 원유 1ℓ당 사료비는 570원으로 전년 대비 16.6% 급증했다.

일반적으로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 관련 물가도 가파르게 치솟는다.

지난해 치즈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19.5% 올랐는데 이는 2008년(22.0%) 이후 최고 상승률이었다. 발효유 소비자물가지수는 12.5% 오르면서 1980년(22.3%) 이래 가장 큰폭으로 치솟았다.

이 때문에 유업계에서는 조만간 이뤄질 원유 생산비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유 가격 협상은 전년 대비 4% 이상 오를 경우 생산자와 유업체가 생산비 증가액의 최대 70%까지 인상하는 범위 내에서 협상을 진행한다.

유업계는 불안감이 크다. 매년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먹거리 증가 등의 영향으로 국내 우유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서다. 우유의 원료가 되는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서 소비자 외면에 대한 우려까지 겹쳤다.

특히, 조금만 가격이 올라도 B2B 공급망이 끊길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등이 라떼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우유를 수입산 제품으로 빠르게 교체해 나갈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업체 간 경쟁 심화와 더불어 우유로 수익을 내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앞으로 외국산 점유율은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과 유럽산 우유, 모차렐라치즈, 크림치즈 등의 관세율이 현행 11~13%에서 단계적으로 줄어 2026년 이후엔 0%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는 올해 원유 가격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원윳값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 가격 급등세가 멈췄기 때문이다. 농경원은 2023년 국제 곡물 가격이 상반기 흑해곡물협정을 통한 곡물 수출로 전년에 이어 하락 추이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2024년 주요 사료용 곡물 수입단가도 전년 대비 16%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쟁과 해운 운임 상승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최고점이었던 2022년 3분기보다 30% 정도 낮은 수준이다. 주요 곡물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생산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업계 관계자는 “국제 사료 가격이 안정됐다고 하지만, 이외에도 인건비나 물가 상승 등 다양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 원윳값 인상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원윳값이 동결되더라도 제반 비용이 오르고 있어 제품 가격이 동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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