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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축소·급여 반납·희망 퇴직… 올 겨울 더 추운 재계

경기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외 경영 환경 변수가 복잡해지면서, 내년 계획을 수립하는 대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내수, 수출 전망이 모두 부정적인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까지 앞두고 있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국내 재계 서열 2위인 SK그룹은 고강도 리밸런싱(사업 재편)을 추진하며 인사, 투자 등 전방위적으로 비용을 아끼고 있다. 임원 수를 20%가량 감축하고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2021년 10월 출범 이후 처음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SK텔레콤도 퇴직 격려금을 1인당 3억원까지 올려 인력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러스트=손민균
일러스트=손민균

비핵심 자산은 물론 알짜 사업으로 분류되는 자산도 내놓기 시작했다. SK㈜는 세계 1위 반도체용 특수가스를 만드는 SK스페셜티를 올해 안에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약 4조원으로 추정되는 매각 대금을 재무 건전성 강화에 활용할 예정이다. SK는 SK렌터카, 베트남 마산그룹의 유통 전문 자회사 지분 등도 정리한 바 있다.

국내 재계 서열 6위인 롯데그룹은 석유화학 사업 부진으로 유통 계열사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임원들은 이달부터 급여를 10~30% 반납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중국 기업과 합작한 롯데삼강케미칼, 롯데케미칼자싱 지분을 모두 매각했고, 말레이시아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올해 실적이 급감한 LG화학은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공장을 정리하는 등 비용 절감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 1일 회사는 나주 알코올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여주 공장으로 일원화했다.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 생산직 희망퇴직에 이어 지난달에는 약 5년 만에 사무직 희망퇴직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 연합뉴스

몇 년 새 북미 투자를 늘린 완성차 및 배터리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 2기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실적이 주춤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비롯된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폐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이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보편 관세 정책도 고민거리다.

기아는 미국 현지에서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 생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IRA 혜택 요건이 엄격해진 만큼, 내년 현지 배터리 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생산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짓고 있던 합작 공장 지분을 인수했다. 캐즘 장기화, 정책 불확실성 속 투자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국내외 경제기관들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2%대를 밑돌 것으로 본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 증가세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조사한 ‘2025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약 절반인 49.7%는 긴축 경영을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긴축 경영을 하겠다고 응답한 300인 이상 규모 기업은 61.0%로 300인 미만 규모 기업(45.7%)보다 15.3%포인트(P) 높았다. 300인 이상 규모 기업의 긴축 경영 응답은 지난 2016년 조사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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