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도용해도 속수무책”…K-의류 인기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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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직장인 A씨는 디자이너 의류 브랜드를 선호한다. 보세 의류 대비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이 좋으면서 독특한 디자인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예뻐서 구매한 옷이 해외 명품 브랜드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브랜드의 다수 제품이 해외 브랜드 제품을 그대로 따라 했지만 판매자는 여전히 판매 화면에 본인이 디자인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 패션 매장에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패션 업계에서 디자이너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지만 일부 브랜드의 비양심적인 행위로 소비자와 기존 브랜드가 피해를 입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는 자체적으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기획, 생산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인기 브랜드로 발돋움하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일부 팬에서 시작해 팬덤을 형성하며 매출이 눈에 띄게 성장하기도 한다. 백화점 업계도 나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영입에 힘을 쏟을 정도다.

1일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넘긴 브랜드는 36%로 늘었다. 이 중 해외나 대기업 운영 브랜드를 제외하면 무신사에서 연 거래액 100억 원 이상인 입점사의 70% 이상은 국내 중소 디자이너 브랜드로 조사됐다. 지난해 연 매출 100억원을 넘긴 브랜드는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 △인사일런스 △라퍼지스토어 △쿠어 등이다.

브랜드 마뗑킴도 2015년 블로그마켓으로 시작했는데 하고하우스의 투자를 받으면서 2022년 매출 500억원,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성장하고 있다. 해외 시장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패션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도용 문제는 여전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뿐 아니라 신진 브랜드 역시 도용의 대상이다. 비교적 저렴한 제품이더라도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제품이 있으면 그대로 따라 만드는 것이다.

최근 한 제품을 구매한 직장인 A(34) 씨는 “명품 패션 쪽에는 관심 없어서 몰랐고, 단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도용 제품이면 결국엔 내가 가품을 산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가격도 결코 저렴하지 않은데 배신감이 들고 판매자는 가품이 아니라고 주장해 잘잘못을 가리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플랫폼 차원에서 직접 나서는 경우도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 7월 입점 브랜드 패션 상품의 디자인 도용 피해를 예방하고 분쟁 조정 등을 담당하는 전문적인 독립 기구인 ‘무신사 지식재산권 보호위원회’를 신설했다. 심의위원회는 매월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지만 심의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는다.

W컨셉은 브랜드에 대한 서류 심사, 샘플 검수 등 ‘상품 검수 프로세스’를 운영 중이다. 입점 이후에도 패션 MD들이 주요 브랜드, 상품에 대해서 수시로 서류 심사, 현장 방문을 통한 제품 검사 등을 통해서 상품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문제 발생 시에는 즉각 판매 중단, 고객 보상 등을 통해 고객 피해를 최소화 한다.

한 패션 플랫폼 관계자는 “수많은 브랜드가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서 일일이 확인해 판매를 막기는 어렵지만 플랫폼 차원에서도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직접 선별한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숍 플랫폼에서도 의류뿐 아니라 신발이나 목걸이,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 도용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걸 보면 심각한 수준이긴 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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