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최태원·정의선·구광모·장인화·신동빈 등 재계 총수, 2025년 경영 키워드 ‘경쟁·AI·기술·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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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 ‘자국우선’ 도널드 트럼프 2기 집권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CEO들은 을사년 2025년 신년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잇따라 냈다.

10대 그룹은 신년사에서 ‘경쟁’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AI(인공지능)·기술·고객 가치 제고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혁신을 가속화하자고 주문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재계 신년사는 대부분 “전방위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이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혁신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별도 신년사를 내지 않았다. 대신 삼성전자 한종희 디바이스경험 부문장(대표이사 부회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은 2일 공동명의의 신년사를 내고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특히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도약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두 부회장은 “지금은 AI 기술의 변곡점을 맞이해 기존 성공 방식을 초월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고도화된 인텔리전스를 통해 올해는 확실한 디바이스 AI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자”고 했다. 또 품질 경쟁력 강화와 준법 경영도 주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본원적 경쟁력은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본질적으로 보유한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의미한다.

최태원 회장은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운영개선(O/I, Operation Improvement)의 빠른 추진을 통한 경영의 내실 강화가 필요하다”며 “운영개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는 우리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 만큼 불편하고 힘들 수 있지만, SK 고유의 패기로 도전하고 협업한다면 기대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어 “지금 우리에게는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지난이행'(知難而行)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시도와 혁신은 언제나 어렵지만 저부터 솔선수범하며 용기를 내어 달릴 것이니 함께 나아가자”고 주문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오는 6일 그룹 신년회에서 새해 메시지를 낼 계획이다. 올해는 ‘창의적이고 담대한 사고로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을 주제로 새해 경영방침, 목표 등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월 19일 주요 그룹 중 가장 먼저 신년사를 내놓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도전 정신에 초점을 맞췄다. 구광모 회장은 “LG의 시작은 고객에게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남이 미처 하지 못하는 것을 선택한다’는 LG의 Day 1 정신에는 고객을 위한 도전과 변화의 DNA가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국민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부터 착수하라. 남이 미처 하지 않은 것을 선택하라. 일단 착수하면 과감히 밀고 나가라”는 고(故) 구인회 LG창업회장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구광모 LG 회장

구광모 회장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전에 없던 가치를 만든 많은 순간이 쌓여 지금의 LG가 되었듯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분명하다”며 “그동안 우리가 다져온 고객을 향한 마음과 혁신의 기반 위에 LG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세우자”고 강조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강대국 간 패권 경쟁에 따른 교역 위축과 국내외 수요 산업 부진으로 오늘의 생존과 내일의 성장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력 우위 확보, 철강 분야 해외 투자 및 탄소 중립 성과 창출, 이차전지 소재 우량 자원 선제적 확보, 신사업 추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불확실성 확대, 내수 시장 침체 장기화 등으로 인해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이며 혁신 없이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이를 극복하려면 그룹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회복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특히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고 다시 성장하기 위해 올 한 해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사업 전반을 고객 관점에서 검토하고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모색하자”며 “신중하게 고민하되 실행력을 높여 사업을 구체화해 나가자”고 사업 혁신을 주문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우호적이고 희망적인 상황이라도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절박함으로 어떠한 조건에도 흔들리지 않을 한화만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조선 사업은 기술개발·설계·생산 등 3대 핵심 분야를 더욱 최적화해 중국이 따라오지 못하는 최첨단 선박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하고 중국에 잠식당한 기존 시장을 되찾아 오기 위한 전략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한 사진을 올렸다. [출처 정용진 회장 인스타그램]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본업은 오늘의 신세계그룹을 있게 한 성장엔진”이라면서 위기의 파고를 넘어설 핵심 무기로 ‘1등 고객을 만족시키는 본업 경쟁력’을 제시했다.

조원태 “절대적 안전은 모든 업무의 근간이 된다”…조현준 “준비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안전이란 단어가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을 주는지 절실히 느꼈다”며 “절대적 안전은 모든 업무의 근간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모든 임직원들이 현재를 단단히 하면서 미래를 준비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우선은 안정을 기조로, 기회가 오면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자”고 전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아무리 심각한 위기 속에서도 치밀하게 준비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오기 때문에 온 힘을 모아 지금의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며 “그 출발점이 소통이며 우리는 소통을 통해 서로간의 벽을 허물고 신뢰를 쌓으며 협력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내수 부진,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 심화를 예상한다”며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왼쪽)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가운데 위기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없다면 기업은 퇴보가 아닌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경쟁사와 차별화가 가능한 사업을 중심으로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10대 그룹은 2025년 신년사에서 ‘경쟁’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 정국 속 고환율·고물가 현상 심화,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 본연의 기술 경쟁력을 제고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0대 그룹은 정치·경제적 불안정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AI(인공지능)·기술·고객 가치 제고에 역량을 집중하고, 혁신을 가속화하자고 주문했다. 반면 지난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에 맞춰 기업의 관심이 집중됐던 ‘친환경’은 올해 키워드 톱10에서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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